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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21 13:36최종 업데이트 26.03.21 13:36

호르무즈에 갇힌 사람들

우리는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3월 4일 인천 연수구 송도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터미널에 LNG 수송선이 정박해 있다. 2026.3.4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3월 4일 인천 연수구 송도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터미널에 LNG 수송선이 정박해 있다. 2026.3.4 ⓒ 연합뉴스

외롭다는 건 무엇일까. 혼자 있어서가 아니라 함께 있음에도 이해받지 못하고 공감받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 아닐까. 그럴 때 우리는 그냥 외로우면 되는데,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느냐고 따지기 시작한다. 언쟁이 생기고 화가 커지면서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은 멀리 달아난다. 내 마음을 표현하기보다 그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상대를 비난하는 데 모든 힘을 써버린다. 그렇게 서로의 안식처가 되려다 오히려 서로의 분노를 키우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두 사람의 마음을 떠올리다 보면, 여러 나라와 권력이 얽힌 전쟁의 감정은 얼마나 더 복잡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까지는 피하려 했지만 상황에 떠밀렸다는 이야기, 정치적 계산과 이해관계가 작용했다는 분석, 산업과 안보 논리가 결합된 결과라는 주장까지. 무엇이 진실인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전쟁이 언제나 두려움과 욕망, 오판과 계산이 뒤섞인 선택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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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놀랍게도 우리는 여전히 전쟁을 멈추는 방법을 제대로 갖지 못한 채 2026년을 살아가고 있다. 손바닥 위의 작은 화면으로 세계의 비극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도, 그 비극을 멈출 힘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에는 전쟁 전에 들어갔다가 봉쇄로 인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선박들이 있다. 한국 선박만 스물여섯 척, 선원은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언제 공격받을 지 모르는 바다 위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식량은 한정돼 있으며 누군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가 파병국이 되는 순간 그들은 사실상 볼모가 되는 셈이다. 선박 안에서 전해지는 소식과 영상을 접하며 나는 그들의 두려움을 조금은 더 생생하게 상상하게 된다. 폭격이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고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마음을.

전쟁은 언제나 먼 곳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지금 이 순간의 삶 그 자체다. 폭격 소리에 귀를 막는 사람, 무너진 집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노인, 원조 음식을 기다리는 아이와 엄마의 얼굴이 그려진다. 우리는 평화를 말하면서도 전쟁 뉴스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어느 가족, 연인의 죽음은 숫자가 되고, 숫자는 곧 익숙함이 된다. 멀리서 보는 비극은 언제나 견딜 만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가족을, 나를 지켜주고 싶어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보다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처음 알았다. 고통은 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지만 구원은 언제나 늦게 도착한다는 것을. 전쟁 속에 있는 사람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왜 아무도 그들을 멈춰주지 않느냐고, 왜 세계는 우리를 이대로 고통 속에 두느냐고. 어쩌면 그들은 전쟁을 일으킨 나라보다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세계를 더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뉴스 속 전쟁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곳의 사람들이 누구에게 위로를 받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우리는 평화를 말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서로를 이해하는 일에는 자주 서툴다. 서로의 밤을 끝까지 들어주기보다는 자신의 낮을 지키는 데 더 익숙하다.

오늘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화해하지 못한 밤이 조용히 깊어지고 있다. 그리고 각자의 작은 전쟁을 안은 채 그 밤을 건너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척자들 잡지에도 실립니다.국제구호단체 NGO '개척자들' 격월지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게재될 예정입니다.


#호르무즈해협#이란#이란전쟁#외로움#중동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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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임을 깨닫고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기억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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