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실족
- 장미도
누군가 발을 헛디뎌 얼굴을 잃어버렸다는 바위를 생각해.
파도는 오랫동안 해변에 도착했고 때마다 조금씩 밀려났을.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있기에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쓰러진 그가 더듬었을 바위에 이끼가 말라붙어 있다. 그의 피를 먹고 자란 따개비. 따개비 비슷한 것들. 따개비가 아닌 나머지들. 알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핏물을 기억하는 파도 소리 위에 햇빛이 버겁게 내려앉고.
두 어깨에 햇빛의 총량을 얹으면 내가 더 무거워질 수 있을 것처럼.
짙은 색의 쇠로 만들어진 봉돌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무게로 가라앉는. 여기보다 더 깊은 바닥으로. 파도 무늬가 새겨진 바닥. 바닥에 닿은 봉돌은 얇은 낚싯줄에 충돌음을 실려 보내고.
부딪치는 소리.
가라앉으면서 차오르는 것.
이상한 침묵에 휩싸여 낚싯줄을 건져 올리면 봉돌은 사라져 있다. 나는 그것도 몰랐는데
내가 모른다는 사실은 봉돌이 사라진 후에 발생하고. 여전히 매달려 있을 것만 같다. 그만큼의 무게로
적막은 의심스러워.
사람을 찾는 헬리콥터. 허공을 갈아버릴 것처럼 빠르게 돌아간다. 바다는 눈치 채지 못하게 봉돌을 훔쳐가고 나는 프로펠러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누군가 던진 봉돌처럼 바위에 앉아
수평선에는 꽃이 피지 않아서 봄이 와도 괜찮을 거라고.
구멍 난 손끝을 바다에 담그며.
출처_<문장웹진>, 2021년 5월호
시인_장미도: 2020년 <문학과사회>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사라진 뒤에야, 무엇을 잃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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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곳에 놓여 있는 얼굴들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그 얼굴들은 꼭 사람의 것만은 아니다. 그러니까 "누군가 발을 헛디뎌 얼굴을 잃어버렸다는 바위" 같은 것, "따개비 비슷한 것들. 따개비가 아닌 나머지들" 같은 것을 떠올린다. 누군가 나에게 그 얼굴들이 어떤 얼굴인 거냐고 묻는다면 "알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 속으로 이끌려 가는 일은 꼭 "실족"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모른다는 사실은 봉돌이 사라진 후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나는 생각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가라앉으면서 차오르는" 생각을 그만두지 않는다.(박규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