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간 구두속에 탱고 ⓒ 허윤기
융합예술단체 '마움(MAUM)'의 네 번째 정기 공연 <빨간 구두 속의 탱고>(Tango inside Red Shoes)가 23일 오후 7시 30분, 이음아트홀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이번 공연은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를 모티브로, 인간 내면의 다양한 욕망을 탱고의 리듬 위에 풀어낸 작품이다. 특히 10대부터 80대까지 각 연령대가 지닌 욕망을 장별로 구성해 인생의 흐름을 사계절처럼 그려냈다. 작품은 욕망을 억제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삶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자 방향으로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무대는 이야기와 움직임이 결합된 형식으로 전개됐다. 연출을 맡은 남명옥과 '마움'의 배우 최은정, 김혜란, 전아라, 임은총, 강승리는 연기자를 넘어 창작자로 참여해 대본과 구성을 공동으로 완성했다. 추상적인 움직임에 동화라는 친숙한 서사를 결합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 점도 특징이다.
공연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각 생애 단계의 욕망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1장 '나 좀 안아줄래?'에서는 소외된 아이의 인정 욕구를, 2장 '길들여지지 않기'에서는 일과 결혼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기의 선택을 담았다. 이어 3장 '하나의 심장, 네 개의 다리'에서는 중년의 상실감과 관계의 화해를, 4장 '난 나의 춤을 춰'에서는 신체적 한계를 마주한 노년이 스스로의 방식으로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려냈다.

▲빨간 구두속의 탱고 ⓒ 허윤기
라이브 연주 역시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반도네온 연주자 최지연과 아코디언 연주자 서은덕으로 구성된 앙상블 '주름상자'는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를 선보이며, 배우들의 움직임과 긴밀하게 호흡했다. 음악과 몸짓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무대의 몰입감을 더했다.

▲빨간 구두속의 탱고 ⓒ 허윤기
무대에는 '빨간 구두 요정'이라는 상징적 존재가 등장해 인물들의 내면을 비춘다. 잊고 있던 감정과 선택을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장치다.

▲빨간 구두속의 탱고 ⓒ 허윤기
연출을 맡은 남명옥은 "이번 공연에서 '빨간 구두'는 인생을, 그 안의 '탱고'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상징한다"며 "우리는 때로 타인의 시선에 맞추거나, 멈출 수 없는 욕망에 이끌려 나만의 리듬을 잊은 채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빨간 구두 요정'은 사랑받고 싶고 스스로를 증명하고자 했던 순간마다 불러냈던 내면의 목소리이자 그것을 비추는 작은 불빛"이라며 "관객 각자의 삶 속에서도 오래 묵혀둔 감정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작은 신호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움'의 작업 방식 또한 눈길을 끈다. 마임 워크숍에서 만나 스터디를 이어온 이들은 매월 정기적인 훈련과 함께 탱고를 배우며 몸의 언어를 탐구해왔다. 이들이 강조하는 핵심은 '100% 수용하기'다. 서로의 움직임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신뢰를 바탕으로, 경쟁이 아닌 공존의 무대를 만들어간다.
이러한 과정은 무대 위 '착한 배우들'의 해석으로 드러난다. 이들이 표현하는 욕망은 타인을 밀어내는 욕망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함께 살리는 방향의 욕망이다. 절제된 움직임 속에서도 따뜻한 에너지가 흐르는 이유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작품 발표를 넘어, 그동안 '마움'이 쌓아온 훈련과 시간, 그리고 관계의 결과물이자 또 다른 출발점이었다. 욕망을 부정하거나 억누르기보다, 그 안에서 선한 방향을 발견하고 확장하려는 시도. '빨간 구두 속의 탱고'는 관객들에게도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남겼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어떤 춤을 추고 싶은가?"
■ 마움(MAUM)
융합예술단체 '마움(MAUM)'은 '마음의 움직임'에서 출발한 이름으로, 인간의 감정과 관계, 삶의 흐름을 다양한 예술 언어로 탐구하는 창작 집단으로, 움직임을 기반하고자 하는 연극 배우들의 모임이다. 남명옥, 최은정, 김혜란, 전아라, 임은총, 강승리 배우가 함께하고 있다. 마움의 활동은 인스타그램(@maum_since2022)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공연 관련 문의는 010-3423-9222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