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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26 14:25최종 업데이트 26.03.26 14:25

전국 동물원 호랑이들의 조상... 호남·호순이를 아시나요

②추억 물씬... 1970~1980 사직동물원 요모조모

 광주 북구 우치동물원 입구 안 호랑이상.
광주 북구 우치동물원 입구 안 호랑이상. ⓒ 한규무

광주의 상징동물이 된 호랑이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공원 정문 앞에는 2018년 KIA타이거즈가 건립하여 광주시에 기부한 어미와 새끼 들의 호랑이 상(像)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우치공원 안의 동물원 입구를 지나면 또다른 호랑이 상과 마주친다. 공원과 동물원의 상징이 모두 호랑이인가 보다. 하기야 광주의 프로야구구단 해태와 기아의 상징도 '타이거즈'니까. 어느덧 호랑이는 광주의 상징동물이다. 그리고 사직동물원의 역사도 호랑이와 끈끈하게 이어졌다.

<호남>과 <호순>의 결혼식 그리고 출산의 시작... 하객들을 긴장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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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1월, 호랑이 한쌍과 사자 한쌍의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사자 한쌍이 먼저, 호랑이 한쌍이 나중 결혼식을 올렸는데, 주례는 서울 창경원 동물원의 김○○ 사육과장이 맡았다. 주례사 내용이 궁금하지만 알 길이 없다.

이날 참석한 '하객' 200여명의 대부분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동물원 직원과 소방관들이었다. 이들은 횃불과 갈고리, 소방용 호수 등을 들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결혼식을 지켜봤다. 특히 호랑이 결혼식이 이들을 긴장시켰다. 1965년 창경원 동물원에서 있었던 호랑이 결혼식 때 합사(合舍)시키자마자 수컷이 암컷을 물어죽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결혼식은 무사히 끝났다. 수컷 <호남(虎男)>은 4살, 암컷 <호순(虎順)>은 5살, 모두 벵갈산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이들 사이에 암컷 새끼 3마리가 태어났다. 국내 최초란다. 이름은 <일순>·<이순>·<삼순>으로 지었고, 8월 일반에게 공개되자 시민들은 이들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그리고 11월, 동물원측은 <이순>을 부산동물원의 새끼 표범, <삼순>을 대구동물원의 새끼 사자와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일순>과 <이순>의 결혼, 그리고 무산된 '라이거' 프로젝트

홀로 광주에 남은 <일순>은 1974년 4월, 대구동물원에서 분양된 아프리카산 사자와 결혼했다. 목적은 국내 최초의 '라이거(Lion+Tiger=Liger)' 탄생. 이들은 잠시 으르렁대더니 이내 다정해졌단다. 하지만 얼마 후 <일순>은 "치근대는 사자 신랑을 물어" 죽였고, '라이거'의 꿈은 물건너갔다.
부산동물원으로 분양된 <이순>의 신랑 <금강>도 사자였다. 언니 <호순>의 결혼보다 1달 빠른 1974년 3월 이들은 합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4년 동안 <이순>은 <금강>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며 남남처럼 지냈고, 결국 1978년 8월 동물원측은 "신종 동물 탄생의 꿈은 허물어졌"다고 발표했다. 그래도 <금강>은 목숨을 건졌다.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동물원에 호랑이들이 드러누워 쉬고 있다.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동물원에 호랑이들이 드러누워 쉬고 있다. ⓒ 한규무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동물원 내 벵갈호랑이 관련 설명.
광주광역시 북구 우치동물원 내 벵갈호랑이 관련 설명. ⓒ 한규무

전국의 호랑이 우리를 채운 <호남><호순> 커플의 후손

<일순>의 결혼식 날, 사직동물원측은 어미 <호순>의 임신 소식을 발표했다. 이어 1974년 8월 3마리, 1975년 11월 4마리, 1976년 10월 4마리, 1978년 4월 4마리의 새끼를 줄기차게 낳았다. 중간집계 3+3+4+4+4=18. 이들 중 산후 죽은 새끼는 단 1마리(1978. 4). 이미 한참 전에 국내 신기록을 넘어섰다. 이들 새끼는 전국 동물원에 분양되었으며, 전국의 호랑이 우리는 점차 이 커플의 후손들로 채워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 '새끼사자 전기사형사건'
1978년 4월 태어난 새끼 3마리 중 2마리가 12월 '전기사형'으로 죽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연인즉, 호랑이 우리가 비좁고 새끼들이 워낙 많이 먹기에 수컷 2마리를 분양하려 공개입찰했는데, 충남 예산의 김○○가 분양을 신청했다가 운반과 사육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동물원측에 요청해서 이들을 '전기쇼크'로 죽여 박제용으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비난이 빗발쳤고, 광주시가 감사에 나섰다.

변함없는 '마이웨이'... 동양신기록마저 갈아치운 커플
1979년 4월, <호순>은 다시 새끼 3마리를 낳았다. 누적집계 21마리다. 동물원측 분위기는 침울했다. 전국의 동물원이 이들의 새끼들로 포화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분양줄 동물원도 없었다.
그럼에도 눈치없는 이 커플은 평소처럼 제 갈길을 갔다. 다음 내용은 민망해서 기사의 일부를 그대로 옮긴다.
"광주사직동물원에는 요즘 「호남」 「호순」 호랑이 부부가 사랑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람객들로 연일 초만원. ○○기를 맞은 이들 호랑이 부부는 지난달 27일 오후 2시경 올들어 첫 사랑을 나눈 뒤 하루 평균 70~80차례씩 4~5초 동안 「뜨거운 포옹」을 계속하며 절륜의 ○○을 과시 … 사육사들은 이들 부부가 오늘 10일까지는 사랑을 계속할 것이라고 …(동아일보 1979.09.01.)"

진돗개 젖을 물린 호랑이 새끼, 그리고 해외분양 성공

1980년 2월, <호순>은 또 수컷 2마리와 암컷 1마리를 낳았다. 누적집계 24마리. 동양신기록이란다. 하지만 동물원측의 수심은 더욱 깊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수컷 새끼 1마리가 어미의 젖을 물지 않는 것이다. 그러자 동물원측에서는 10여일 전 새끼를 낳은 암컷 진돗개의 젖을 짜서 우유와 섞어 먹였고, 시간이 지나자 새끼 호랑이는 직접 진돗개의 젖을 물었다. 개젖을 먹고 자란 호랑이, 그리고 이 진돗개는 다리가 셋뿐인 '삼족구(三足狗)'여서 더욱 이채를 띠었다.
이들 3마리는 계속 기르기도 힘들고 받아줄 동물원도 없어 골칫거리가 되었다.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는 법이다. 동물원측은 대만의 대남시(臺南市) 동물원과 교섭하여 이들 3남매를 분양시키는 데 성공했다.

'신기록 제조기'·'다산의 여왕' <호순>, 세상을 뜨다

출산 생존율 95.8%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긴 <호순>은 백혈병에 걸려 1981년 2월 1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고, <호남>도 부산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으로 '방출'됐다. 벵갈산 호랑이의 평균수명이 15~20년이라 하니 '다산의 여왕' <호순>도 '장수'하지는 못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로써 "다산의 전통이 끊어"졌지만 "그러나 동물원측은 현재 남아 있는 <호순>이의 3남매가 앞으로 부모의 뒤를 이어 또 다산의 기록을 세울지도 모르기 때문에 무척 신경을" 썼다고 한다. 현재 우치동물원의 호랑이들도 벵갈산이다. '천생연분' <호남>-<호순> 커플의 혈육이 분명하다.

 필자 한규무 광주대학교 교수 hkm@gwangju.ac.
필자 한규무 광주대학교 교수 hkm@gwangju.ac. ⓒ 한규무

[관련기사]
① 조선시대 사직단 자리에 들어선 광주 명소 https://omn.kr/2gjay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펭귄마을신문에도 실립니다.


#사직동물원#우치동물원#추억#펭귄마을신문#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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