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황혼 육아가 대세다. 65세인 나도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를 7년째 하고 있다. 5개월부터 주말 육아 하였는데 벌써 초등학교 1학년을 수료하였다. 주말에 오는 쌍둥이 손자와의 달콤쌉쌀한 육아 이야기로 저출산 시대에 아이가 주는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다.
거의 두 달 동안의 긴 겨울 방학이 지나고 3월이 되었다. 쌍둥이 손자도 2학년이 되어 지난 3일 등교했다. 매년 3월 초는 새 학기가 시작된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기대도 되지만, 걱정이 앞선다. 새 학기에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잘 적응할지 긴장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반, 새로운 선생님, 새 친구 등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면 좋은데, 생각보다 많은 아이가 힘들어한다.
나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했다. 퇴직 전에는 매일 아침 교문에서 '등교 맞이'를 했다. 등교 시간에 교문에 서 있다 보면 입학식 뒤 첫 주에 교실에 안 간다며 우는 1학년을 자주 본다. 그럴 땐 보호자에게 교실까지 데려다 주시라고 하거나 "오늘은 교장 선생님과 교실에 갈까?"라며 손잡고 교실까지 데려다 주기도 하였다. 대부분 1주일 정도면 적응이 되는데, 심한 경우 2주일까지 적응이 안 되는 학생도 있었다. 그럴 땐 정말 안타까웠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네 살 손자
우리 집에도 손주가 세 명 있다. 쌍둥이 손자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고, 막내는 네 살로 아기 때부터(6개월) 다니던 어린이집을 떠나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지난주 큰 며느리가 전화를 했다. 손자가 새로 옮긴 어린이집에 안 간다며 매일 아침 운다는 거다. 걱정이 많이 되었다.
"어머니, 준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매일 울어서 속상해요."
"처음에 그러다가 괜찮아지겠지. 조금만 기다려보자."
"벌써 며칠째 그러네요. 집에 와서도 웃지 않고, 밥도 잘 안 먹으려고 해요."
"많이 속상하겠다. 예전에 같은 어린이집 다니던 친한 친구도 같은 어린이집에 간다고 했었지?"
"맞아요. 친한 친구 한 명이 같은 어린이집에 가요."
"그럼 그 엄마에게 전화해서 어린이집 갈 때 친구랑 만나서 손잡고 같이 들여보내 봐."
이 방법이 효과가 있었는지 어린이집 가기 싫다던 손자는 요즘은 아침에 어린이집 앞에서 친구를 만나 손잡고 잘 들어간다고 했다. 어른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힘들고 어색한데 아이들은 더 힘들 거다. 정말 다행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쌍둥이 손자의 등교

▲3월 3일 등교하는 쌍둥이 손자 ⓒ 유영숙
쌍둥이 손자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쌍둥이인데도 성격도 다르고, 식성도 다르고, 좋아하는 놀이 등 취향도 다르다. 쌍둥이 손자 중 1분 먼저 태어난 지우는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지난해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별문제 없이 잘 다녔다.
같은 남자아이인데 둘째 연우는 달랐다. 어린이집에 갈 때도, 유치원에 처음 갈 때도 아침마다 울어 정말 힘들었다. 들어가면 잘 노는데 아침에 엄마와 외할머니(외할머니가 늘 함께 등원 시키고 계신다)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어서 아침마다 전쟁이 따로 없었다. 며느리 말에 의하면 학기 초에 늘 열흘 정도는 힘들었단다. 그래도 유치원도 3년간 잘 다니고 졸업했다.
지난해 초등학교 입학식 때는 나도 입학식에 함께 갔는데, 그날은 괜찮았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힘들었다고 한다. 늘 며느리와 외할머니가 교문까지 데려다 주는데, 교문에서 교실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 지우에게 연우 잘 데리고 가라고 하면 조금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12시 30분까지 꼭 데리러 와야 해요"라며 몇 번씩 확인하고서야 지우 손잡고 들어갔다. 그래도 별일 없이 1학년을 잘 마쳤다.
올해도 우리 집은 개학 첫날인 3일 오전 내내 '초긴장'이었다. 연우가 학교에 잘 적응할지 걱정되어 나도 손자들이 하교 하길 기다렸다. 손자들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것 같아 며느리에게 전화해 보았다. 첫날이라 며느리가 2학년 교실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복도에서 머뭇거리던 연우가 교실 안의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보더니 "엄마, 안녕!"하며 신통하게 교실로 잘 들어갔단다.
"어머니, 연우가 많이 컸나 봐요. 연우가 학교에서 기분이 좋아서 돌아왔어요."
"정말?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 왔을 때 연우에게 물어보니 "선생님이 100% 좋다"고 해서 안심이 되었다. 선생님이 좋은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2학년은 왠지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것 같아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이렇게 새 학년 등교 첫날을 잘 보내어 우리 집은 걱정을 덜었다.
긍정적인 말 한마디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된 지 2주 차에 들어간다.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학교가 불안한 곳이 될 수도 있고 행복한 곳이 될 수도 있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에 어떤 말을 해 주었는지 돌아보자. 아이들 마음 속에 '불안'이 있으면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늘 긍정적인 말로 학교가 좋은 곳임을 느끼게 해 주면 아이의 마음에도 '불안'이 사라지고 '긍정적인 생각'이 자리 잡을 거다.
아이가 1주일이 지나도 계속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면 담임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다. 담임 선생님 말 한마디가 아이를 바꾸어 줄 수도 있고, 친구들도 옆에서 도와주면 점차 잘 적응해 가고 싶은 교실이 될 거다.

▲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 온 손자베란다 화분에 올라온 군자란 꽃대를 보며 즐거워한다. 올라오는 군자란 꽃대처럼 올 한해 연우가 즐겁게 학교 생활하며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 유영숙
조금 나이 먹은 탓도 있겠지만, 지난 1년 동안 주말 육아를 하면서 학교 이야기도 자주 물어보고, 학교의 좋은 점, 즐거운 점도 많이 이야기 했다. 늘 친구들 이야기도 물어보고, 손자들이 학교를 재미있는 곳, 좋은 곳으로 생각하도록 했다.
올해는 서울에서도 입학생 0명인 초등학교가 생겼다고 한다. 정말 소중한 아이들이다. 올 한 해 우리 집 손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즐겁고 안전하게 학교 생활하기 바란다. 더불어 선생님들도 즐겁게 보람을 느끼시길 바란다. 학부모님들도 학교를 신뢰하고 늘 응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를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영숙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