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10·29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던 그 시각,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김용현 전 대통령 경호처장 최측근에게 윤석열 부부 관련 전단 제거 완료 사진과 문자를 보낸 것이 청문회에서 추가로 드러났다. 재난안전법에 따라 참사 대응을 지휘해야 할 시각에도 구청장이 전단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49분경, 박 구청장은 김재헌 용산구청장 행정지원과 비서실장에게 전단 제거 완료 사진을 받자마자 정재관 전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에게 담벼락 사진을 3장 전달했다.
그러면서 "진보단체가 촛불집회 후 삼각지 국방부 건너편 담벼락에 피켓을 붙여놓고 갔습니다. 어마어마하게요 ㅠㅠ 우리 구청 당직자들이 긴급히 다 피켓 제거 완료하였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정 전 단장은 "ㅋ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 걱정이네요"라고 답변했다.
정 전 단장은 김용현 전 대통령 경호처장과 육사 38기 동기로, 특조위는 "정재관 참고인은 용산구청과 대통령실의 핵심 연결 고리"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실이 12일 오후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서 연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나왔다. 정 전 단장은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소환 요청됐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전단 제거 보고,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 의식한 거 아닌가?" 특조위의 질문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정재관 전 단장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 ⓒ 특조위
정 전 단장과의 통화·문자 내역 등의 새로운 증거가 나오자 박 구청장은 "이거는 나도 조금 전에 기억이 났다"라면서도, 정 전 단장과 "업무상 대화를 나눈 적 없다. 사적인 사이로 단순한 안부 전화를 했다"고 일축했다. 그러자 유가족들이 모인 방청석에서 고성이 터졌다. 박 구청장은 이어 "(10시 49분 당시 나는) 전혀 참사를 인지하거나 예견한 상태에서 주고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양성우 특조위 조사위원은 "증인(박 구청장)이 (참사 당시) 재난 대응을 진두지휘하는 대신 경호처 단장에게 전단 제거 완료 보고를 하고 있었던 거다. 문자를 보낸 이유는 참고인(정 전 단장)이 전단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라고 묻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또 양 조사위원은 "정재관 참고인이 특조위 조사에서 증인으로부터 전단 제거 메시지를 받은 경위에 대해 아마 (박 구청장이) 대통령실을 위해 구청에서 적극 협조한 걸 내게 자랑하려고 한 것 같다, 박 구청장이 용산공원 조성 관련 업무 협의 과정에서 구청이 적극 협조했다는 뉘앙스로 자랑하듯이 말한 적이 여러 차례 있다고 진술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증인은 정말 정재관과 사적인 연락만 하는 거 맞나? 지금 대통령실에 잘 보이려고 증인이 구청에 적극 협조해 왔다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라면서 "전단 제거 보고가 김용현과 육사 동기인 정재관을 통해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거 아닌가?"라고 물었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청문위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박 구청장과 정 전 단장이 참사 전날인 10월 28일 오전 9시 45분에 51초간 통화한 내역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도 거듭 "'잘하고 있느냐' 이런 사적인 내용이었을 것 같다. 업무에 대한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박 구청장은 정 전 단장과 51초간 통화하고 2분 뒤인 오전 9시 47분에는 대통령 경호처 명의 휴대전화 사용자와 56초간 추가 통화를 했다.
박 구청장의 대답에 양 조사위원은 "사적인 대화로 잠깐 통화했다고 하시는데 잘 기억을 못하면서 어떻게 사적인 대화였다고 단정을 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경찰 특수본이 2022년 11월 8일 박 구청장 자택 압수수색을 종료한 직후와 특수본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직후에도 박 구청장이 정 전 단장과 통화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추가로 드러난 통화 내역과 관련해서도 박 구청장은 "지금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니까 (정 전 단장이) 나를 걱정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위은진 조사위원은 이에 대해서 "압수수색 영장 기재 내용과 경찰 조사 내용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거 아닌가? 경찰 조사에서 전단 제거 작업과 정재관과의 관계, 경호처 관련성에 대해 진술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고한 거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청문위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박 구청장은 수차례 "오래된 일이다 보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일반적인 안부 전화였을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또 전단 제거 작업과 관련해서는 "(당직실에 내가 직접) 전단을 제거하라고 하지 않았다. 연락이 왔으니 (전단 제거가) 우리 업무인 것 같은데 (확인) 전화를 해보라고 한 것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참사 당시 재난안전상황실을 겸하는 당직실이 전단 제거를 하러 현장에 나가 당직실 인원이 부족했던 데 대해서는 "가장 뼈 아픈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정말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송기춘 위원장은 박 구청장을 향해 "업무상 취득한 부분을 문자로 전송하면서 사적인 관계에 불과했다고 말씀하신다. 일반적인 개념으로 사적인 관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되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전단 제거 관련해) 지시를 하지 않았고 (구청의 업무인지) 알아보라는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굉장한 압력을 수반하는 그런 용어라는 건 알고 계신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진호 당시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외사과장 또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내외 전단만 철거한 경위에 대해 "통상 집회가 끝나면 통상적으로 전단을 철거한다"라고 증언했다가 뒤늦게 "경호처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대통령실) 심기 경호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