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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애초 금방 끝날 것이라던 트럼프의 기대와 달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전쟁이 벌써 한 달을 넘겼다. 트럼프는 연일 트루스소셜과 언론을 통해 "협상이 재개됐다, 대화가 잘 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정작 상대방인 이란은 이를 "가짜뉴스"라고 일축한다. 뒤로는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면서 앞에서는 기만전술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약 5,000명의 해병대를 이란 주변에 배치하는 등 지상군 투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며 현재 이란은 '결사항전'을 천명하며 맞서고 있다.

이번 전쟁은 미국과 이란의 대립을 넘어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시리아 내 민병대들이 일제히 이스라엘과 미군 기지를 공격하며 전선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등 '5차 중동전쟁' 양상을 띠고 있어 해결이 결코 간단치 않다. 전쟁을 게임하듯 시작한 미국은 '참수작전'으로 신속히 끝낼 수 있다는 오판에 빠져 스스로 판 수렁 속으로 기어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2026년 3월 7일, 이란 테헤란에서 폭발 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 마지드 아스가리푸르/WANA(서아시아 통신사)
2026년 3월 7일, 이란 테헤란에서 폭발 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 마지드 아스가리푸르/WANA(서아시아 통신사) ⓒ 로이터/연합뉴스

과거 미국의 중동 개입사는 잔혹한 교훈을 남겼다. 1991년 걸프전 승리는 10년 후 9·11 테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시작한 아프가니스탄(2001~2021)과 이라크 전쟁(2003~2011)은 20년 가까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4.4조 달러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었고, 7천 명의 미군 사망자와 5만 3천 명의 부상자를 냈다. 결국 전쟁의 피해는 군인과 민간인, 재정 부담을 지는 시민들이 입었으며, 그 이익은 무기를 팔아치운 군산복합체 자본과 이를 실현한 정치권력이 독차지했다.

경제학적 상식을 뒤엎는 '괴물', 스태그플레이션의 부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오후 휘발유 가격이 1757원으로 부산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해운대구 한 주유소에서 차량이 주유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6.3.13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13일 오후 휘발유 가격이 1757원으로 부산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해운대구 한 주유소에서 차량이 주유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6.3.13 ⓒ 연합뉴스
지금의 전쟁 양상은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소름 돋을 정도로 닮아 있다. 당시 미국과 유럽 시민들은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 앞에 수 킬로미터씩 줄을 서야 했고, 번호판 끝자리에 따른 '배급제'까지 실시됐다. 물가는 13% 이상 폭등했고 실업률은 10%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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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경기가 침체되면 수요가 줄어 물가가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 경제학의 상식이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이 상식을 비웃는 '괴물'이었다. 에너지가 모든 산업의 기초인 현대 경제에서 석유(원자재) 값이 폭등하자, 기업들은 생산 원가를 감당하지 못해 물건값을 올리면서도 동시에 공장 가동을 멈추고 노동자를 해고했다. 물가는 천장을 뚫고 치솟는데 일자리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출구 없는 고통이 밀어닥친 것이다.

당시 미국은 이 괴물을 잡기 위해 20%가 넘는 초고금리 정책을 펼쳤고,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서민들이 고물가와 실업에 신음한 끝에야 겨우 불길을 잡았다. 이 영향으로 세계 경제는 케인즈주의를 폐기하고 신자유주의로 급격히 전환되었다.

주요국 연간 원유소비량(2024년), 주요국 경제 원유의존도(2024년) (현안과 과제) '오일쇼크 발 스크루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 연구보고 갈무리
주요국 연간 원유소비량(2024년), 주요국 경제 원유의존도(2024년)(현안과 과제) '오일쇼크 발 스크루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 연구보고 갈무리 ⓒ 현대경제연구원

오늘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속에 이 공포의 그림자가 다시 짙게 드리우고 있다. 특히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가장 취약하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달러 환율 상승과 주가 하락의 연쇄 작용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지속된다면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의 '3고(高)' 압박 속에서 시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전 세계로 번지는 "왕은 없다", 파병이 아닌 연대를

 2026년 3월 2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전국적인 ‘노 킹스(No Kings)’ 시위 중, 참가자들이 시청청 앞에서 이민 단속과 연방 정부의 권한 남용에 항의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2026년 3월 2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전국적인 ‘노 킹스(No Kings)’ 시위 중, 참가자들이 시청청 앞에서 이민 단속과 연방 정부의 권한 남용에 항의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 AFP/연합뉴스

더 이상 이 불의한 전쟁을 지켜볼 수 없다는 시민들이 저항에 나섰다. 지난 3월 28일, 미국 전역에서는 "폭군 트럼프를 저지하라"며 '왕은 없다(No Kings)' 집회가 열렸다. 전국 3,300여 곳에서 800만 명이 참여한 이 반전 시위는 대책 없는 전쟁과 치솟는 물가에 대한 분노의 분출이었다. 전쟁 한 달 만에 미국 유가는 33% 뛰었고, LA 등에선 갤런당 8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 함성은 국경을 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는 "폭격으로 민주주의를 심을 수 없다"는 외침이 울려 퍼졌고, 마드리드, 베를린, 파리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평화헌법 정신을 강조하며 미국의 전쟁 지원 요구를 규탄했고, 한국에서도 광화문 일대에 시민들이 모여 한반도 평화와 민생을 위협하는 전쟁 반대를 외치고 있다.

 트럼프규탄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략을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미사일 공습으로 여자 초등학교가 직격탄을 맞아 학생들이 숨진 참사를 애도하는 뜻으로 유혈을 상징하는 붉은색 물로 얼룩진 가방과 책상에 흰색 국화를 놓고 회견을 진행했다.
트럼프규탄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략을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미사일 공습으로 여자 초등학교가 직격탄을 맞아 학생들이 숨진 참사를 애도하는 뜻으로 유혈을 상징하는 붉은색 물로 얼룩진 가방과 책상에 흰색 국화를 놓고 회견을 진행했다. ⓒ 유성호

미국은 노골적으로 한국에 파병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 위반이자 허울뿐인 명분으로 시작된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을 보낼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이재명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보여줘야 할 것은 미국의 명분 없는 전쟁에 들러리를 서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고통과 파멸로 몰아넣고 있는 더러운 전쟁을 거부하는 것이다.

전쟁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전쟁 반대와 평화를 외치는 전 세계 시민들의 굳건한 연대만이 이 파멸의 포화를 멈출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재민씨는 '트럼프 규탄 국제민중공동행동 조직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이란전쟁#유가상승#스태그플레이션#노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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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의당 사무총장, 서울특별시당 위원장 / 정의당 전국당원포럼 '또다른플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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