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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11 09:59최종 업데이트 26.03.11 09:59

3년 만에 열린 진주 매화숲의 진짜 주인공

 진주매화숲
진주매화숲 ⓒ 김종신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온 봄이 훅 하고 지나가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내와 서둘러 길을 나섰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경남 진주시 내동면 독산리, 진양호 물길을 굽어보는 산비탈입니다. 차 문을 여는 순간 매화 향기가 먼저 다가옵니다. 도시의 소음 대신 꽃 향기가 공기를 채웁니다. 언덕 위로 시선을 올리자 하얀 별처럼 피어난 매화가 산을 덮고 있습니다.

3년 만에 다시 열린 진주 매화숲

한동안 일반 방문이 제한되었던 숲이 2026년 봄 다시 열렸습니다. 10일,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매화숲으로 향하는 길에는 차량이 길게 줄을 섭니다. 봄이 열리자 사람들도 함께 움직인 듯합니다.

둔티산 자락 길 한쪽에는 차들이 길게 주차되어 있습니다. 양방향 통행이 쉽지 않습니다.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일방통행 중입니다.

 진주매화숲
진주매화숲 ⓒ 김종신

언덕길을 따라 매화나무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흙길 양옆으로 가지들이 서로 기대듯 뻗어 있습니다. 입구가 가까워지자 각종 주전부리를 파는 차들도 보입니다. 입구를 지나면 간이 화장실이 편안하게 걸어보라는 듯 수문장처럼 서 있습니다.

연분홍 꽃이 가지 끝마다 맺혀 있습니다. 길은 자연스럽게 꽃 터널이 됩니다. 걸음을 옮길수록 꽃빛이 가까워집니다. 멀리서 보면 산비탈 전체가 분홍과 흰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매화숲은 개인이 오랜 시간 가꿔 온 숲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황무지였던 비탈에 매화나무를 하나씩 심어 지금의 풍경이 만들어졌다고 전합니다. 약 1만 그루에 이르는 매화나무가 군락을 이룹니다.

매화는 조연, 봄날의 주인공은 우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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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 포토존에서는 사람들이 꽃 사이에 서서 사진을 찍습니다. 붉은 코트를 입은 방문객이 친구의 사진을 찍어 줍니다. 뒤로는 흰 매화와 홍매화가 언덕을 가득 채웁니다. 웃음소리가 꽃 사이로 번집니다.

여기저기서 말소리가 들립니다. "여기가 포토존이야", "살짝 아래에서 찍어봐" 그 말을 따라 아내의 모습을 꽃 아래에서 담았습니다. 매화 가지 사이로 햇살이 흩어집니다.

흐릿하게 앞에 맺힌 꽃 뒤로 아내의 얼굴이 환하게 보입니다. 매화숲을 거닐며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매화는 조연처럼 뒤에서 조용히 서 있습니다. 그 덕분에 봄날의 주인공은 오히려 우리 부부가 됩니다.

 진주매화숲
진주매화숲 ⓒ 김종신

꽃 가지 하나가 바람에 가볍게 흔들립니다. 작은 흰 매화 몇 송이가 햇빛을 받으며 반짝입니다. 꽃잎 가장자리에는 연한 붉은 기운이 번집니다. 배경으로 흐릿하게 언덕의 매화들이 이어집니다. 봄은 멀리서 오는 계절이 아니라 이렇게 가지 끝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매화는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꽃잎은 바람을 만나 하나씩 떨어집니다. 며칠 뒤면 이 하얀 풍경은 초록 잎에게 자리를 내어줄 것입니다. 사라질 봄을 붙잡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 기록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 찍은 사진을 천천히 정리했습니다.

사진을 넘기다 보니 문득 침샘이 고입니다. 매화가 지고 나면 매실이 열립니다. 언젠가 이 숲에서 매실을 따서 매실주를 담그고 잔을 기울일 날을 상상해 봅니다.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봄의 끝입니다.

▣ 진주 매화숲
- 장소 : 경남 진주시 내동면 산유로 362(독산리) 매화숲
- 개방시간 : 2026년 2월 28일부터 3월 15일까지
- 이용시간 : 09시~18시
- 입장료 : 무료
- 주차장 : 따로 없음. 인근 도로 주차 후 도보 이동 .산자락 한쪽. 주말 등은 혼잡. 일방통행
- 특징 : 약 1만 그루 매화 군락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진주매화숲#진주가볼만한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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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찬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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