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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것은 웰빙, 잘 죽는 것은 웰다잉, 잘 늙어가는 것은 웰에이징이다. 100세 시대, 삶에서 가장 긴 구간을 웰에이징하기 위한 마음은 모두에게 중요하다. 인생의 중반부에 들어선 지금, 후반부를 웰에이징하기 위한 결심들을 소개한다.
22년 만에 다시 대학생이 되었다. 방송통신대학교(아래 방통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이 되어, 설렘으로 새학기를 보내고 있다. 사실 이렇게 즐거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조금은 얼떨떨하기도 하다. 지난해까지도 나는 불안감과 무기력으로 하루를 겨우 보내고 있었다. 10년 넘게 다닌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아 고용 불안이 커져갔고, 그로 인한 무력감에 우울했다.

그러다 지난 2월, 오랫동안 마음에만 품어두던 일을 덜컥 저질렀다. 방송대 사회복지학과 편입. 처음에는 그저 단순하게 사회복지사 자격증이나 따볼까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공부를 시작하고 그곳에서 다양한 학우들을 만나며 생각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학우들

방송대 강의실 안양캠퍼스 강의실에서 수업 기다리고 있다
방송대 강의실안양캠퍼스 강의실에서 수업 기다리고 있다 ⓒ 이혜란

방통대 사회복지학과는 3학년 편입생이 대부분이다. 물론 몇 해 전부터 1학년 신입생 입학이 가능하지만, 학과 특성상 두 번째 대학인 학우들이 많다. 나 역시 20대를 거쳐 40대가 되어 다시 두 번째 대학생이 되었다. 입학 원서를 접수하고 합격자 발표 문자를 받던 날,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 좋았다. 등록금을 납부하고 처리가 완료된 후에는 사회복지학과 학생이라는 소속과 학번이 부여되었다. 04학번이었던 나는 다시 26학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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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석 강의를 듣던 날,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학우들의 모습에 비로소 이곳이 방송대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사회복지학과 강의실을 찾아 함께 이동하고 빈 책상을 찾아 앉으며 주위를 살폈다. 모두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왔을까. 호기심에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진지하게 자리에 앉아 조용하게 수업을 기다렸다.

학우들의 연령대는 50대가 가장 많았고 그중에서는 60대와 70대도 있었다. 특히 내 근처에 앉았던 60대 남짓의 학우는 필통과 교재 그리고 물통을 반듯하게 책상에 펼쳐놓고 꼿꼿하게 앉아 교수님을 기다렸다. 교수님이 들어 오시자, 똑 부러진 모범생처럼 안경 케이스에서 안경을 꺼내 쓰고 정면을 응시했다.

강의가 끝나고 조별 발표 과제 시간이 되었다. 조별 과제를 시작하니 조용했던 강의실이 시끌벅적해졌다. 다양한 연령대의 학우들과 공통의 과제를 두고 논의하고 토론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앉은 자리를 기준으로 무작위로 배정된 조였지만, 과제를 준비하며 얼굴을 마주보고 왜 공부를 시작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한 조씩 차례대로 과제를 발표하고 각자 조원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되었다. 마이크를 돌려가며 간단한 인사와 자기소개를 했다. 한 70대 학우는 전직 공무원으로, 복지과에 재직하다 정년퇴직한 뒤 다시 공부를 시작하셨다고 했다.

새로이 공부를 시작하니 무척 신이나고 설렌다는 말에 모두들 박수를 쳤다. 또 다른 60대 학우는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래 고민해서 시작한 일인데, 끝까지 졸업할 수 있게 동기분들이 잘 도와달라는 말에 역시 또 한 번 박수가 나왔다.

20대부터 70대까지 우리는 모두 같은 학번

방송대 출석 수업 시간표 26학년 1학기 사회복지학 출석수업표가 안내 되어 있다
방송대 출석 수업 시간표26학년 1학기 사회복지학 출석수업표가 안내 되어 있다 ⓒ 이혜란

2025년 방송대 지원자 연령 통계 분석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비율이 가장 높다. 이는 2010년대 후반부터 상승하여 근래 3년 동안 연령대별 분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50대 이상 지원자 중 60대 이상은 약 31.5%에 해당된다.

지금까지 내가 속해왔던 사회는 나이나 경력에 따른 위계질서가 암묵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학교와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도 나이는 늘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러나 20년 만에 다시 간 학교는 달랐다. 이곳에서는 이전의 경력이나 나이가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었다. 우리는 그저 같은 3학년 학생일 뿐이었다.

출석수업 후 과제물 공지가 나가자 모두들 분주해졌다.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질문이 오갔고, 이해하지 못하는 학우에게는 다른이들이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교수님께 내용이 어렵다고 장난섞인 투정을 부리는 60대 학우를 보면서 나 역시 그렇다며 공감의 웃음을 보내기도 했다.

처음 쓰는 레포트니까 표절 대신 성의껏 열심히 쓰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교수님들 말씀에도 모두들 걱정스런 표정이다. 첫 레포트가 막막하기는 모두가 마찬가지인 새내기 학생들이었다.

공부의 결과는 여전히 모르지만

조별 발표 과제 처음 만난 학우들과 과제를 논의하고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
조별 발표 과제처음 만난 학우들과 과제를 논의하고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 ⓒ 이혜란

방송대의 성적 기준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다. 때문에 경쟁이 아닌 서로 함께 도와가며 좋은 학점을 받도록 격려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요즘은 중간 과제물 제출기간으로 학과 단톡방에는 메시지가 바쁘게 오간다.

글 자체는 무엇으로 하고 줄간격은 어떻게 하는지, 표지를 포함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들이 이어진다. 사실 모든 정보는 온라인에 있지만 정보 검색이 서툰 연령대의 학우들에게는 모든 것이 어렵고 답답할 것 같다. 물론 나 역시 허둥대고 있는 중이지만, 그래도 하나씩 차근차근 알아가며 공부하는 요즘이다.

마흔 넘어 시작한 공부가 막막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그날 만났던 나의 만학도 학우들을 떠올린다. 그들에게는 이 공부가 취업이나 미래에 대한 대비가 아닌 공부 그 자체이기에 이 과정 또한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불안과 무기력을 탈피하고자 시작한 공부였지만, 늦은 나이에 새로 무언가를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가 용기와 힘을 얻은 건 분명하다. 여전히 이 공부의 끝이 무엇을 가져다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고 싶은지는 확실히 알 것 같다.

인생의 중반부에 들어선 지금, 후반부를 웰에이징하기 위한 결심들을 소개한다.
#방송대입학#두번째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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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더 천진난만한 어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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