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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26 06:50최종 업데이트 26.03.26 06:50

엄마가 아빠에게 죽도록 얻어맞던 날

[시로 읽는 오늘] 문경수 '승희 미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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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승희 미용실
- 문경수

엄마가 아빠에게
죽도록 얻어맞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맛이 이게 뭐냐며 던진 국수 그릇을
뒤집어쓰고 그녀는
쏟아진 골목길을 탁한 국물처럼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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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가 쫓아가지 못하게
손에 쥔 벼린 칼로
길목을 썰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경호 엄마네 미용실에 들러
머리에 뒤엉킨 국수 가락들을
세면대에 풀어내곤 했습니다

한번 들어갔다 하면
몇 시간이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날이 어두워지고
간판에 불이 꺼집니다

그리고 굵은 빗방울

퉁퉁 불은 기억들이
갑자기 잘리기 시작합니다

방금 올라온 국수 앞에서

식탁 아래 식칼을 감추고
아빠 옆에 앉아

뜨거운 국물을 호호 불면 나는
안개를 헤쳐 저벅저벅 미용실로 향하는
어슷한 젓가락이 됩니다

출처_시집 <틀림없는 내가 될 때까지>, 걷는사람, 2024
시인_문경수: 2019년 <내일을 여는 작가>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틀림없는 내가 될 때까지>가 있다.

 맞은 날, 뜨거운 국물만 오래 식지 않았다.
맞은 날, 뜨거운 국물만 오래 식지 않았다.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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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골목을 따라가면 작지만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미용실이 있었다. 수다도 잘 떨고, 손님들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던 사장님은 머리 손질을 마치면 늘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을 뜨고 가라고 붙잡곤 했다. 불이 꺼지기까지 사연 많은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던 미용실. 동네에서 가장 붐비는 가게였던 것은 어쩌면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일상 속 폭력은 늘 존재하고 그때마다 대피처가 되어준 미용실로 엄마는 "탁한 국물처럼 걸어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 소년은 "어슷한 젓가락"이 되어 미용실로 향한다. 불 꺼진 미용실에서 엄마는 미처 먹지 못한 저녁을 먹고 있을까. 소년이 몸으로 벼린 칼로 잘라낸 골목길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까. 24시간 편의점보다 가까운 곳에, '우리'를 지켜주던 미용실이 거기 있었다. (정미주 시인)

#문경수시인#승희미용실#틀림없는내가될때까지#한국작가회의#시분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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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시로 읽는 오늘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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