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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창군내 한 식당에 농어촌 기본소득 사용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순창군내 한 식당에 농어촌 기본소득 사용처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최육상

"○○○~ 기본소득으로 사 먹은 줄 알았는데, (돈이) 내 계좌에서 빠져나갔네."

찰진 비속어가 터져 나오자, 함께 있던 주민들은 일제히 실소를 터뜨렸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실시 지역에 선정된 전북 순창군 순창읍 내 한 미용실에서 최근 마주한 장면이다.

미용실로 들어선 한 면민이 "기본소득으로 (순창읍에서) 음식점 (결제)되던데"라고 말하자, 다른 주민이 타박하듯 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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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민은 (기본소득으로) 읍에서 밥 못 사 먹는다니까 그러네. 언니? 기본소득이 아니라 (카드와 결제가 연동된) 언니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갔을 거야. 확인해 봐."

잠시 후, 스마트폰으로 은행계좌를 확인한 이 면민은 찰진 비속어를 내뱉었다.

"○○○~ 진짜네. 내 계좌에서 나갔네."

주민들이 실소를 터뜨린 건, 이 비속어가 다소 황당한 상황에 들어맞았기 때문으로 보였다. 기자는 신분을 밝히고, 주민들에게 기본소득 사용과 관련해 몇 가지를 질문했다.

읍민과 면민 6명 중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월 15만 원 사용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주민은 단 1명뿐이었다. 읍민과 면민이 사용처가 다르게 적용되는 등 기본소득 사용처가 다소 복잡하게 짜인 탓이었다.

비속어의 주인공은 "면민은 읍에서 국밥 한 그릇도 못 사 먹는다는 게 말이 돼요?"라며 "나는 주유할 일도 없고, 편의점에 갈 일도 없는데… 그러면 면에서만 한 달에 15만 원을 어디에 쓰라고 그래요?"라고 물었다.

주민들은 "(비속어를)그대로 표현해 기사를 써 달라"고 요청했다. 면민들 입장에서 "기본소득 사용처가 별로 없다"는 답답함을 토로한 것인데, 면민들의 불만은 취재 과정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농어촌 기본소득' 지역화폐로 사용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에 선정된 전국 10개 군 가운데, 순창군은 실거주 조건 등을 충족한 순창군민 2만 2601명에게 1인당 15만 원씩 지난 2월 26일부터 2월분 기본소득 총액 33억 9015만 원을 처음 지급했다.

순창군에서 확인한 자료에 의하면, 기본소득 2월분 지급 이후 군민들은 약 3주간 총지급액 대비 83%인 28억 원가량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6년 1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2년간(24개월) 실시 계획인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난해 10월 순창군을 포함한 7개 군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한 데 이어, 12월에 3개 군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행정절차 등의 지연으로 1월분을 건너뛰고 2월분이 처음 지급됐다. 미지급됐던 1월분은 소급 적용돼 3월 30·31일 3월 분과 함께 1인당 30만 원씩 지급됐다.

기본소득은 순창군 지역화폐인 '순창사랑카드(모바일·카드)' 또는 '정책수당 선불카드'로 지급돼, 순창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1인당 월 15만 원은 지역화폐(순창사랑카드) 또는 정책수당카드로 매월 말에 입금된다. 순창군민은 순창사랑카드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1인당 월 15만 원은 지역화폐(순창사랑카드) 또는 정책수당카드로 매월 말에 입금된다. 순창군민은 순창사랑카드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 최육상

순창군은 1개 읍(순창읍)과 10개 면으로 이뤄져 있는데 읍민과 면민은 기본소득 사용처와 사용방법이 다르게 적용된다. 순창군민이 공통으로 월 15만 원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5개 업종(병원·약국·안경점·영화관·학원)이 있고, 공통으로 월 합계금액 5만 원 한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업종으로 '주유소·편의점·면 하나로마트(농자재 포함)'가 있다.

공통 사용처를 제외하면 읍민은 순창군내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면민은 10개 면내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매월 말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읍민은 3개월 이내, 면민은 6개월 이내에 각각 사용해야 하는 점도 다르다. 기본소득은 기한 내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환수된다.

기본소득 사용처 읍에 70% 집중

순창군민에게 지급된 2월분 기본소득의 3주간 지역별 소비 분포는 순창읍이 54%, 면 지역이 46% 사용률을 각각 나타냈다. 순창군 인구(2월 말 기준 2만7687명)는 순창읍에 39%가량, 10개 면에 61% 정도가 거주한다. 인구수로 단순 비교했을 때, 순창읍의 기본소득 소비가 인구 대비 15%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순창군 전체 기본소득 사용처(순창사랑상품권 가맹점)의 70%가량이 순창읍에 집중된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기본소득 첫 지급 이후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다수의 면민은 "면에서 기본소득을 사용할 곳이 실제로 별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면 지역의 인구 대비 기본소득 사용률이 낮게 나타난 수치가 '쓸 곳이 별로 없음'을 뒷받침한다.

2월분 기본소득이 사용된 가맹점을 업종별로 구분하면 ▲음식점·마트 등 기타 업종 55% ▲군민 누구나 월 15만 원 전액 사용이 가능한 5대 업종(병원·약국·안경점·영화관·학원) 23% ▲군민 누구나 월 합계금액 5만 원 한도 내 사용이 가능한 '주유소 11%, 농협하나로마트(면 지역) 9%, 편의점 2%'로 각각 집계됐다.

읍민은 월 5만 원으로 한도가 정해진 업종인 주유소에서 3만 원, 편의점에서 1만 원, 면하나로마트에서 1만 원을 사용하고, 업종이 정해지지 않은 10만 원을 기본소득 사용처에서 쓸 수 있다. 5만 원 한도가 정해진 업종에서 한 푼도 쓰지 않는다면 15만 원 전액을 순창군 전체 기본소득 사용처에서 사용하면 된다.

면민은 월 5만 원으로 한도가 정해진 업종인 주유소에서 2만 원, 편의점에서 1만 5000원, 면하나로마트에서 1만 5000원을 사용하고, 업종이 정해지지 않은 10만 원을 10개 면에서 쓸 수 있다. 5만 원 한도가 정해진 업종에서 한 푼도 쓰지 않는다면 15만 원 전액을 10개 면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면 지역 경제 활성화? 후속 정책 따라야

현재 농식품부가 정한 기본소득 사용처 지침에 따르면, 면민이 읍민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해 특히 "면 지역의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당초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면 지역에서 다양한 소비처를 발굴할 수 있는 후속 지침과 정책이 뒤따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기한이 제한된 첫 기본소득 34억여 원이 시중에 풀린 이후, 상인들과 군민들은 다양한 의견을 전했다.

쌍치면의 한 상인은 "주민들이 구입하고 싶은 제품이 매장에 없는 경우 기본소득이 지급되기 전에는 그냥 가셨는데, 이제는 미리 주문해 놓고 기본소득으로 결제하고 찾아가시는 게 달라졌다"며 "기본소득이 주민들의 다양한 소비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복흥면민은 "면민이라는 이유로 장날 순창읍에 가서 짜장면도 사 먹을 수 없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면민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사용처를 순창군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창읍내 한 편의점 관계자는 "주민들이 편의점에서 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다"며 "행정에서 기본소득 사용처와 사용방법에 대해 더욱 자세하게 홍보하고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주유소 사장은 "주유 한도가 (월) 5만 원이다 보니까, 특이 어르신들의 경우 주유할 수 있는 기본소득 잔액을 매번 확인하고 본인 카드와 함께 두세 번씩 결제해야 해서 번거로운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며 "사용처별 한도 금액 설정은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순창읍민은 "기본소득을 '5만 원 한도' 사용처가 아닌 일반 가맹점에서 사용해 보니, '10만 원' 금액부터 차감되다가 10만 원이 넘어가니까 '5만 원 한도' 금액이 결제됐다"라며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종종 순창읍을 방문하는 면민들의 불만이 크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소년 다자녀를 둔 한 구림면민은 "아이들이 '기본소득으로 햄버거 하나도 못 사 먹는다'고 불만을 표현한다"며 "기본소득을 우리 면을 위해서 사용한다는 취지에는 100% 공감하지만, 솔직히 면에는 아이들이 쓸 곳이 없어서 연필 한 자루도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읍에서 쓸 수 있는 곳도 편의점밖에 없는데, 편의점을 이용하려고 하루에 차 편도 몇 번 없는 버스를 타고 오가야 되느냐"며 "차라리 면민들에게 읍내 사용처를 제한할 게 아니라, 거꾸로 읍민들에게 면내 사용처를 강제해 월 5만 원은 무조건 면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주민자치협동조합'의 의미 있는 시도

취재하며 만난 순창군민들은 "면에서 기본소득 사용처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다양한 상점 개설 요구 등이 제기됐는데, 행정이 나설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순창군내 풍산면과 유등면 등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주민자치협동조합을 조직해 기본소득으로 여러 농산물과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끔 자구책을 만들어가는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풍산주민자치협동조합은 풍산면주민자치위원회가 주축이 돼 지난해 설립한 이후 순창사랑카드 가맹점으로 등록해 풍산면민을 포함한 군민들이 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생애 첫 기본소득이 지급된 다음 날인 2월 27일 오전 풍산주민자치협동조합은 순창군내 여러 면에서 생산한 유정란, 버섯 등을 기본소득으로 구입하도록 풍산어울림센터 앞에서 판매했다. 이날 많은 군민이 방문해 기본소득으로 결제하며 풍산주민자치협동조합의 기본소득 행사를 응원했다.

구준회 풍산주민자치협동조합 이사장은 "면에서 다양한 상품을 군민들에게 기본소득으로 판매하는 '풍산장바구니마켓'을 매주 개최하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풍산주민자치협동조합을 널리 알리고, 다른 면에서도 기본소득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은 10개 군에서 내년 말까지 2년 간 시범실시된다. 정책은 현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순창군민들은 "농식품부가 순창군을 포함한 10개 군 지역 실정에 맞는 기본소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풍산주민자치협동조합은 “생애 첫 기본소득!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매주 금요일 오전 풍산어울림센터(풍산면행정복지센터 옆)에서 ‘풍산장바구니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순창군내 여러 면 지역에서 생산된 농특산물 등을 기본소득으로 구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풍산주민자치협동조합은 “생애 첫 기본소득!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매주 금요일 오전 풍산어울림센터(풍산면행정복지센터 옆)에서 ‘풍산장바구니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순창군내 여러 면 지역에서 생산된 농특산물 등을 기본소득으로 구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 최육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에도 실립니다.


#농어촌기본소득#순창군기본소득#기본소득#풍산주민자치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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