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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둘러싸고 여권 안팎에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 글은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 처장이 SNS에 올린 글을 수정해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내용입니다. 그는 2022년 민주당 새로고침위위원회에 간사로 참여해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글은 정치학자로서 현재의 정치적 개념의 혼란에 대한 의견으로, 공적 위치와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밝힙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사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해 6월 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중학교 1층 체육관에 마련된 월영동 제4·5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해 6월 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중학교 1층 체육관에 마련된 월영동 제4·5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에 ABC 논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것을 '논쟁'으로 불러야 할지, 아니면 '오해'나 '논란'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할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시민 작가가 제시한 ABC는, 현재 민주당 혹은 대통령의 지지자가 3그룹으로 나뉘는데, '가치 추구 중심의 A그룹', 이익 추구 중심의 B그룹, 이들 간 교집합인 C그룹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민주당의 코어 지지층은 A그룹에 많다고도 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구분은 정치권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친구 사이에서도, 회사 동료 사이에서도 흔히 하는 말일 것입니다. 유 작가는 막스 베버를 언급했지만, 맹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양혜왕이 나라에 이익이 되는 것을 묻자, 맹자는 '어찌 이익을 말하십니까. 오직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답한다. 의리와 이익 간의 갈등은, 이제 너무 흔해진 조폭 영화의 단골 테마가 아니든가요. 결국 이 이야기가 사람들 귀에 쏙 들어오고, 유튜브에서 핫해진 것은 어쩌면 지금의 정치판을 조폭들의 세계처럼 비유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초 '뉴 이재명'이라는 단어도 정치권에서 회자됐습니다. 이 용어는 지난해 9월 <한겨레>가 한국정당학회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대선 전후에 나타나는 뚜렷한 대통령 지지집단의 차이를 명명한 것입니다. 새로운 지지집단이 '올드 이재명'과는 정치성향에서 크게 차이가 날 정도로 진보색이 약하고, 그 크기가 전체 지지층의 1/4이나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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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전 <한겨레> 정치부장은 이에 대해 "'뉴 이재명'이 엉뚱하게 소환되기 시작했다. '올드 이재명=구 운동권=친정청래', '뉴 이재명=중도 실용=친이재명' 프레임이 친여 정치 유튜버들과 민주당 정치인들에 의해 확산된 것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갈등을 거친 뒤에는 '올드 이재명=친문재인(조국)=합당 찬성' '뉴 이재명='찐'이재명=합당 반대'로 의미 연쇄가 확장됐다. '집토끼'(고정 지지층=올드 이재명)에 '산토끼'(부동층=뉴 이재명)의 지지를 더해야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덧셈'의 정치 산식이, 집권 여당의 내부 갈라치기용 '뺄셈'의 산식, '권력투쟁의 언어'가 된 것이다"라고 평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와 비슷한 일이 ABC를 두고도 벌어졌고, 소위 '공소취소 거래설' 같은 요상한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5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
25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 ⓒ 매불쇼

저는 최근의 이 두 용어 혹은 프레임을 두고 정치적 담론이 형성되는 방식에 문제가 있고, 그것이 특정 정당의 당내 투쟁적 성격을 넘어 우리의 정치나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돼 이 짦은 메모를 씁니다.

우선 'ABC'든 '뉴 이재명'이든 이것이 정치적 개념으로 활용이 되려면, 일종의 개념적 정의와 범주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의 정치 언술에서는 이 단어들이 3가지 층위에서 서로 다른 집단을 지칭하는 데 사용됩니다. 각각 ① 정치행위자(정치인, 평론가 등) ② 당원 ③ 지지자(유권자) 층위입니다.

'뉴 이재명'의 경우 <한겨레>는 이것을 지지자 층위에서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것을 당원이나 심지어 정치행위자 수준에서 특정집단이나 성향에 적용해서 프레임을 만들었습니다. 많은 경우 아전인수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세영 기자는 이 용어가 지지자를 넘어 확장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저는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지지자의 특성에 대한 분류가 곧바로 당원집단이나 정치행위자들의 모임(계파)을 지칭하는 것으로 확장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일정한 집단들이 그 지지층을 일시적·파편적으로 대변할 수 있겠지만, 그들과 지지자 집단 사이에 특정한 '대표-피대표 관계'나 정치적 일체감이 형성됐다고 볼 근거가 매우 희박합니다.

유시민 작가가 베버를 언급한 것으로 보아, 그는 아마도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이 분류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설명을 듣다 보면, 그 범주가 당원이나 지지자까지 넓어지기도 합니다. 현재의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입당한 사람들이나 단순 지지자들 중에서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B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용어를 제시한 주체를 넘어서, 요즘 유튜브나 TV 패널들을 보면, 이 세 층위에서 각각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저 개념들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한 사람이 여러 범주를 뒤섞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상호 토론에서도 전혀 핀트가 맞지 않는 수위에서 단어와 프레임을 사용해서, 혼란과 오해가 극대화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법 진지한 것 같지만, 실은 서로 아무 말이나 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제 생각은 간단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정치적 지지를 보내는 데도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유들이 중첩되기도 하고, 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ABC든 뉴 이재명이든, 가장 설명력이 높은 것은 넓은 의미의 지지자 집단 특성 정도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리와 이익이라는 간단한 이분법을 넘어 '뉴 이재명'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때, 우리가 이 용어나 프레임을 제대로,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구분을 현재 대통령 지지자의 특성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의 보고서에 나타난 결과에 나타나 있다고 봅니다. 사실 그 보고서의 결과는 지금 ABC나 뉴 이재명이라는 용어를 사실상 예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는 3000명을 대상으로 웹조사를 진행, 유권자 성향을 단순 이념지향이 아닌 개별 정책 이슈에 관한 판단 등을 기준으로 크게 6가지 집단으로 구분했다.
더불어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는 3000명을 대상으로 웹조사를 진행, 유권자 성향을 단순 이념지향이 아닌 개별 정책 이슈에 관한 판단 등을 기준으로 크게 6가지 집단으로 구분했다. ⓒ 더불어민주당

당시 보고서에서는 한국 유권자들을 진보-보수의 이분법으로 분류하거나, 고정된 양당 정당 지지층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대신 6개 정도의 분화된 그룹을 제시했습니다. 그룹의 명칭과 분포는 아래와 같습니다.

평등·평화(37.7%), 능력주의 보수(21.5%), 친환경·신성장(18.8%), 반권위·포퓰리즘(9.3%), 민생우선(6.4%), 배타적 개혁우선(6.3%)

민주당에서 보면 35~40% 정도의 고정지지층(평등·평화 그룹)이 있는데, 이 집단에 개혁우선 그룹만 더해서는 5:5의 팽팽한 구도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지난 세 번의 대선이 그랬습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20~25%의 강성보수층(자유능력주의 그룹)이 있는데, 이들이 윤석열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었습니다. 여기에 온건보수(친환경·신성장 그룹)과 개혁신당 지지층을 포함한 반권위·포퓰리즘 그룹이 더해져서 보수정당 지지를 구성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보고서의 결론은, 민주당이 지지층 확장을 위해서는 평등·평화 그룹의 핵심 가치를 분명히 하면서 자유능력주의 그룹과는 가치 경쟁을 하고, 친환경·신성장 그룹, 민생우선 그룹 등을 정책적으로 포섭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중도보수 대표론이나 ABC 분류, 뉴 이재명 같은 개념들을 보면, 확실히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전략은 이 보고서의 내용을 잘 따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정책을 보면 더욱 잘 나타납니다.

집값 안정을 위한 강력한 부동산 정책은 기존 지지층에게 확실한 신뢰를 줬고, 증시 부양 정책, AI 육성 정책, 친환경에너지 정책 등은 친환경·신성장 그룹에, 기본소득 시범실시와 지역사랑상품권 등의 정책은 민생우선 그룹에게 직접 호소력이 있는 정책입니다. 또한 사법개혁 등은 개혁우선 그룹과 반권위·포퓰리즘 그룹이 모두 선호하는 정책입니다.

그 결과 대선까지는 팽팽했지만, 이후에는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60% 지지를 유지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20%대의 지지로 내려앉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여전히 이전의 대선 때처럼 평등·평화와 개혁우선 그룹에 집중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모든 그룹을 고려하며 타깃형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다만 부동산 정책 등에서 강한 어조로 자유능력주의 그룹과 각을 세웁니다. 국민의힘은 현재로서는 고정지지층의 지지로 당선된 지도부와 온건보수의 지지까지 넓게 얻어야 한다는 입장이 교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는 3000명을 대상으로 웹조사를 진행, 유권자 성향을 단순 이념지향이 아닌 개별 정책 이슈에 관한 판단 등을 기준으로 크게 6가지 집단으로 구분했다. 이 잣대를 민주당 지지층에게 적용한 결과 절대 다수는 평등평화그룹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는 3000명을 대상으로 웹조사를 진행, 유권자 성향을 단순 이념지향이 아닌 개별 정책 이슈에 관한 판단 등을 기준으로 크게 6가지 집단으로 구분했다. 이 잣대를 민주당 지지층에게 적용한 결과 절대 다수는 평등평화그룹이었다. ⓒ 더불어민주당

사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특정 정당의 구체적인 정무전략이나 정책의 제시보다는, 우리 유권자들이 이제 다양한 복합 이슈에 반응하고, 간단하게 진영이나 이념으로 자기의 선호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실제로 위 6가지 그룹 분류의 내용에는 가치와 이익이 뒤섞여있고, 한 그룹 안에서도 가치와 이익은 결합합니다. 결국 보수라고 다 같은 보수가 아니고, 진보라고 항상 진보적 정당을 찍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생각보다 복잡한 존재고, 정치적으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 글을 통해 제가 말하려는 것은 ① 개념을 사용할 때 혼란스럽지 않아야, 정치적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② 간단한 설명은 간명함에서 장점이 있지만, 그 이면의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 ③ 정당과 정치행위자들이 보다 분명한 근거를 갖고 정무적 정책적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경쟁하는 것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고, 본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국민은 불법적 비상계엄도 잘 극복했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도 매우 높습니다. 한국 정치의 담론이 음모론이나 너무 간단한 프레임에 갇히기보다는, 보다 실제적이고 풍부한 논쟁을 통해서 정치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025년 6월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문화의마당에서열린 마지막 유세를 하는 동안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5-06-0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025년 6월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문화의마당에서열린 마지막 유세를 하는 동안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5-06-02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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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외비 보고서 단독입수①] 선거 연패 이유, '이대남' 말고 또 있었다 https://omn.kr/20lz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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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뉴이재명#새로고침보고서#이관후#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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