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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간호학과 지원하려고요."

2년 전, 대학 입시를 앞둔 06년생 아들의 폭탄 선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28년이라는 세월 동안 임상을 지켜온 베테랑 간호사인 저에게, 간호사라는 직업은 자부심인 동시에 지독한 '인내'의 산물이었기 때문입니다.

3교대의 불규칙한 삶, 남들 다 쉬는 주말에 환자 곁을 지키느라 아이의 성장 과정을 오롯이 함께하지 못했던 미안함, 육아와 병행하며 입술을 깨물고 버텼던 그 고단한 길을 왜 굳이 아들이 따라가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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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간호사니? 엄마 힘들게 일하는 거 다 봤으면서."

제 물음에 아들은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아들의 기억 속에 비친 엄마는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하는 노동자가 아니었습니다.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인정받고, 동료들에게 존경받으며, 수많은 생명의 갈림길에서 침착하게 제 역할을 다하는 '전문가'였습니다.

"엄마가 병원에서 환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마음까지 치료해 주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어요. AI 시대가 와도 사람의 마음을 만지는 간호사는 절대 대체할 수 없잖아요."

그랬습니다. 아들은 나의 '고통'보다 나의 '가치'를 먼저 보고 있었습니다. 자식의 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이제 막 이 길에 들어서려는 아들을 위해 기성세대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떠올라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아들이 간호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고, 환자 곁을 지키는 매 순간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들이 간호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고, 환자 곁을 지키는 매 순간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 justmejuliee on Unsplash

최근 간호법이 제정되면서 처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습니다. 하지만 28년 차 간호사인 제가 느끼기에 임상 현장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신규 간호사들은 쏟아지는 업무량과 열악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던집니다. 법은 만들어졌으되,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거북이 걸음입니다.

아들이 임상에 발을 내디뎠을 때, "엄마 때는 이랬지만 지금은 좋아졌단다"라고 당당히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간호법이 단순히 법전 속의 문구가 아니라, 오늘도 피땀 흘려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의 휴식권과 안전, 그리고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방패가 되어야 합니다.

간호사는 환자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가장 가까이서 지키는 사람입니다. AI가 정보를 분석할 수는 있어도, 차가운 환자의 손을 잡아주며 "괜찮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그 온기는 오직 사람만이 줄 수 있습니다.

이 숭고한 전문성이 '번아웃'이라는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우리 사회는 간호사들의 노동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합니다. 아들이 간호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고, 환자 곁을 지키는 매 순간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세상. 그런 현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선배이자 엄마인 제가 남겨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일 것입니다.

아들은 간호학과 1학년을 마치고 오는 6월 의무병으로 군입대 예정입니다. 아들이 미래에 마주할 임상 현장이 제가 겪었던 그늘진 곳이 아닌, 빛나는 사명감으로 가득한 곳이 되도록 목소리를 높이려 합니다.

오늘도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모든 간호사 동료들에게, 그리고 미래의 간호사를 꿈꾸는 우리 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손은 세상을 치유하는 가장 귀한 손이며,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간호법#모자간호사#간호사자부심#3교대현실#임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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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현직 간호사로서 삶과 죽음의 최전선인 의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합니다. 간호사의 노동 환경과 환자 안전, 의료 정책의 문제를 현장의 눈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병원 안의 불합리함을 공론화하여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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