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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이 지난해 49조 원대의 매출과 3천 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은 역대 최대 규모다. 사진은 2월 27일 서울의 한 쿠팡 센터 모습.
쿠팡이 지난해 49조 원대의 매출과 3천 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은 역대 최대 규모다. 사진은 2월 27일 서울의 한 쿠팡 센터 모습. ⓒ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과 31일, 국회에서는 '쿠팡 연석 청문회'가 열렸다. 2025년 1월 2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쿠팡 청문회로, 2025년 한해는 쿠팡 청문회로 시작되고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쿠팡과 관련한 문제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결합하고, 범정부 TF 대응을 논의할 정도로 매우 광범위하나, 핵심은 간단하다. 쿠팡의 '시장지배적' 지위와 그 근간이 되는 '새벽 배송'이 국민의 안전과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것이다.

늑대 잡으려고 다른 늑대를 푼다고?

그런데 쿠팡 청문회 이후,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대형마트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입법안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정부와 여당은 2월 8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등을 규정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은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행위(포장·반출·배송 등 포함)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추가 조항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에 합의했다.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대형마트 영업 제한 시간인데, 이 시간에 대형마트에 온라인 유통과 배송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쿠팡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견제하기 위해 새벽 배송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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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등은 "사람 잡아먹는 늑대 잡아달라 했더니 다른 늑대를 풀었다"라며 즉각 반발했다. 정부와 여당은 "배송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는 대책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다. 그러나 대책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새벽 배송 규제 완화가 반독점의 유일한 방안도 아니다. 오히려 새벽 배송의 선택지를 늘리는 전략은 기업들의 가격과 속도 경쟁을 부추겨, 새벽 배송 노동자들을 더욱 불안정하고 취약한 노동환경으로 내몰 위험이 있다.

위 입법안은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는 정책의 전형이다. 나아가 정부와 여당의 야간노동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몰인식과 무책임함을 보여준다. 야간노동은 인간의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호르몬 변화, 생활 패턴 붕괴, 사회적 관계 단절을 초래한다.

야간노동은 규제되고 관리돼야 할 대상이지, 쿠팡을 견제할 수단이 될 수 없다. 야간노동은 노동자의 건강 위험 요인이고, 이는 여러 역학 및 실험연구로서 명백히 증명됐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여러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그 위험성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쿠팡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막겠다고, 새벽 배송 '시장'을 늘리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어리석은 발상은 "야간노동이 주간보다 힘들다는 증거를 알지 못한다"라는 쿠팡 해롤드 로저스 대표이사의 답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야간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규제돼야 한다. 야간노동은 임금이 아닌 시간으로 보상돼야 한다. 야간노동은 시간과 건강의 불평등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기업과 소비자에게 편익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평가돼야 한다. 야간노동은 노동자에게 더 나은 수입을 위한 선택지가 돼서도 안 된다. 입법은 이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는 야간노동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법률과 협약으로 이를 제한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2003년 11월 4일 제정한 '노동시간 지침(Directive 2003/88/EC)'에 따르면, 하루 3시간 이상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모두 '야간 노동자'로 분류한다. 위험하거나 고강도의 업무에 종사하는 야간 노동자의 하루 노동시간은 8시간을 초과해선 안 되고, 하루 11시간의 휴식 시간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익 보전 없는 노동시간 총량 규제가 현장의 반발을 초래하고, 배송 노동자들의 이른바 '투잡' 유인 동기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새벽 배송이 여전히 불안정 노동으로 운영되고 수익구조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야간노동 규제 정책이 실효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쿠팡의 고용구조는 상용직을 제외하고 크게 계약직, 일용직, 자영업자로 나뉘고, 배송 기사들의 경우 대부분이 위탁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된 특수고용 노동자로 운영된다. 쿠팡의 자회사 CFS가 2024년 11월 기준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의 비중을 27.4%라고 보고할 정도로, 일용직 노동자는 새벽 배송 사업의 중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새벽 배송이 시간급이 아닌 건당 단가로 수익을 얻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하루 노동시간과 연속 근무 사이의 휴식 시간을 측정할 수 없는 일용직 노동자로 운영된다면, 그리고 아침 7시까지 배송 마감해야 하는 물량이 정해져 있다면, 정책은 시간만 통제할 뿐 과로를 막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근로자개념에 대한 정교한 조작을 통해 노동법을 회피했듯, 노동시간 개념에 대한 교묘한 조작으로 정책을 회피할 수도 있다.

해법은 '불안정 야간노동' 규제

 2026.02.12.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의 대형 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2026.02.12.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의 대형 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 서비스연맹

어느 일용직 노동자는 지지난해 여름 쿠팡 경기도 모 캠프에서 심야 시간대에 프레시백 적재 업무를 하던 중에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했다. 그는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기 북부의 기존 직장에서 사무직으로 일한 뒤, 경기 남부의 쿠팡 캠프로 3시간가량 이동해 곧바로 토요일 오전 12시부터 9시까지 투잡으로 육체노동을 했고, 휴일인 그 다음 날에도 야간노동을 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업무시간이 단기 과로와 만성 과로의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산업재해를 불인정했다. 망인의 유족은 현재 서울행정법원에서 근로복지공단 상대로 소송 중이다. 망인이 야간노동을 스스로 선택하고 위험을 감수했으니, 망인의 죽음 역시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을 사회에 전가한 기업과 편리함에 기댄 사회는 그의 죽음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새벽 배송을 주된 사업을 하는 특정 기업을 잡기 위해서 새벽 배송을 늘리자는 성급하고 어리석은 입법안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새벽 배송에 이미 만연한 불안정 노동을 규제하고, 야간노동의 총량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야간노동이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수입의 선택지가 될 수 없듯 새벽 배송이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선택지가 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새벽 배송의 총량을 줄여 나가야 궁극적으로 쿠팡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3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정병민님은 노동시간센터 회원으로 변호사입니다.


#산업재해시민#대형마트#새벽배송#쿠팡#규제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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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민 (kilsh)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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