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 18일 김건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해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사진 맨 위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 권우성
"기업처럼 보고하는 게 아니다. 한학자 총재와 나는 부모와 자식처럼 대화하고 아이디어를 나눴다." –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한때 부모-자식 같았다던 통일교 1인자와 2인자가 수용번호를 단 채 법정에서 맞붙었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특검 수사가 한창이던 2025년 9월 한학자 통일교 총재 측으로부터 유리한 진술을 해 달라는 회유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10시 10분부터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총재와 윤 전 세계본부장, 정원주 전 총재비서실장 등에 대한 15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이 아닌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 윤 전 본부장은 재판 시작에 앞서 "실체적 진실에 대해 먼저 말하고 싶다"라고 입을 뗐다. 그는 "2025년 9월경 한 총재 측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라고 설명했다. 당시는 한 총재가 연이어 소환조사에 불응하다가 자진 출석하고 이후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특검 수사 물망에 올랐던 시점이다.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가 "가정연합(통일교)의 꼬리 자르기는 잘못됐다", "가정연합(통일교)과 윤 전 본부장은 하나의 팀이 되어야 한다", "나는 결코 윤 전 본부장을 버린 적 없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한 총재의 (범행) 지시는 없었다", "한 총재가 보고를 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범행) 지시는 없었다"라는 식의 자술서를 써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배우자인 이아무개 전 재정국장에 대한 통일교 측 고소를 취하하고, 교단에서 제명된 윤 전 본부장을 복권해 준다는 제안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간 한 총재의 (숨은) 말씀이 있을 것이라 믿었는데 (재판) 4개월을 지켜보니 이건 아닌 거 같아 오늘에서야 이 메시지를 공개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재판 동안 증인들이 조직적으로 진술을 맞춘다거나 사랑을 표방하는 종교 공동체가 꼬리 자르기 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 참담했다"라고도 했다.
윤 전 본부장의 작심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한 총재는 그를 쳐다보다가 눈을 감았다. 윤 전 본부장은 이날 재판에서 한 총재의 지시에 따라 정치인 금품 제공, 자금 지원 등이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액수 불문, 자금 집행에 한 총재 승인 필요"

▲2025년 7월 30일 건진법사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선물을 전달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정권과의 유착 관계를 위한 각종 금품 및 선물 제공은 당연히 한 총재의 지시와 승인 하에 수행되었나", "액수 불문하고 중요 사항은 한 총재의 승인 하에 진행했냐"라는 특검 질문에 윤 전 본부장은 모두 "그렇다"라고 답했다. 특히 "증인들 사이에 자금 집행 과정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라는 특검 주장에는 "그들은 한 총재에게 보고하는 역할이 아니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건희에게 샤넬 가방과 목걸이를 지급하는 데 한 총재에게 사전 보고했냐"라는 질의에도 그는 이를 인정했다. 반면, 통일교 측이 권성동 의원에게 1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과 외국 정치인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위법 수집 증거를 이유로 말을 아꼈다.
윤 전 본부장은 국민의힘 후원 의혹과 관련해 "한 총재가 2022년 3월 특별 집회 때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뜻을 밝혔고 그 이전에도 다른 교인들에게 의중을 밝혔다"라고 설명했다. 특검이 구체적인 집행 과정을 질문하자 그는 입을 닫았다. 다만 "대선에 대해 이미 2021년 11월부터 한 총재와 깊이 논의했다"라며 "과거에도 선거 때마다 통일교 차원의 정치 지원이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선거 때마다 (지원 관련) 엑셀 파일이 있었고, 제 기억상 2016년, 2017년, 2018년에도 그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지자체 (선거) 같은 경우에는 우리 (통일교)와 연계된 분들을 지원해서 당선됐다는 보고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는 한 총재와의 관계를 두고서 "기업체처럼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처럼 대화했고 그에 서신이 가미되는 식"이었다며 "모두 한 총재의 위상과 영광으로 돌아가게 했다. 나는 초점이 아니"라고 말했다.
구속 중인 한 총재는 검은색 머리띠와 하얀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출석했다. 한 총재 측은 "건강 상황을 고려해 1시간마다 1번의 휴식이 필요하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은 남도현·박기태·박예주·오세진 검사가 출석했다. 한 총재의 변호인으로는 권오석·류재훈·박진원·서동후·송우철·이혁(이하 법무법인 태평양), 강찬우·심규홍·이남균(이하 법무법인 LKB평산) 등 총 16명이 출석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3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