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6. 12.(목) 넥슨 ‘집게손’규탄에 대한 악의적 고발사건 1심 선고 기자회견 (사진출처: 한국여성민우회) ⓒ 한국여성민우회

▲장애인이동권 집회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22조 제2항, 즉 사전 신고 없이 집회를 개최한 주최자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위험성이 없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진 집회에 대해서까지 예외 없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에 위헌 결정이 이루어진 집시법 조항은 집회를 개최하려는 사람에게 사전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한 규정이다. 집시법이 이와 같이 사전 신고를 요구하는 취지는 행정관청에 집회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미리 제공함으로써 공공질서 유지에 협력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행정절차상 협력의무이다.
그러나 집회신고제도는 오랫동안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운용되어 왔다. 과도한 신고사항을 경찰에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빠짐없이 제출하지 않으면 경찰이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하여 신고제가 사실상 허가제처럼 기능해 왔다. 짧은 시간 진행되는 기자회견, 소규모 집회, 플래시몹에까지 사전 신고의무가 부과되었고, 이를 위반하면 주최자는 예외 없이 처벌받았다.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어, 마음에 들지 않는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고발하여 주최자를 형사처벌에 이르게 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전혀 침해하지 않는 평화로운 집회를 개최한 경우에도 '사전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시민이 속출하였다. 이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였다.
이러한 집회신고제 운용 방식은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도 배치된다. 헌법은 평화적 집회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며, 평화적 집회 그 자체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나 침해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집회가 헌법의 보호 밖에 놓이지 않는다.
대법원 역시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집회 또는 시위를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 내지 시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미신고 집회도 헌법상 집회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집회임을 분명히 하였다(대법원 2012. 4. 19. 선고 2010도6388 판결 등).
국제인권규범 역시 같은 입장이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일반논평 제37호는 "신고의무가 부과된 집회를 개최하면서 이를 당국에 미리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서 집회 참여 행위 자체가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며, 미신고 사실을 집회 해산이나 참여자·주최자 체포, 또는 형사 기소 등 부당한 제재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된 시민들
그러나 이러한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신고집회 처벌조항으로 인해 그동안 평화적 집회의 자유는 심각하게 침해되어 왔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의 당해 사건들 역시, 기자회견이나 소규모 집회를 평화적으로 개최한 시민들이 집시법 처벌조항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들이었다.
그 중 하나는 장애인권단체 활동가 20여 명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저상버스 도입을 촉구하며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피켓을 들고 약 18분간 버스를 막아선 후 발언과 구호를 제창한 사건이다. 이 집회는 소규모로 짧은 시간 진행되었으며, 참가자 누구도 재물을 손괴하거나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 없이 평화롭게 이루어졌다. 버스 운행이 일시 중단되기는 했으나 짧은 시간에 그쳤고 다른 승객의 불편이나 운행에 미친 영향도 경미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를 집시법상 사전 신고 없는 집회로 보아, 주최 활동가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또 다른 사건은 페미니즘 혐오에 기반한 악성 민원에 편승하는 기업을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개최한 사건이다. 20여 명이 참여한 이 기자회견은 발언자 6인이 약 40분간 발언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다른 사람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하는 일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되었으며 경찰과의 현장 협조도 원활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역시 집시법상 사전 신고 없는 집회로 판단하여 주최 활동가에게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이 활동가들은 모든 집회에 사전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면 예외 없이 형사처벌하도록 한 집시법 조항이 필요 최소한도를 넘어 집회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헌법재판소, "미신고 집회 일률적 처벌은 위헌"
그동안 미신고 집회 주최자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조항은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되었으나 그때마다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다 헌법재판소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마침내 받아들여, 2026년 2월 26일 사전 신고 없이 집회를 개최한 주최자를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미신고 집회 주최자에 대한 처벌 여부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질서를 포함한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위험성이 없는 집회에 대해서는 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처벌의 필요성이 없다는 점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이유로 삼았다. 나아가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4인은 행정상 제재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는 미신고 집회를 굳이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지적하였다.
국회, 조속히 집회신고제 개정해야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사전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평화적 집회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임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처벌조항과 함께 심판 대상이 되었던 옥외집회 사전 신고의무 조항 자체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신고조항 역시 다른 사람의 법익과 충돌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칠 개연성이 없는 집회에까지 사전 신고의무를 일률적으로 부과한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이번 결정에서 그 위헌성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금까지 수많은 시민들이 평화로운 집회를 신고없이 개최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했다. 이제 더 이상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집회·시위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에 2027년 8월 31일까지 집시법을 개정할 의무를 부여하였다. 국회는 이번 결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집시법을 조속히 개정하여 앞으로는 누구도 부당한 형사처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두나(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덧붙이는 글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2016년 4월 21일 민변 변호사들의 공익인권변론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설립되었습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월간변론 편집팀의 '시선'은 민변 회원들에게 매월 발송되고 있는 '월간변론'에 편집위원들이 기고하는 글입니다. '시선'은 최근 판례와 주요 인권 현안에 대한 편집위원들의 단상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