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옥천 군남초 보건교사 이향자씨 ⓒ 월간 옥이네
올해로 27년째 보건교사로 근무하는 이향자(56)씨는 요즘 바쁘다. 정확히는 5년여 전 코로나19로 세상이, 그의 인생이 뒤집힌 뒤부터다. 학교와 집 외에 이렇다 할 취미가 없었다는 그가 비건채식동아리 회장, 생태미각사회적협동조합 구성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게 된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그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채식으로 이끌다
"충북 옥천에서 보건교사로 일한 지 20여 년 됐네요. 2025년에 군남초에 부임했어요. 옥천 외에도 전남 완도, 충북 제천과 영동 등 다른 지역에서도 근무했었죠."
오랜 기간 학교에 근무하며 학생들을 대해온 이향자씨. 어느 날부터 그의 시선에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생겼다. 처음 보건교사로 부임했을 때만 해도 전교생에 한두 명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희귀했던 아토피를 앓는 학생이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띄게 많아지고, '척추층만증 검사', '학생 정서행동 특성검사'가 학교에 도입될 만큼 학생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 그는 여러 요인 중 이러한 변화의 주요한 요인으로 '먹을거리'를 꼽는다.
"아이들이 이전보다 고기와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먹게 됐어요. 고기류도 건강하게 기른 동물이면 괜찮지만, 가축 대부분이 복지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사육되죠. 항생제를 포함한 사료를 먹으며 자란 경우, GMO(유전자재조합생물) 식품일 경우 등등 모두 인체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줘요. 동물이 느낀 스트레스 호르몬 성분도 인간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요."
이처럼 이향자씨가 먹을거리와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새로운 사회적 현상과 용어가 생겨나며 일상이 완전히 변화하던 당시, 그는 이 모든 것의 원인이 '환경 문제'와 맞닿아 있음을 깨달았다.
"제가 50대에 접어들 무렵이기도 했죠. 그동안 삶의 삶을 돌아보니 뚜렷한 목적과 의미 없이 산 것 같다는 허망함이 있었어요. 신체적·정신적·사회적·영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며 살기 위해서는 그 기초로 '지속가능한 먹을거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남은 인생은 먹을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살자는 결심을 했죠."
이때부터 이향자씨의 먹을거리와 환경에 대한 공부가 시작됐다. 그는 지인을 통해 2022년 1월부터 1년여 간 주말이면 서울 '유기농 문화센터'로 향했다. 곧 채식을 시작했고 그의 식탁 풍경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반기지 않았죠(웃음). 특히 고등학생 아들은 냉장고를 열면 '먹을 게 하나도 없다'면서 불평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저의 지향을 인정해주는 편이에요. 딸은 함께 먹을거리 관련 영국 다큐('우리의 식생활, 멸종을 부르다')를 보면서 관심을 갖기도 했고요."
그렇게 시작된 이향자씨 채식 식단의 원칙은 '조리는 최소화, 식물의 뿌리부터 열매까지 남김없이 먹는 것'이다. 그는 채식 이후 "삶이 무척 단순해졌다"고 말한다.
"음식물 쓰레기도 별로 생기지 않고, 식사 준비과정도 간단해졌어요. 기름을 잘 쓰지 않으니 설거지도 간편해졌고요. 건강 면에서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피부가 매끈해진 느낌이 들어요. 물론 때때로 고기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먹다 보면 맛있다는 감각보다 '이것은 동물의 살'이라는 생각에 도로 뱉게 되곤 해요."
옥천에서 연결된 식농교육

▲'아토피 완화 치유 학교'에 지원하고자 이향자씨가 살펴본 자료 ⓒ 월간 옥이네
장거리를 왕래하며 쌓아온, 건강한 먹을거리와 환경에 대한 그의 관심은 곧 옥천에서도 이어졌다. 그 시작은 코로나 기간 SNS를 통해 유행한 '514 챌린지(무기력을 깨우기 위해 새벽을 깨우는 루틴 프로젝트)'. 여기에 참여한 이향자씨는 같은 지역 옥천에서 참석한 김기택씨를 알게 됐고, 그를 통해 2023년 신활력플러스 식농교육과정 '맛난만남'에 참여하게 됐다.
"저에게 이 프로그램이 잘 맞을 것 같다며 (김기택씨가) 추천해줬어요. '내가 딱 원하던 건데' 싶더라고요. 총 8회차로 4개월간 이뤄졌는데, 토종음식·슬로푸드·절기밥상·공동체식당·동물복지밥상 등 다양한 먹을거리 문화를 주제로 전문 강사의 강연과 실습이 있었죠."
그는 이 중 "토종음식에 대한 내용이 신선하게 느껴졌다"면서 "먹을거리 관련해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였고, 무엇보다 지역에서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로그램이 마무리될 무렵, 그는 채식에 관심 있는 참여자 4~5명 정도를 모아 '비건채식동아리'를 결성하기도 했다.
"지금은 단체 톡방에 40여 명 정도가 있어요. 처음 목적은 함께 채식 이야기를 하고, 실천해보자는 거였죠.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먹을거리 관련된 지식도 나누고요. 그동안 채식 포트럭 파티(참가자가 각자 음식을 준비해 함께 나누는 모임), 먹을거리·환경 관련 영화관람, 요리법 공유 등 다양한 모임을 해왔어요. 톡방에서는 매일 각자의 채식 식단을 사진으로 인증하면서 서로를 응원하고 있죠."
동아리 구성원들은 이 외에도 향수어린이집에 방문해 어린이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건강한 먹을거리와 관련된 식농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역 활동에 발을 담그기 시작하니, 그 뿌리는 점점 더 깊게 뻗어 내려갔고 그는 토종씨앗 동아리(옥토끼) 구성원으로, 또 2025년에는 생태미각사회적협동조합의 구성원으로서도 함께 하게 됐다.
"토종씨앗 동아리에서는 매주 토요일 작물에 물을 주는 '물의 요정'으로 활동했어요(웃음). 생태미각사회적협동조합은 먹거리 관련 동아리의 대표들이 대부분 조합원으로 참여한 조직인데, 플랫폼 역할을 하는 일종의 '먹거리 동아리 연합회'예요. 지금은 '식농 활동가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9차까지 진행했죠."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이향자씨에게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이제 개인의 영역에서 공동체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이전보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배워나간다는 그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신활력플러스 사업. 그는 이 사업이 "먹을거리 지속가능성 실천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발판이자 지렛대 역할을 해준 것 같다"면서 "단순 교육에서 끝났을지 모를 활동이 점차 규모가 커져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먹을거리를 공부해보니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곤 해요.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이루고 그것이 합하여 이 세상을 만들죠. 오늘날 음식을 보면 '건강에 대한 고려 없이 맛에만 집중하고, 따라 만들기 쉬운 음식'이 인기를 끌곤 하는데, 눈앞의 즐거움보다는 10년 후를 바라보고 살아가면 좋겠다 싶죠."
그는 현 보건교사로서 학교에서도 교직원 동아리와 교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과 교직원에게도 이러한 깨달음을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군남초에서 1년간 채식 요리교실 '우린 그린 히어로'를 진행했고, 도교육청 지원 공모사업으로 3년 프로그램인 '아토피 완화 치유 학교'를 지원해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먹거리활동을 비롯해 숲 체험, 자연에서 놀기, 천연보습제 만들기 등을 학교 창체 시간을 활용해 진행할 예정이다.
"제가 관심 있는 분야, 하고픈 활동을 학교에서 할 수 있으니 신이 나죠. 퇴임하기 전까지 계속 먹을거리 관련 활동을 이어나가며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싶어요."
여전히 펼쳐나가고픈 꿈이 많다는 이향자씨. 좋은 먹을거리를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며 먹을거리 관련 책을 쓰고, 외국에 나가 한국 전통음식을 교육하며 한국을 알리는 꿈도 상상해보곤 한다.
"끊임없이 꿈꾸고 바라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그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마치 지난 5년간 저의 삶이 이렇게 이어진 것처럼요(웃음)."

▲충북 옥천 군남초등학교 보건실 ⓒ 월간 옥이네
월간옥이네 통권 105호
글·사진 한수진
▶이 기사가 실린 월간 옥이네 구입하기 (https://smartstore.naver.com/monthlyo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