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대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보니 물컵이 사라져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기존에 사용해 왔던 스테인리스 소재 물컵 대신 일회용 종이컵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많은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 아닌가. 며칠을 지켜보다 대학교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그동안 스텐 소재의 물컵을 사용해 세척 후 재사용해 왔었는데, 갑자기 일회용 종이컵으로 변경된 부분에 대해 재사용 물컵으로의 변경을 요청합니다."

▲정수기에 있는 종이컵과 사용 후 버려진 종이컵들 ⓒ 허승은
생각해보면 종이컵을 사용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법적으로는 말이다. 현재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은 식품위생법에 따른 집단급식소나 식품접객업 매장에서의 종이컵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즉, 카페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은 금지되지만, 종이컵은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얼음이 가득 담긴 차가운 음료도 종이컵에 주는 곳들도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아래 기후부)는 지난 2025년 12월,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매장 내에서도 종이컵 사용금지를 규모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명확하고 일관된 일회용품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식당 소형컵은 사용 실태 조사 등을 검토한 후 판단하겠다고 했기에, 정수기용 종이컵은 사용금지 품목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식당 소형컵을 저평량 종이컵이라고 하는데 정수기용 종이컵은 저평량 종이컵보다 더 작고 얇다). 그러나 정수기용 종이컵이라 하더라도 종이컵은 일회용품이다.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한다면 가장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것이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는 것 아닌가.
이러한 문제는 종이컵만의 문제도, 특정 대학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다. 대학캠퍼스의 쓰레기 문제는 매우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아래는 각 학교 학보사에 게재됐던 쓰레기 문제 관련 기사들의 제목이다.
깨끗한 학교를 만드는 학우들의 관심 (아주대학보. 2016.05.16.)
시험기간마다 돌아오는 중앙도서관 쓰레기 문제 (서울시립대신문. 2019. 05.08.)
나 한 사람부터 시작하는 분리수거(가톨릭대학보. 2022.09.30.)
제로웨이스트 캠퍼스, 갈길이 멀다(연세춘추. 2023.05.08.)
교내 쓰레기 문제 96.7%가 인식, 90%가 개선 필요 (한림학보. 2025.06.09.)
캠퍼스는 일회용품 규제의 치외법권? (서울대저널, 2023.09.13.)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우리 대학 분리수거(세종대신문. 2023. 03.27.)
대학 캠퍼스는 하나의 소도시처럼 자원과 에너지가 집약되어 소비되는 공간이다. 학생, 연구자, 교직원 등이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하고, 다양한 폐기물과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1일 평균 300kg 이상의 폐기물을 배출하면서 '배출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곳의 경우 비배출시설계(사업장생활계)로 분류되는데, 대학교도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 사업장 비배출시설계 배출량은 2018년 6122만 톤/년에서 2023년 8326만 톤/년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4년 나온 <지속가능한 캠퍼스의 가능성과 한계>(허필윤·이용숙)에 따르면 K대학교의 경우 연간 폐기물 배출량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3년 기준 1987.02톤(2019년 1456.42톤)에 달한다.
해당 통계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사업장 비배출시설계 배출량 증가와 대학 캠퍼스 폐기물 배출량이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이와 관련된 자치단체 차원의 사업 등도 진행됐는데, 2022년 서울시는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했다면서 폐기물 감량 사업인 '제로캠퍼스'에 참여할 대학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캠퍼스 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득 쌓인 쓰레기들. 쓰레기를 잘 치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 허승은

▲대학 축제에서 사용된 일회용품들. ⓒ 허승은
대학 캠퍼스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노력
대학은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대표적 기관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요구받아 왔다. 강의실과 연구실, 기숙사, 도서관 등 대형 건물을 상시적으로 운영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데다, 연구나 실험 등의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온실가스가 나온다. 서울대학교 <총동창신문>은 지난해 8월, 2023년 기준 서울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5만 tCO₂eq에 달하며, 이는 중형 승용차 약 3만 대가 연간 배출하는 탄소량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많은 대학들은 대학 내 인벤토리 구축 및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는 행정체제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구성원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인식을 고취하기 위한 에코동아리 및 에코커리큘럼 등 환경교육을 계획하고 시행했다.
캠퍼스의 친환경성에 대한 개념이 변화함에 따라 그린캠퍼스, 탄소중립캠퍼스, 지속가능캠퍼스로 혼용되어 사용되어 왔지만, 고효율 설비 및 친환경 인프라 구축, 물 사용량과 쓰레기 배출량,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공개, 지속가능성 교육과 일회용기 없는 축제 등 캠퍼스 내에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꾸준히 진행하는 대학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이런 상황은 쓰레기 문제의 경우 정보 공개와 일회성 캠페인만으로는 배출 저감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확인시켜준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원의 효율적인 소비를 통해 폐기물 발생 및 소각·매립 등의 처분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폐기물 관리에서도 감량·재사용에 대한 정책이 가장 상위에 존재한다. 폐기물 감량의 실체적 행동은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을 사용해 폐기되거나 재활용되는 일회용 컵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물론 불가피하게 사용한 일회용컵은 재활용 프로세스에 투입되어 재활용을 통한 자원 절약 및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와의 협력 필요
전국 다수의 지자체는 지역 인재 양성, 지역사회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지역 내 대학과 다양한 협력을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2022년부터 '제로웨이스트 서울'이라는 정책을 추진하며 대학 내 생활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로캠퍼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와 근처 카페에서는 다회용 컵 사용, 교내, 학교 근처 식당에서는 다회용기 사용 노력, 학교 편의점과 상점 등에서 1회용 비닐봉지 제공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또 교내 적정 분리수거함을 운영하고 환경동아리에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진행하며 서울시는 참여 대학에 제로캠퍼스 폐기물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학교별 특성에 따른 폐기물 관리 대책을 수립, 실천하도록 제안했다.
이외에도 2023년엔 제로캠퍼스 아이디어 공모전 등으로 대학생들의 자발적 실천을 지원했고, 2024년에는 대학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한 친환경 축제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다회용기 부스 운영을 지원했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엔 국가와 사회가 비용과 운영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대학 교육의 성과가 사회 전반의 발전과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서울의 많은 대학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제로캠퍼스 사업과 적극 협력하지 않고 있다.
각 대학이 캠퍼스 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학교 곳곳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는 학내 구성원들을 상대로 환경오염과 쓰레기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에서 학내에서 일회용 생수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음수대를 이용토록 권장하고 있고, 학내 카페의 매장 내에서는 다회용 컵 사용만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쓰레기 문제는 구성원 행동뿐 아니라 학교의 시스템 개선과 밀접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대학 캠퍼스는 다량의 폐기물을 배출하는 곳으로써 대학은 선도적으로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노력, 캠퍼스의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 학내 구성원의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 지자체와의 정책 파트너로서 협력의 노력 등을 해야 한다.
다시 처음 에피소드로 돌아가서, 일회용 종이컵 대신 다회용 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을 조치해 달라는 의견에 대해 학교의 답변은 이러했다.
"다회용 컵 사용 개선을 위해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말씀해 주신 내용을 확인한 결과, 3월 개강 이후, 이용자가 대폭 증가하여 다회용 컵의 신속한 세척 및 진열에 어려움이 있어, 3월 중순부터 부득이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이에, 건의사항을 운영업체에 전달하면서, 운영에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다회용 컵 사용을 권고했으며, 업체에서도 의견을 수용하여 4월부터는 다시 다회용 컵을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학교 발전을 위해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주신 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넘쳐나는 일회용품, 분리배출되지 않은 쓰레기들, 쌓인 쓰레기로 인한 악취와 위생 문제, 그리고 넘치는 쓰레기를 바라보며 드는 불편한 마음들. 이 현상과 마음이 반복되면서 피로감만 커지고 있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우리의 관심과 행동이 이렇게 변화의 바람을 불어온다.

▲다시 돌아온 스테일리스 물컵 ⓒ 허승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지속가능발전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