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인천우체국 직원 및 가족들과 헌혈의집 구월센터장이 헌혈퍼즐 완성 후 단체사진을 찍었다. ⓒ 김홍의
작은 퍼즐 조각 하나가 제자리를 찾을 때마다, 누군가의 생명을 향한 연결도 함께 이어졌다.
지난 3월 28일, 인천 헌혈의집 구월센터. 전국우정노동조합 남인천우체국지부 조합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헌혈퍼즐'이었다. 54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이 퍼즐은 2025년 5월 31일 이후 10개월 동안 이어진 헌혈의 기록이었다.

▲헌혈퍼즐 54조각 완성을 기념하며 헌혈의집 구월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홍의
마지막 한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 조용히 지켜보던 이들 사이에서 박수가 흘러나왔다.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사진을 찍었고, 누군가는 완성된 퍼즐을 보고 또 바라봤다. 그렇게 남인천우체국지부는 '헌혈퍼즐' 54조각을 모두 채우며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들의 시작은 지난해 5월 31일 열린 지역 캠페인 '제7회 헌혈을 부탁해'였다. 단발성 참여로 끝나지 않기 위해 '지속'을 선택했고, 그 결과가 10개월 동안 이어진 헌혈퍼즐 완주로 이어졌다.
퍼즐을 채우는 시간과 노력은 결코 짧지 않았다. 헌혈 기준에 맞추기 위해 생활에도 신경을 썼다. 헌혈 전날과 당일에는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미뤘고, 감기약을 복용하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기에 몸 상태에도 더 신경을 썼다. 국내 말라리아 위험지역에서의 숙박은 자제했고, 주말이면 시간을 따로 내 헌혈의집을 찾았다. 컨디션이 맞지 않아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다시 일정을 맞춰 참여하며 한 조각씩 채워나갔다.

▲헌혈퍼즐 기간동안 총 11회의 헌혈에 참여한 서금석 조합원이 헌혈을 하며 활짝 웃고있다. ⓒ 김홍의
헌혈퍼즐 완성까지 가장 많은 11회의 헌혈에 참여한 서금석 조합원은 "개인의 기록보다 공동체가 하나의 목표를 완성해 나간다는 점이 더 의미 있었다"며 "작은 실천이 모여 하나의 결과로 남았다는 사실이 큰 보람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들이 헌혈을 이어온 이유는 단순하다. 혈액은 아직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누군가의 헌혈만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꾸준한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약 300만 명 이상의 헌혈 참여가 있어야 안정적인 혈액 수급이 가능하다. 응급 수혈뿐 아니라 의약품 제조에 필요한 혈액까지 고려하면, 일상의 헌혈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남인천우체국지부의 '헌혈퍼즐 완주'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일회성 캠페인을 넘어,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 가능한 참여 모델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들의 활동은 지역 공익 캠페인 '헌혈을 부탁해'와도 맞닿아 있다. 피플엠, 사랑봉사회, 헌혈의집 구월센터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 캠페인은 2022년부터 매년 이어지며 시민 참여를 이끌어왔다. 캠페인 당일에는 헌혈 참여자가 평소보다 약 1.5배 증가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윤성준 지부장(오른쪽)과 김미란 구월센터장(왼쪽)이 감사증과 퍼즐을 들고 한 기념촬영 ⓒ 김홍의
헌혈의집 구월센터 김미란 센터장은 "남인천우체국지부의 사례는 공공기관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며 "건강할 때 실천하는 헌혈은 나와 가족, 나아가 생명을 지키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현재 완성된 헌혈퍼즐은 남인천우체국 게시판에 전시되어 있다. 퍼즐 앞에 선 직원들은 자신이 채운 조각을 떠올리며, 함께 만들어낸 시간을 되짚는다.
윤성준 남인천우체국지부장은 "이번 활동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헌혈퍼즐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의 기록"이라며 "이 작은 실천이 더 많은 기관과 지역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54개의 조각은 그렇게 하나의 그림이 되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국우정노조 남인천우체국지부는 오는 5월 9일, 인천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열리는 '제9회 헌혈을 부탁해' 캠페인에서는 '남인천우체국'의 이름으로 또 다른 조각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퍼즐 한 조각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소중한 편지를 전하듯 생명을 전하는 발걸음이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혈액원이 남인천우체국지부에 헌혈퍼즐 참여 공로로 감사증을 수여했다. ⓒ 김홍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