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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31 09:30최종 업데이트 26.04.01 09:03

"진달래 얼마나 폈니?" 물음에 더 전하고 싶은 것

여수의 봄 소식... 화전 부치며 눈으로, 입으로, 마음으로 맞는 계절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심산 여수 웅천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안심산여수 웅천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 김용자

서울에 사는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수는 진달래 얼마나 폈니?"

여수에 살다 보니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꽃 소식을 묻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계절을 전해 주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여수는 남쪽이라 봄이 빨리 와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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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인들과 셋이서 여수 안심산에 올랐다. 산자락을 따라 진달래가 조용히 번지고 있었고, 개화는 50% 정도였다. 아직 만개는 아니었지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이미 봄이 한창이었다.

친구는 지난 토요일 여수 영취산에 다녀왔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영취산 진달래도 50% 정도 피어 이번 주가 절정일 것 같다는 소식이었다.

여수에서 진달래는 산에만 피는 꽃이 아니다. 꽃이 피면 사람들은 산에 올라 진달래를 조금 따다가 화전을 부친다. 깨끗이 씻은 꽃잎을 찹쌀 반죽에 얹어 부쳐 내면, 봄을 먹는 것 같다. 진달래는 마음에도 피는 꽃이다.

화전 진달래로 화전 부쳐서 술 한 잔 했다는 지인의 소식
화전진달래로 화전 부쳐서 술 한 잔 했다는 지인의 소식 ⓒ 이민숙

화전을 부칠 때면 사람들도 함께 모인다. 한 장 부쳐서 나눠 먹고, 건네며, 그렇게 봄이 온다. 그래서 여수의 봄은 눈으로 , 입으로 , 사람들 마음으로 온다.

서울에 있는 오빠는 꽃이 얼마나 폈는지 물었지만, 내가 전해 주고 싶은 것은 꽃의 개화 소식만은 아니다. 꽃이 피면 화전을 부쳐 먹는 사람들 이야기, 서로 안부를 묻는 사람들 이야기, 그런 것이 내가 사는 여수의 봄 소식이다.

안심산 진달래 하산길에 일행들의 뒷모습
안심산진달래 하산길에 일행들의 뒷모습 ⓒ 김용자

오후 들어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소리가 조용하게 들린다. 빗소리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꽃이 피고 화전을 붙이는 계절이지만 이란과 미국, 그리고 이스라엘 전쟁 뉴스에 마음 한 쪽이 무거워 진다.

평범하게 봄을 맞이하고 화전을 부쳐 먹을 수 있는 것은, 진달래 붉게 물드는 이 계절이 아름다운 것은, 서로 안부를 묻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이란 전쟁에 안부 물을 사람은 없지만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 그들에게도 꽃피는 봄이 하루 빨리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서로 안부를 묻고 화전을 부칠 수 있는 전쟁 없는 세상을 소망하며 시인의 시 <진달래 산천>에 기대어 위로한다.

진달래 산천

신동엽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었어요.

잔디밭엔 장총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려 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뼈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해 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살이 튀는 산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놓고 가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붙도록.
뼈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려 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엔 담뱃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여수#진달래#화전#안심산#진달래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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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자 (jkyj0925) 내방

여수 바다를 품고 살다가 먼바다로 새롭게 항해하고자 합니다 고래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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