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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씻으러 들어간 욕실에 치약 뚜껑이 열린 채 치약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짝꿍이 양치를 하고 뚜껑을 닫지 않았구나. 결혼하고 20년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다른 자잘한 습관들이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치약 뚜껑 닫기이다. 우리 집 치약은 뚜껑이 열려서 꼬들꼬들하게 마를 때가 있다. 가족에게 얘기해도 잘 바뀌지 않는다. 말라버린 치약을 떼어내고 뚜껑을 닫아 놓곤 하지만 이번에는 흘러나온 치약이 좀 웃겼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카카오톡에 보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 치약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음"

 치약의 사연.
치약의 사연. ⓒ romarch on Unsplash

카카오톡을 확인한 짝꿍은 "그러게 무슨 사연일까"라고 답을 보냈다. 흘러나온 치약은 짝꿍의 칫솔에 살포시 올려 놓고 치약 뚜껑을 닫았다. 수건걸이에는 젖은 수건이 돌돌 말려서 꽂혀있었다. 질식해가는 수건을 구조해서 빨래통으로 옮겨서 응급처치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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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수건이 빨래통으로 가지 않는 일이 반복되면 리듬있는 로고송을 만들어서 율동과 함께 열심히 불러댄다. "젖은 수건 빨래통~"을 외치면서 응원 하듯 수건을 아래위로 흔들면 가족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이렇게 해도 수건이 꽂혀 있으면 짜증이 올라 올 때가 있다. 한번은 짜증을 밀어 넣으며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수건을 빨래통에 안 넣는 이유가 뭐야?"라고 물어봤다. 그때 생각지 못한 대답이 나왔다.

"머리만 닦았을 뿐인데 빨래통에 넣기는 아까워서. 빨래 많이 나오면 당신 힘들잖아."

예상 외의 대답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해의 강을 건넜나보다. 그 뒤부터 수건이 꽂혀있어도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말하지 않고 갖다 놓을 때가 많아졌다. "몇번을 말했어"가 아니라 "궁금해서 그러는데"로 시작했을 뿐인데 싸움이 생기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서로의 다름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부정적인 반응은 상대방을 경직되게 만든다고 한다. 경직된 상태에서는 유연한 대처와 반응이 나올 수 없다고 한다. 가족도 그래서 그랬을까. 나의 반응이 부정적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유를 궁금해서 물어봤기 때문에 솔직하게 대답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해 본다.

이런 유연함이 뒤늦게 생겨 아이들 키울 때는 해보지 못했던 것이 아쉽기만 하다. 아이들의 거슬리는 행동을 서로의 다름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였다면 사춘기도 가볍게 넘어 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이들 사춘기에 부모도 사춘기로 화답했던 시간을 되돌리고 싶기도 하다. 이제라도 어설픈 유머로 넘겨 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요즘 개그코드와 맞지 않아 '옛날 사람'이라는 핀잔을 듣곤 하지만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오늘도 한없이 가벼워지기 위해 연구한다. 어떻게 하면 진지와 무게를 던져 버릴까. 어떻게 하면 가족들에게 웃으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할 것인가. 타고나길 유머와 가벼움과 거리가 멀다면 공부라도 해야할 것 아니냐고 스스로 반문하며 되뇐다. 인생은 사랑만 하기에도 짧다고.

#치약이눈물흘릴때도있어요#가족간에유머는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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