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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앱에 알림이 떴다.
준비물 : 단소(플라스틱)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쇼핑 앱을 켰다. 검색 창에 '플라스틱 단소'를 입력하고, 가장 빠르게 배송 되는 상품 몇 개를 골랐다. 쇼핑 앱 장바구니에서 '친환경 플라스틱 단소'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결제를 했다.
결정부터 결제까지 걸린 시간은 채 몇 분이 되지 않았다. 최근 단 한 번도 아이의 학교 준비물을 쇼핑 앱에서 사고 결제하는 것을 이상하다고 여겨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단소를 구매하고 나니, 얼마 전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단소가 당장 필요해서 사려고 여기저기 전화했는데, 파는 데가 딱 한 곳이더라. 심지어 애 학교에서도 멀어."

▲문방구 풍경 ⓒ domain on Unsplash
친구의 말을 떠올리자, 아이가 학교에 입학해서 단 한 번도 스스로 문구점에 가서 자신의 학습 준비물을 산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의 학교 가는 길에는 그 흔한 분식점도, 문방구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나의 모교 앞에는 일곱, 여덟 곳의 문방구가 줄지어 있었고, 등굣길은 아이들의 치열한 학습 준비물 구입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준비물을 고르기 위해 몇 번이나 집어 들었다 놓고, 주머니 속 동전을 꺼내 가격을 맞춰보던 순간들과 얼마 전 모교 앞을 지나가며 아이에게 했던 말도 생각났다.
"예전에 여기 문방구 엄청 많았어. 저기는 학원이 아니라 떡볶이 팔던 분식집이었고. 지금은 재개발로 가로 막혀 있지만, 저 벽 안쪽에는 달고나 만들어 먹을 수 있었던 가게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대로 씻지도 않은 국자를 아이들끼리 서로 돌려가며 만들어 먹었어."
나의 말에 아이는 '에이 설마'라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었다. 그렇다. 지금은 그 많던 문방구는 다 사라지고 한 곳만 남아 있었다. 그마저도 테이크아웃 커피와 함께 파는 문구점으로 바뀌어 있었고, 초등학생 한두 명만 서도 꽉 찰 것 같은 크기에 문 앞에는 "전화 주시면 나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그 많던 문방구는 왜 사라졌을까. 솔직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옆으로 눈길을 돌려 '2026년도 1학기 학습 준비물 안내' 가정통신문을 집어 들었다.
학교에서 지원되는 학습 준비물은 양면 색종이, 찰흙 점토, 지점토, 테이프 리필, 풍선, 모양자 세트, 하드보드지, 철사끈 등. 심지어 우리 아이의 학년에는 상추 모종 텃밭 세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정에서 직접 구매가 필요한 학습 준비물은 기본 학용품인 연필, 공책, 지우개, 그리고 위생 관리가 필요한 리코더 또는 단소 등이었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가 입학할 때 탬버린이며 캐스터네츠 등이 담긴 악기 세트를 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문방구를 들르지 않아도 되게 되었고, 가정에서 구매할 것은 필요하면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으로, 사용할 아이가 고르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골라 아이에게 건네주는 방식이 되었다. 이런 사소한 것 하나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보지 못한 채 자라나는 시대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 편이 씁쓸해졌다.
친구들과 문방구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불량 식품을 나눠 먹던 기억, 깨끗이 씻지도 않은 국자에 달고나를 만들어 먹으며 웃던 순간들, 연탄불 사이로 쫄쫄이를 익혀 먹던 나날들.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 아닌 일이지만, 그 사소한 기억들 덕분에 쉽게 웃을 수 없는 이 시대에도 나는 그 기억들을 떠올리며 웃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며칠 전, 아이가 친한 언니와 지하철 한 코스 거리에 다이소에 가고 싶다고 했고, 나는 알겠다고 하고 보냈다. 직접 고르고, 망설이고, 스스로 결정해보는 경험. 사소해 보이지만 그 과정이야말로 아이들이 자라게 하는 시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