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해안 쓰레기현무암 해안에 떠밀려온 어업용 부표와 플라스틱 쓰레기 ⓒ 문운주

▲제주해안현무암 사이에 플라스틱과 페트병, 어업용 부표와 목재 등이 뒤엉켜 쌓여 있는 모습 ⓒ 문운주
제주의 바다는 여전히 검푸르고, 바람은 시원했다. 3월 4일부터 6일까지 용두암에서 한림항까지 이어지는 서부 해안 올레길을 걸었다. 파도가 하얀 거품을 품고 잔잔히 밀려왔다. '청정 제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풍경이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자 시선은 곧 아래로 향했다.
현무암 사이에 하얀 것이 박혀 있다. 스티로폼이다. 그 주변에는 페트병과 플라스틱 조각, 그리고 둥근 부표들이 뒤엉켜 있다. 파도에 닳아 형태가 흐려진 것들도 있지만, 검은 바위 위에 흩어진 플라스틱은 더 또렷하게 보인다. 한 번 보이기 시작하니, 그 다음부터는 바다보다 먼저 쓰레기가 보였다.
용두암을 지나 애월을 거쳐 한림항까지 이어지는 길. 바위 위에도, 바위 사이에도, 그리고 물가 가까이에도 쓰레기는 반복해서 나타났다. 어느 한 구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해안 전체에 걸쳐 같은 장면이 이어지고 있었다.
용머리해안과 이호태우해변, 구엄소금빌레, 고내포구, 한담마을 산책로 등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기대하고 찾은 해안에서 쓰레기를 마주하며 적잖은 당혹감과 실망을 느꼈을 것 같다.
▲제주 해안이 쓰레기로 몸살
제주 서북 해안, 파도에 떠밀려온 부표와 플라스틱 쓰레기가 현무암 사이에 뒤엉켜 있는 모습 문운주
해안 너머로 보이는 풍력발전기는 제주가 지향하는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청정 에너지의 상징이다. 하지만 그 아래 해안에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이 쌓여 있다.
한 화면 안에 담긴 두 풍경은 묘한 대비를 이뤘다. 깨끗한 에너지와 오염된 바다. 그 간극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해안에 쌓인 것들은 단순한 생활 쓰레기가 아니다. 어업용 부표와 끊어진 로프, 대형 스티로폼 부유물 등 해상에서 사용되던 폐기물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페트병과 일회용 용기 등 생활쓰레기도 뒤섞여 있다. 해류 유입과 생활 폐기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쓰레기는 수거된 흔적도 보였지만, 현무암 틈 깊숙이 끼어 있는 것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새로운 쓰레기가 더해졌다. 해안은 우리가 감당하지 못한 쓰레기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다.
특히 스티로폼이 눈에 띄었다. 잘게 부서진 흰 가루는 현무암의 검은 색과 대비되며 해안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플라스틱이나 목재류는 비교적 수거가 가능하지만, 바위 틈에 스며든 스티로폼 가루는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상태다.
이처럼 분해된 스티로폼은 해양 생태계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편리함을 위해 사용된 소재가 자연 속에서는 가장 오래 남는 폐기물이 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제주는 '청정'이라는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이름이 모든 현실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현무암과 플라스틱이 뒤엉킨 해안은 우리가 외면해온 또 다른 모습이다. 그 풍경은 낯설지 않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서 더 불편했다.
고내포구에서 한 여행객을 만났다. 제주 바다를 좋아해 홀로 해변을 찾는다는 그는 "제주 해변에 널린 쓰레기를 보며 우리의 민낯을 마주한 것 같아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객 유치보다 깨끗한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걸음을 멈추고 다시 바다를 바라봤다.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완전하지 않았다.
'청정 제주'를 지키기 위해서는 일회성 수거가 아니라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구조적 관리와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제주의 바다는 지금, 그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