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느덧, 3월 말. 한국 곳곳에서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새 학기 증후군과 조용히 맞선 지 한 달이 되어 가는 시점이다.
"적응은 한 거 같은데... 표정 보면 모르겠어."
절친의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소식에 가볍게 안부를 물었더니 그녀는 한숨을 얹어 무거운 대답을 내놓았다.
'알지, 알지, 내가 그맘 딱 알지!'
조용한 날들이 이어지니 아마도 아이의 새 학기가 순항인 듯하여 조금은 안도감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괜찮아서 조용한 건가 싶었겠지.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함과 걱정 때문에 무뚝뚝한 아들 표정만 살피고 있을 절친의 모습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졌다. 어느 엄마가 그 맘을 모르겠나. 다만, 난 현재 진행형이 아닐 뿐이다.
한국은 새학기, 미국은 중간고사
미국의 학기는 8월에 시작된다. 그 일정은 주(state)마다 다르고 학군(district)마다 다르지만 눈 부신 한여름에 새 학기를 맞이하고 12월 크리스마스 직전에 1학기가 끝이 난다. 그리고 1월에 바로 시작되는 2학기. 그래서 3월인 지금 미국 대부분의 학생들은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르는 중이다. 한국의 아이들이 이제 출발선을 넘었다면 미국의 아이들은 반화점을 돌아 출발점으로 돌아가고 있는 시점이랄까.
내 아이들도 다음 주면 시작되는 중간고사를 공부하느라 집은 절간 마냥 조용하다. 그리고 나는 그 분위기를 맞추느라 죄 지은 사람처럼 조용 조용 눈치를 보고 있다. 나의 절친이 새 학기 스트레스와 맞서고 있는 지금 나는 시험 기간 눈치 스트레스와 맞서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녀가 아들의 꽉 다문 입만 쳐다보듯이 나 역시 날 선 딸들의 눈만 쳐다보는 중이고.
그런 날 선 분위기는 식탁 위에서 가장 또렷해진다. 평소 같으면 깔깔 웃으며 떠들던 아이들이 말없이 밥만 후딱 먹고 일어나, 곧장 공부방으로 들어가고, 그 뒤로는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나는 티브이를 켜 놓고도 괜히 눈치가 보여 음소거를 한 채 화면만 바라보고 있기도 한다. 사소한 말에도 날카롭게 되묻거나, 괜히 짜증 섞인 대답이 돌아올 때도 있기에 나는 괜한 질문은 삼키고, 되도록 아무렇지 않은 일상만 건넨다.
우리 집 아이들이 이렇게 예민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 학생들의 시험 점수는 단순히 중간, 기말고사로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는 퀴즈가 점수에 반영이 되고 과제에, 발표에, 팀 프로젝트까지 다방면으로 평가가 이뤄진다.
이렇게 산출되는 점수는 A, B, C, D 그리고 F(낙제)로 등급이 매겨지는데 그 직전까지 더해지는 점수들로 인해 등급이 수시로 바뀌어서 함부로 예측을 할 수가 없고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험의 내용 또한 만만 하지가 않다.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 수업을 들을 수가 있는데 어떤 수업을 얼마나 들었느냐가 입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거의 필수라 생각하면 된다. 다행히 절대 평가로 점수가 산출되지만 그 내용의 난이도 자체가 큰 부담이니 상대평가가 아님에 감사를 할 여유 따위는 없다.
고군분투 하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처음 미국에 왔을 때 한국과는 다른 이런 학기제와 교육 체계들이 얼마나 낮설던지... 난 어학 연수 한 번 다녀오지 않은 토종 출신이다. 그런 내가 미국 학교에 대해 있는 경험이라곤 중학생 시절 열심히 챙겨 보았던 <비버리힐즈의 아이들>(1990년에 시작해서 2000년까지, 293부작)이라는 미국드라마가 전부.

▲비버리힐즈의 아이들90년대 초반 한국에서 방영되었던 미국 드라마로 부유한 고급 주택지 비버리힐즈에 사는 고교생들의 이야기다. ⓒ Gooogle
미국 부촌의 사립 고등학교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이었는데 가만 보고 있으면 정말 딴 세상 이야기들이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쟤네들은 연애하러 학교를 다니나 싶었던 그 미드는 그 시절 최고의 시청률을 따 내고 재방에 재방을 거듭했던 인기작이었다.
그렇게 미국의 고등교육을 미드로 배운 나. 그런 내가 미국 땅에서 미국 교육제에 맞춰 두 딸을 키운 지 7년인데 아이들이 고등학생인 지금까지도 나에겐 어려운 것 투성이다. 미국의 모든 교육 시스템은 한국과 다르게 돌아가다 보니 미국 학교는 얼씬도 못 해 본 내가, 미드로 미국 공교육을 엿 본 내가 부모로서 얼마나 고군분투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모른다.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하나하나 물어볼 사람 어디 없을까? 타국 살이도 외롭고 서러운데 아이의 학교 생활을 서포트 해 줄 정보도 부족하여 한없이 작아지는 엄마가 분명 나 혼자가 아닐 거라 생각한다. 더불어, 미국 달력의 3월 속 엔 왜 새 학기가 없다는 건지, 미국 학교를 궁금해 할 한국 엄마들을 위해서 그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