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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산업에 일반화된 '다단계 하도급'과 '플랫폼 구조'는 화물 노동자의 운임을 깎아, 위험·장시간 노동을 초래한다. 이를 막는 제도적 방벽이 안전운임제다. 안전운임제 1기는 화물 노동자의 투쟁으로 2020년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한정해 3년간 실시됐다. 제도 일몰을 앞두고 화물연대가 두 차례 강력한 총파업을 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폭력적인 대응으로 결국 2022년 연말 막을 내렸다.

이 안전운임제가 2026년 1월부터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한정해 2028년까지 재시행된다.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맞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박연수 기획실장을 만나, 기대와 과제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2월 11일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안전운임제의 역할 복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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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노동유연화라는 명목 아래 불안정 노동 구조가 보편화되었다. 화물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지입제1)를 확산시켰고, 화주-운수 사업자-화물 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공고해졌다. 정규직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로 밀려난 화물 노동자들은, 이러한 공급 사슬 속에서 저운임 체계의 부담을 떠안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물 노동자들은 지입제 폐지와 함께 안전운임제를 꾸준히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운임 인상을 넘어, 화물 노동자와 도로의 안전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방어막이라 봤기 때문이다.

"현재 화물 운수 영역에 특수고용 노동자가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요. 여기에 화주, 운수 사업자, 화물 노동자로 내려오는 공급 사슬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가장 위에 있는 대기업 화주가 가격을 결정하면서 무소불위로 시장을 지배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최저입찰제를 비롯한 과도한 경쟁 구조와 운임 덤핑이 고착되었고, 개별 노동자는 이 저운임을 만회하기 위해 과속, 과로, 과적하도록 내몰리는 거죠. 안전운임제는 이 저운임 구조가 초래하는 위험한 도로 환경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서 역할하고 있습니다."

2020년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여러 한계를 지녔지만, 성과도 컸다. 노동시간이 감소했고, 삶을 예측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진짜 사장 화주들을 교섭 자리에 앉혔고, 안전운임제 미적용 품목의 운임 상승에도 일정하게 영향을 끼쳤다.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당시 안전운임제의 적용 범위는 전체 화물 노동자의 6% 미만으로 매우 협소했습니다. 적용 기간 역시 3년이었는데, 거대 화주로 인한 지배 질서가 수십 년 고착된 현장에 안착하여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죠. 그런데도 안전운임제는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우선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안전운임제가 적용된 품목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과적, 과속이 감소했습니다.2) 예측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 역시 중요했어요. 예전에는 언제 물량이 감소하거나 운임이 깎일지 모르니, 물량이 있을 때 바짝 벌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죠. 그러다 안전운임제가 생기고 어느 정도의 운임이 보장되니, 수입을 예상하고 삶을 계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전운임제 미적용 품목의 운임 상승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운송에 사용되는 차종 특성이 비슷한 경우, 컨테이너 부문에서 운임 기준이 생김에 따라 미적용 부문에서도 이 정도의 운임을 주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었죠.

'안전운임위원회'라는 형태로, 특수고용 노동자의 중앙교섭을 제도적으로 보장했다는 점도 의미가 큽니다. 화주들을 교섭 자리에 앉히고, 여기서 결정된 운임이 전체 화물 노동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것이죠. 현장 교섭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앱을 통해 콜을 잡는 화물 노동자들에게도 동일한 운임 기준이 작동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산업 전체 구조를 바꿀 수 있었던 지점이었다고 생각해요."

 2025.07.18. “국민안전 일몰 규탄! 제대로 된 안전운임제 입법 촉구!” 화물연대 투쟁 결의대회.
2025.07.18. “국민안전 일몰 규탄! 제대로 된 안전운임제 입법 촉구!” 화물연대 투쟁 결의대회. ⓒ 화물연대본부

2022년, 윤석열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파업 투쟁을 강력히 탄압했다. 업무개시명령 등 조치가 취해졌고, 안전운임제는 종료되었다. 화물 노동자들의 현장 장악력은 약해졌다. 최저입찰제가 부활했고 과로, 과속, 사고가 증가했다.

"현장에선 가장 먼저 최저입찰제가 부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시기 여러 문제로 물량이 감소했는데, 화물 노동자들이 스스로 운임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강화되었어요. 이는 노동시간 증가로도 이어졌죠. '따당'이라고 하는데, 부산에서 컨테이너를 실어 서울에 운송한 후 바로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일을 하루 안에 처리하는 등의 위험한 운송 형태가 다시 확산했습니다. 화물차 사고 건수 역시 증가했습니다. 제도적 기반 없이 노동시간 감소와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운송 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화물 노동자의 투쟁에 사회가 응답할 때

국토교통부는 2026년 1월 7일, "제도의 시행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모하기 위해 기존과 동일한 품목에 한정하여" 2028년 12월 31일까지 안전운임제를 재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재도입은 반갑지만, 좁은 범위, 3년 기간 한정의 되풀이로 우려도 크다.

"3년이란 짧은 기간만 다시 적용하고 일몰하겠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논의를 반복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왜곡된 화물 운수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지만 3년 후면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로, 안전운임제가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는 확신을 주지 않는 거죠. 이걸 기반으로 다양한 조정을 시도하자는 논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우려가 큽니다. 노동자 역시 한 번 사라진 경험을 해봤잖아요. 안전운임이 적용되는 3년,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자는 우려가 있어요.

안전운임제 1기가 적용되던 시기,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에서는 운임이 많이 올랐으니 장시간 운송하던 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차를 늘려, 기존에 물량이 늘어날 때만 잠시 용차로 일하던 비조합원들까지 포함해 물량을 나누는 시도를 한 적이 있어요. 이번에도 일몰로 끝난다니까 그런 좋은 사례가 다시 제시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3년 만에 재도입된 안전운임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박연수 기획실장은 적용 품목 확대 투쟁 외에도, 안전운임 미지급 사례 중 특히 화주가 비용을 전가하는 유형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운임제를 현장에 제대로 정착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안전운임 위반, 운임 미지급 사례에 대해 화물연대도 조직적으로 대응할 계획입니다. 특히 화주가 지급해야 하는 운임이나 부대 비용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엔 강력하게 대응하려 합니다. 화주가 1차 운송사에 떠넘기는 비용은 2차, 3차 운송사를 거쳐 결국 가장 밑에 있는 화물 노동자가 그 손실을 감당하게 됩니다.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 확대도 필수적입니다. 품목이나 차종이 무엇이든, 화주가 누구든 관계 없이 화물 운수 현장에서 안전운임제가 현장의 주요 질서로 작동하도록 안착하기 위해선 결국 품목 확대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역할과 책임도 정말 중요해요. 이 제도를 또 일몰시켜 적당히 끝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면, 위반 사례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단속으로 그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 모든 내용은 화물 운수 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요소이기도 해요. 화물 노동자에게 어떠한 노동기본권도 보장되지 않는 화물 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운임제는 어느 날 갑자기, 시혜적으로 도입된 제도가 아니다. 교통사고 가해자라고 낙인찍히기를 거부하며 사회의 건강과 안전을 향상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투쟁한 결과다. 택배, 배달 노동자들도 화물 안전운임제의 선례를 따라 안전 배달료, 안전운임에 대한 논의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안전운임제가 자리잡고, 불안정한 노동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모두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에 이제는 사회가 답해야 할 때다.

"안전운임제 재도입이 이재명 정권의 시혜로 인해 도입되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의 화물 운송, 특히 육상 물류는 화물 노동자의 노동에 빚지고 있습니다. 화물 노동자들은 공급 사슬 가장 말단에서 산업의 위기 비용을 전가 받으며, 안전을 위협받는 가운데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거리의 시한폭탄'이라는 오명을 들으면서도 처절한 투쟁을 통해 안전운임제를 요구, 관철했습니다. 도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화물 노동자들이 먼저 나서 싸운 결과가 안전운임제였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또 화물 노동자의 투쟁이 제기한 질문, 어떤 운임 체계가 필요한지에 대해 사회가 응답해야 할 시기라고도 생각해요. 무조건 값싸고 빠른 운임이 아니라 안전하고 적정한 운임이 사회를 지킨다는 인식이 화물 산업을 넘어 사회 전체로도 확산하면 좋겠습니다."

1) 화물차 기사가 자신의 차량을 운송사 명의로 등록하고, 회사의 물량을 운송하며 지입료를 지급하는 형태.
2) 한국교통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가 적용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감소했다. 컨테이너의 경우 2019년 월 292.1시간에서 2021년 276.5시간으로, 시멘트의 경우 월 375.8시간에서 333.2시간으로 감소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3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조건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안전운임제#화물노동자#화물운송#화물연대#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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