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는 아들이 살 아파트를 마련했다. 처음에는 신입생을 배려하느라 복학생은 4인 1실을 쓰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을 얻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월세를 알아보니 예상대로 학교 근처 원룸은 가격이 상당했다(강원도 춘천). 고민 끝에 월세를 이자라고 생각하고 작은 아파트를 하나 사기로 했다.
학교 가까운 곳에서 적당한 가격을 찾다 보니 오래된 아파트일 수밖에 없었다. 1999년에 준공되었으니 벌써 27년이나 된 셈이다. 다행히 창호는 이중창으로 교체되어 있었지만 다른 곳은 많이 낡아 수리가 필요했다. 전체 리모델링을 하려고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아 집수리 DIY에 도전하기로 했다.
집수리 첫 번째 도전은 세탁실 단열 시공이다. 유튜브를 참고해 '아이소핑크'라고 불리는 단열재를 우레탄폼으로 붙이고 그 위에 '단열 벽지'를 덧붙였다. 천장까지 넓이를 계산해 아이소핑크 한 장 크기인 900×1800으로 대충 나눠 보니 6장이 필요했다. 건축자재상에서 10mm짜리를 장당 2400원에 7장 샀는데 한 장이 남았다. 보일러실 안쪽에 붙이면 될 듯하다.
단열재는 길이가 1800mm라 그대로 차에 실을 수 없어 반으로 잘라 옮겼다. 벽에 있는 가스 배관과 수도꼭지를 피하다 보니 작은 조각으로 나눌 수밖에 없었다. 틈을 메우긴 했지만 아무래도 어설프다. 이런 틈이 있으면 완벽한 단열을 기대하기 어렵다지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했다. 천장에 붙일 때는 접착제로 쓰는 우레탄폼이 어느 정도 굳을 때까지 계속 붙잡고 있어야 했다.
'단열 벽지'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샀는데 최소 단위가 20m였다. 7만 원을 주고 샀지만 절반이나 남았다. 인터넷에는 10m에 3만 원 정도 하는 상품도 있다. 벽지는 뒷면에 접착 스티커가 있어 붙이기 자체는 매우 쉽다. 다만 천장에 있는 등과 배관을 피해서 재단하고 붙이는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롭다. 여기에 무늬까지 맞추는 일은 아마추어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친구와 둘이 점심을 먹고 바로 시작했는데 저녁도 못 먹고 밤이 깊어서야 겨우 끝났다. 어두워 사진은 잘 나오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스럽다.

▲습기로 지저분하게 들떠 버린 페인트를 긁어 내고 있다. ⓒ 박영호

▲단열재 붙이기 ⓒ 박영호

▲단열 벽지 시공 ⓒ 박영호
싱크대와 신발장은 직접 만들 시간도 없고 철거와 폐기물 처리도 만만치 않아 보여 온라인에서 고수를 찾아 맡겼다. 지난해 목공 작업을 하다 손가락을 크게 다친 뒤 그나마 있던 몇 가지 공구를 친구에게 넘긴 탓도 있다. 수전 교체까지 포함해 118만 원이 들었는데 역시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하니 마감이 훨씬 깔끔하다.

▲새로 바꾼 신발장과 싱크대 ⓒ 박영호
싱크대를 찍은 사진을 보니 지저분한 현관문이 눈에 띄었다. 특히 도어클로저에서 기름이 흘러내린 자국이 있었다. 도어클로저는 현관문이나 방화문 위쪽에 설치되어 문이 열린 뒤 자동으로 천천히 닫히게 하는 유압식 장치다. 단순히 삐걱거리는 소리만 난다면 윤활유로 해결할 수 있지만 기름이 새면 교체가 답이라고 한다.
요즘 웬만한 해결 방법은 유튜브에 다 있다. '철*박사'가 추천한 제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알고 보니 K1600은 제품 이름이 아니라 규격이었다. 이런 제품은 대기업보다는 이름이 낯선 중소기업 제품이 대부분이다. 너무 가성비만 따지면 실패하기 쉬우니 적당한 가격대를 고르는 편이 안전하다. 공교롭게도 '탈팡'(쿠팡 탈퇴)을 하고 나니 사야할 물건이 많아진다.
전동 드릴과 전동 드라이버가 있어서 설치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역시 일은 공구가 한다. 이 제품은 문을 90도 이상 열면 자동으로 닫히지 않고 멈추는 기능이 있다. 덕분에 현관문에 노루발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 도어클로저 옆에 있는 나사를 돌려 문이 닫히는 속도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모델이 달라진 탓인지 기존 구멍을 그대로 쓰지 못해 보이는 구멍이 아쉽다.

▲새로 바꾼 도어클로저 ⓒ 박영호
작은 일이지만 이런 작업을 마치고 나면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페인트는 다이소에서 작은 통을 사서 칠했는데 현관문 안쪽은 세 번 정도 칠할 수 있었다. 부서진 우유 투입구는 아예 막아 버렸다. 어쩌면 우유 투입구를 막는 제품이 나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요즘 아파트현관문엔 우유 투입구가 아예 없으니 필요가 없는 정보일 수 있겠다.
주방 조명도 바꿨다. 원래 달려 있던 형광등이 멀쩡해 조금 아깝긴 했지만 분위기를 바꿔 보고 싶었다. 그래서 디자인이 있는 등으로 교체했다. 전구는 LED지만 너무 밝은 색보다는 은은한 빛이 나는 제품을 골랐다. 등을 교체하는 일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누구나 할 수 있다.

▲새로 바꾼 주방등 ⓒ 박영호
화장실이 가장 눈에 거슬렸는데 견적을 받아 보니 300만 원이 훌쩍 넘어서 수리를 포기했다. 다행스럽게 변기와 세면대는 비교적 최근에 교체한 것처럼 보였고, 타일도 촌스럽긴 하지만 깨진 곳은 없었다.
대신 가장 마음에 걸리던 환풍기를 바꾸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새로 달았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오래된 아파트에는 환풍기 대신 단순히 바람만 통하는 환풍구만 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 준공 당시에는 환풍기 관련 규정이 지금처럼 까다롭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벽에는 환풍구가 있지만 뜯어 보니 그냥 벽 안쪽으로 구멍만 뚫려 있을 뿐이다. 어떤 날은 그 구멍을 통해 담배 냄새가 그대로 들어오기도 했다. 그대로 두기에는 영 찝찝했다.

▲구축에 있는 무늬만 환풍구 ⓒ 박영호
유튜브를 찾아보니 설치 방법을 소개한 영상이 많았지만 초보자가 하기에는 생각보다 공사가 커 보였다. 그나마 천장에 있는 조명의 전원과 연결하는 방식이 있었지만 이 집 화장실에는 점검구가 없어 천장을 뜯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일이 너무 커질 것 같아 콘센트에 꽂아 쓰는 방식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제품을 고를 때는 '벽부형'인지 확인해야 한다. 요즘 아파트는 대부분 환풍기가 천장에 달려 있어서 벽에 설치하는 제품은 종류가 많지 않다. 단순히 바람개비만 달린 제품이 저렴하지만 모양이 너무 공장 설비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가격이 조금 더 나가더라도 디자인이 깔끔한 제품을 골랐다.

▲새로 설치한 환풍기 ⓒ 박영호
설치해 보니 흡입력이 꽤 세다. 광고에서 말한 것처럼 화장지를 대면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을 정도니, 이제 담배 냄새는 확실하게 막아 줄 것 같다. 외관도 바람개비가 드러나지 않아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설치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타일 벽에 구멍을 뚫어야 하니 최소한 전동 드릴 정도는 있어야 한다. 아래로 내려오는 전선은 콘센트에 연결해 사용하기로 했다. 전선 정리만 깔끔하게 해 두면 사용에는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아직 손볼 곳이 몇 군데 더 남아 있다. 여름 방학이 되면 타일 위에 페인트를 한 번 칠해 볼 생각이다. 이렇게 하나씩 고쳐 가다 보면 낡은 집도 조금씩 새집 같은 느낌이 난다.
오래되어 누렇게 변색된 스위치와 콘센트만 새것으로 바꿔도 집안 분위기가 훨씬 깔끔해진다. 물론 전문가에게 맡기면 결과는 훨씬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손으로 하나씩 고쳐 나가는 과정도 생각보다 꽤 즐겁다.
조금씩 손을 보며 집의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어쩌면 리모델링의 또 다른 묘미인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