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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50일 만에 250만 관객을 넘긴 영화 <만약에 우리>. 풋풋했고 그래서 더 찌질했던 청춘의 맛을 오랜만에 마주했다. 그 시절 우리는 서툴렀고, 비겁했고, 그럼에도 뜨거웠다. 영화는 기억 서랍 속에 웅크리고 있던 '그 순간의 질문'을 조심스럽게 소환한다. 그리고 묻는다.

"만약에 내가 그 지하철을 탔다면?"
"만약에 우리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 질문은 스크린을 넘어 각자의 가슴으로, 각자의 순간으로 들어왔다. 함께 영화를 본 남편은 이십대 악연 같았던 누군가를 떠올렸고, 나는 내 마흔의 '어느 날'을 소환했다.

큰애 낳고 열두 해 만의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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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기분이 이상한 날이었다. 양치를 하는데 구역질이 올라왔다. 전날 과음한 것도 아닌데, 모닝 양치를 너무 전투적으로 했나 싶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늘 가던 방송국 앞 건물 지하에 있는 백반집을 갔다. '스뎅' 밥공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흰쌀밥을 한 숟갈 뜨는데 막걸리 냄새가 났다. 밥을 먹는데 술맛이 났고, 술도 안 마셨는데 구역질이 올라왔다. 뭐지?

여의도역 앞에 있는 산부인과를 갔다. 잦은 밤샘으로 인한 방광염 치료로 자주 들르던 병원이었다. 소변 검사를 하고 초음파실로 안내를 받았다. 십여 년 만에 마주한 검은 화면 속 콩 주머니 안에 아주 작은 강낭콩알이 보였다. 임신 6주란다.

늙은 DNA지만 매우 건강함 노산의 위험으로 대학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았다. 쿵쿵쿵쿵 그때의 심장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저렇게 작았는데 지금 나보다 크다.
늙은 DNA지만 매우 건강함노산의 위험으로 대학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았다. 쿵쿵쿵쿵 그때의 심장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저렇게 작았는데 지금 나보다 크다. ⓒ 정현주

첫 아이를 낳고 열두 해 만의 임신이었다. 여의사는 책상 위 볼펜 머리를 톡톡 치면서 물었다.

"낳으실 건가요?"

낳을 거면 여기서는 안 된다고 했다. 노산은 위험이 많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20년이 흐른 지금 나는 생각한다.

'만약에 그때 우리가 겁을 먹었다면'
'만약에 그때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마흔의 임신'은 이슈가 되지 못한다. 배우 이영애는 41세에 쌍둥이를 낳았고, 스스로 노산의 아이콘이라 부르는 최지우는 46세에 첫 출산을 했다. 그 뒤로 손담비, 이정현, 황보라 등 늦게 임신하고 출산한 사람들 모습을 방송에서 보는 게 어렵지 않다. 이제 노산은 특별한 일이 아니며 '노산=능력의 상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제 보면 나는 '노산의 어얼리어답터', 어쩌면 '노산의 트렌드세터'쯤 되는 셈이다. 하지만 2006년의 공기는 달랐다. 서른아홉은 가능하고 마흔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시대였다. 미성년자도 아니고, 초산도 아니고, 큰아이가 열두 살이었다.

이런 딸이 늦게 임신을 했다는데 친정엄마는 '세상에 이런 일이'의 주인공을 보는 듯 했다. 눈이 동그래져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을 짓더니 태연하게 빨래를 개면서 질문을 했다.

"너 낳을 거야?"

나이 들어 임신도 출산도 막막할 때

그땐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질문이었다. 마흔의 임신을 '늙은 DNA'라 부르며 걱정하던 시대였으니. 그 세대의 한 사람이 바로 '나'였고.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 중 35세 이상 산모 비율은 35%를 넘어섰다. 산모 10명 중 4명이 노산이다. 과거 '예외'였던 고령 출산이 이제는 보통이 되었다.

노산1세대의 증거품 나중에 독립하면 주려고 고이고이 보관중인 보물들. 출산시 네임택, 팔찌, 산모수첩, 그리고 믿어지지 않는 두 줄의 흔적. 레트로한 임테기의 컬러를 보라.
노산1세대의 증거품나중에 독립하면 주려고 고이고이 보관중인 보물들. 출산시 네임택, 팔찌, 산모수첩, 그리고 믿어지지 않는 두 줄의 흔적. 레트로한 임테기의 컬러를 보라. ⓒ 정현주

그럼에도 임신 앞에 '고령'이 붙는 순간, 걱정과 불안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진다. 이럴 때, 노산을 먼저 겪은 옆집 언니가 있다면 어떨까(나는 없었다). 심지어 재미있고 유쾌하면서 파워F의 공감력까지 나눠주는 언니라면. 그게 나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축하보다 걱정이 먼저였고, 선택보다 위험이라는 말이 앞에 붙었던 그때. 2006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던 마흔의 임신을 통과한 내가, 2026년 지금 같은 고민 앞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아직 끝나지 않은 노산 부모의 현실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까똑)언니, 물어볼 게 있는데 시간 돼요?'

아파트 윗층에 사는 동생에게 온 메시지다. 그녀는 마흔둘에 첫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다. 학부모 총회를 앞두고 걱정이 많은가 보다. 나는 바로 답장을 보낸다.

'물론이지. 언니가 누구야. 노산 1세대잖아.'

#노산#고령임신#늦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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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아이를 낳았다

(전) 공중파 방송작가, 카피라이터, 광고홍보 프로덕션 운영. (현)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 / 2025 국민이 함께하는 저작권 글 공모전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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