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을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3월 7일 오전 10시, 제41회 한국여성대회가 진행되는 광화문 광장에서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이하 페미연대)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6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그들은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외치며, 2016년 5월 17일에 발생했던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10주기를 앞두고 '3.8에서 5.17까지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집중행동'을 공식 선포하며 여성 폭력 다이인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페미연대는 이번 집중행동으로 ▲강남역을 잊지 않겠다는 여성 선언 ▲페미니스트 연대 확장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10주기에 대한 의미화 ▲추모를 넘어 행동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3.8에서 5.17까지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 사진 ⓒ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여성들에게 각성과 결집, 행동의 상징이 된 '강남역'
2016년 5월 17일 새벽, 강남 소재 한 건물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가해자는 범행 전 여섯 명의 남성을 그냥 보내고, 일곱 번째로 들어온 여성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었다면 나도 살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여성들은 매일 강남역을 찾아 추모의 포스트잇을 붙였다. 피해자들에 대한 추모와 여성 폭력에 대한 분노의 집회도 계속되었다. 여성들의 분노와 변화에 대한 뜨거운 열망은 강남역에 머무르지 않았다. 여성들은 강남역 앞에서, 전국 곳곳에서, 여성 폭력 없는 사회를 외쳤다. 그렇게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은 여성들을 각성하고, 결집하고, 행동하게 만들었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당시 추모 포스트잇강남역 10번 출구에 빼곡히 붙은 추모 포스트잇 사진 ⓒ 서울시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10주기를 두 달 앞둔 지금, '강남역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한국 사회에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여성 폭력이 반복되고 있으며, 어디든 '강남역'이 될 수 있는 성차별 사회에서 여성들의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각계각층의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여성들에게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10주기'가 어떤 의미인지 밝혔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은 여는 발언을 통해 "강남역으로부터 지난 10년은 여성 폭력 및 성폭력과 싸워 온 투쟁의 역사 그 자체"라며 "지금도 어디선가 혼자서 폭력을 견디고 있을 누군가에게 우리가 모이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알리기 위해 모였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10년간 포기하지 않고 싸워왔던 투쟁의 역사를 이어받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추모를 딛고 행동하는 여성들의 활동을 선포했다.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라!3.8에서 5.17까지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 사진 ⓒ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덕성여자대학교 페미니즘 네트워크 FM419 오가현 회장은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은 단지 한 개인의 범죄가 아닌,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가 직접적인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드러낸 사건이었다"리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여성은 일상에서 폭력을 걱정하고 스스로 경계해야 하며, 자신의 존재를 설명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라며 "여성 폭력을 개인의 일탈로 축소하지 말고, 기본권의 문제로 다루라"라고 소리 높였다.
강나연 서페대연(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운영위원은 "대학은 현재 문제제기를 하면 고소 고발과 협박을 일삼는 교수 때문에, 이를 방관하는 학교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는 학생들을 향해 폭력적이라고 말하며 비난을 일삼는 언론과 사회의 시선 때문에 누구도 입을 뻥끗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며 분노했다. 그러면서 서페대연이 먼저 앞장서서 여성 폭력에 맞서는 강남역의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3.8에서 5.17까지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 사진 ⓒ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부천새시대여성회 심지선 회장은 "매일 한 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목숨을 잃거나 위협당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라며 "경기 지역 여성 단체의 최근 3년간 상담 현황에 따르면 성폭력 상담 인원이 총 9,043명"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투운동,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탄핵 광장에서 서로 서로 용기가 되어 외쳤던 마음으로, 지역에서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10주기 추모 행동에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김혜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여성위원장은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과 2026년 이란의 한 여성 초등학교에 발생한 폭격 사건은 국적도 언어도 상황도 다르지만, "폭력의 구조 속 여성과 소녀의 생명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다는 상황"이 공통점이라며 차별의 현실을 강조했다.

▲3.8에서 5.17까지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 사진 ⓒ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이어서 참가자들은 다 함께 여성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행동을 촉구하는 여성 폭력 다이인 퍼포먼스를 하며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여성 폭력으로 죽어간 여성들을 기억하고 여성 폭력을 해결하자는 뜻에서 6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두 광화문 광장 바닥에 죽은 듯이 누웠다.

▲3.8에서 5.17까지 여성폭력 해결을 위한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 사진 ⓒ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10년 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의 이유는 단 하나, '성차별 사회, 여자라서' 죽은 것"이라며 "강남역 이전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행되는 차별과 폭력은 존재했지만 강남역은 우리를 바꾸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강남역으로부터 시작된 페미니스트라는 자각, 더 이상 자매들을 잃지 않기 위해 침묵하지 않겠다는 용기,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수많은 투쟁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가슴에 새겨진 강남역을 잊지 않고 행동할 것이다"라며 집중행동에 함께해줄 것을 촉구했다.
약 700여 명의 여성들, 현장에서 함께 여성선언 참여

▲3.8에서 5.17까지 여성 폭력 해결을 위한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 사진 ⓒ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페미연대는 이어진 제41회 한국여성대회 부스에 참여해 여성 및 페미니스트 시민들에게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잊지 말고 기억하고, 행동하자는 목소리를 냈다. 현장에서 700여 명의 여성들이 여성선언에 함께하며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10주기 집중행동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어지는 행진에서 페미연대는 '여자라서 죽었다! 5월 17일 강남역으로'라고 적힌 만장을 높이 들며 종로 거리를 행진했다.
페미연대는 현재 '강남역! 다시! 추모를 딛고 행동하는 여성선언 -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여성 선언을 모집 중에 있다. 이밖에도 토론회, 지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 캠페인, 릴레이 토론회 등을 진행하고 5월 17일 당일에는 강남역에서 추모행동을 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뿐 아니라 경기, 대전, 대구, 목포, 제주 등 전국에서 여성 폭력 현실을 알리는 집중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