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개 군 지역이 2월 26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충북에서는 유일하게 옥천군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월간 옥이네> 104호에서는 지역 주민들에게 지급되는 1인당 월 15만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이 '지속가능한 농어촌' 만들기에 기여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봤습니다.

▲충북 영동군 찾아가는 행복장터 ⓒ 월간 옥이네
충북 옥천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둘러싼 가장 큰 불만의 목소리는 바로 면 지역 사용처에 대한 것이다. 기본소득 사용처가 읍 주민은 읍에서, 면 주민은 면 내에서 기본소득을 사용하는 것이 우선(옥천읍 병의원·약국·학원·안경점·영화관은 사용 가능)되면서 점화된 문제다. 이에 부족한 면 지역 기본소득 사용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
그 대안으로 옥천군은 ▲ 면 지역마다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과 상의 ▲ 옥천농협(옥천읍, 동이·군서·군북면 담당) 하나로마트에서 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 ▲ 청산농협(안남·안내·청성·청산면 담당) 하나로마트에서는 이동식 슈퍼를 운영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찾아가는 이동장터가 도입된다면 어떠한 풍경이 펼쳐질까?
가까운 영동군에서는 '찾아가는 행복장터'를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는 충북에서는 첫 사례로, 영동군과 영동농협이 협력하고 영동농협 하나로마트 본점이 주관해 운영하고 있다. 옥천보다 앞서 이동장터를 운영하고 있는 영동의 사례를 톺아봤다.
2주에 한 번씩 찾아오는 마트
'찾아가는 행복장터'는 매주 월·화·수·목 오전·오후마다 영동 32개 마을을 향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마을은 영동농협 관할 지역인 영동읍, 용산면, 양강면, 심천면 등 각 읍·면 하나로마트에서 5km 이상 떨어진 마을이다.
"오전에 두 곳, 오후에 두 곳 마을에 방문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영동 하나로마트 본점에서 300여 종의 식품과 물품을 실어 두고, 한번 방문하면 30분가량 마을에 머물며 판매합니다."
오전 9시, 영동 하나로마트 장시훈 팀장이 차량에 올라타며 설명한다. 이날 오전에 방문할 마을은 영동읍 비탄리와 봉현리. 두 마을은 영동읍 하나로마트에서 각각 약 5.6km, 8.5km 떨어져 있다.
"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일수록 (찾아가는 행복장터) 이용률이 더 높은 편입니다. 한 마을에는 2주에 한 번씩 방문하고, 마을 방문 전 이장님께 연락을 드려 주민들 홍보를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이날 첫 방문 마을인 비탄리에 도착하자, 장시훈 팀장은 마을회관 앞 공터에 주차한 뒤 전기 시설과 차량을 연결하고, 주민들이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승·하차 계단과 난간 손잡이를 설치, 차량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과 음향 장비 등 방송 시설을 정비했다.
"(찾아가는 행복장터) 차량은 3.5톤 트럭을 개조해 제작한 것입니다. 트럭 내부는 8.3㎡(2.5평) 남짓한 규모이고, 냉장고 3대와 고기·채소·달걀 같은 신선식품, 라면·휴지 등 생필품이 실려 있습니다. 난간 손잡이 설치는 수동으로 작업해야 해서 번거롭긴 하지만, 연세 많은 주민분들이 이용하시려면 필수이지요. 방송 시설은 차량이 마을에 나왔다는 걸 알리기 위한 용도예요. 이장님들이 따로 방송을 해주시긴 하지만, 주민분들이 놓치지 않고 이용하실 수 있도록요."
혼자 가려면 못가던 장, 내 돈으로 사는 재미 누리지

▲선창월씨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 ⓒ 월간 옥이네
비탄리는 주민 70여 명의 평균 연령이 75세 이상인 고령화 마을이다. 가까운 동네 식료품점이 따로 없어, 주민들이 장을 보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5.6km가량 떨어진 영동읍 하나로마트 혹은 인근에 위치한 슈퍼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 그마저도 마을에 버스가 하루 5번 서고, 편도 40분가량의 거리이기에 이동이 쉽지 않다.
차량 설치를 마치고, 스크린과 음향 설비를 통해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주민들이 하나둘 행복장터 앞으로 찾아오기 시작한다. 주민들은 설치된 계단을 통해 차량에 올라 구석구석, 필요한 식자재를 살펴본다. 이날 가장 먼저 방문한 선창월(90)씨는 마요네즈, 콩나물 등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는 계산을 마치고 이내 다시 돌아와 요구르트를 한 통 더 구매했다.
"집 앞까지 슈퍼가 찾아오니 너무 편하고 좋아. 보통 자녀들이 찾아와서 먹을 것 장 봐다 주고 챙겨주는데, 이렇게 차가 와주면 내가 직접 살 수 있지. 콩나물은 무쳐서 반찬 해 먹고, 마요네즈는 이것저것 비벼 먹으면 맛있다고. 요구르트는 손주들 오면 좀 주려고 샀어."
박용례(84)씨는 방문 요양보호사 안순임(66)씨와 함께 장을 보러 나왔다. 계란 한 판, 홍합, 어묵, 당면 등을 구매해 돌아가는 두 사람이다. 이렇게 장을 본 것으로 잡채, 계란말이, 홍합탕을 요리해 먹을 계획이라고.
"6개월째 매일 방문해 어머님 돌봐드리고 있어요. 어머니 허리가 안 좋으셔서 혼자서 차려 드시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이렇게 가까이에서 장 봐서 같이 요리해 식사 챙기는 거예요." (안순임 요양보호사)
이날 장터에는 한 주민이 전동차를 타고 방문하기도 했다. 계단을 직접 오르내리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필요한 물품을 앞에서 이야기하고 직원이 전달, 차량 밖에서 계산을 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찾아가는 행복장터) 이제 운영한 지 3개월 정도 됐죠. 주민들이 식재료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된 것인데, 마을에 가면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정말 많아요. 차량이 아니었더라면 직접 읍에 나와 장 보시기는 불가능에 가까웠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오늘은 평소보다 주민분들이 더 많이 나와주신 것 같습니다(웃음)."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식자재는 우유, 콩나물, 두부 등 신선식품과 라면 등 간편 레트로트 식품이다. 선호도를 고려해 부족하지 않도록 판매 품목을 준비하지만, 더러 수요에 못 미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날 한 주민이 파프리카를 찾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구하지 못했다.
"본점에 비해 물품 종류가 적다 보니, 때때로 원하는 물품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마을 방문 전, 하나로마트에 연락해 필요한 것을 미리 주문해주시면 마을에 갈 때 챙겨가곤 하죠."
일반 소매점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수산·축산물을 이곳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은 주민들이 크게 반기는 변화다. 그동안 축산물 이동 판매는 법적으로 금지돼 왔지만, 2024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 소매점이나 교통수단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 축산물을 이동형 장터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시행령(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다. 이는 주민들의 건강권과도 바로 연결되는 변화일 테다.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해졌다

▲박용례·안순임씨 ⓒ 월간 옥이네
오전 10시, 정해진 시간이 지나자 차량이 곧 주변을 정돈하고 두 번째 마을인 영동읍 봉현리로 출발한다. 도착한 마을 앞에는 새로운 직원 한 사람이 서 있다. 인근 지점인 영동농협 계산지점의 배재민 과장보다.
"행복장터를 이용한 주민분들이 짐을 들고 가시는 것을 도와드리기 위해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연세 많은 어르신이 들고 가시기엔 어려우니까요."
봉현리 손영규(61) 이장도 나와 상황을 둘러본다. 장터가 있는 당일 아침 8시면 어김없이 마을 방송으로 주민에게 알린다는 그다.
"2주일에 한 번씩, 10시 20분 시간 맞춰서 행복장터가 꼭 방문하니까요. 저도 잊지 않고 방송하려고 합니다. 봉현리는 44가구, 주민 수로는 94명이 거주하는 마을인데 버스가 하루에 오전 10시, 오후 3시, 오후 7시 이렇게 3번 섭니다. 자가용 없으면 나가서 장 보기는 힘든 상황이죠."
봉현리에서도 어김없이 주민들이 곧 나와 장을 보고 들어간다. 계란, 간장, 식용유, 오징어, 각종 채소류 등을 구매한 이남순(69)씨는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차량이 들어오니, 따로 장 보러 나가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속되기 위한 노력도 필요

▲배재민 과장보가 주민이 구매한 장바구니를 집 앞까지 들어다 주고 있다. ⓒ 월간 옥이네
이렇듯 운영되고 있는 '찾아가는 행복장터'는 총 2억 원(영동군 1억 원, 영동농협 1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이동마트 차량을 구입·개조한 것이다. 운영 3개월째를 맞이한 지금, 한 마을당 5~10명의 주민이 차량을 이용하고 하루 수익은 50~80만 원 정도의 규모다. 영동 하나로마트가 연간 30억 매출 이상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지역화폐사용은 불가한 상황.
"대부분 현금으로 많이 계산해주시는 편입니다. 찾아가는 행복장터는 수익사업은 아니기에 사업 수익구조만 본다면 적자입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을 생각할 때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느낍니다. 차량 운행은 현재 인력 한 사람이 담당하고, 배달서비스로 인근 지점 직원이 지원을 나오는 구조이죠. 아직까지 차량이 고장 난 경우는 없었지만, 노후화된다면 수리 걱정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시훈 팀장은 사업의 수익구조와 인건비, 유지비 등의 한계점에 대해 지적하면서도 사업 필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했다. 그는 옥천군에서 차량을 운영할 경우 "마을마다 필요로 하는 물품에 차이가 있기도 하니, 품목 선호도를 조사해 방문 시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면 지역에 이동형 장터를 도입하는 것은 옥천군의회 주도로 논의됐던 내용이다. 신선식품을 구매하기 어려워진 지역 문제는 지난 2024년 6월 옥천군의회에서 '식품 사막화'라는 용어로 언급되며 그 해결책으로 이동형 장터가 제시된 것. 같은 해 8월에는 옥천군의회에서 '농촌 식품 사막화 주민 간담회'가 열려, 문제 현황을 살피는 동시에 지자체 차원의 해결 방안이 필요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옥천군의회 송윤섭 의원은 당시 전남 영광군 묘량면의 사례를 예시로 들며 식품 사막화 문제 해결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그 연장선으로 지난 1월 9일 '옥천군 식품 사막 해소 및 식품 접근성 보장 조례안'을 발의했다.
"영광군 묘량면의 사례는 주민 스스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식품 이동 판매차량을 운행한 경우죠. 이들은 식료품과 생필품을 단순 판매하는 역할도 하지만, 주민들의 일상 돌봄도 합니다. 옥천군에서도 이러한 민간의 움직임이 생길 경우, 지자체가 지원할 근거가 되는 조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송윤섭 의원)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난 1월 23일, 옥천군과 청산농협이 이동형 장터 '찾아가는 행복슈퍼' 시범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했다. 이는 영동군의 사례와 동일하게 3.5톤의 트럭을 개조한 특장차량에 채소·과일·육류 등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싣고 안남·안내·청성·청산 등 4개 면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군비 1억7500만 원과 청산농협 자부담 1억2500만 원을 합친 3억 원 사업비를 들여 진행된다. 이 중 2억5천만 원은 차량 구매 및 개조, 5천만 원은 인건비로 활용할 계획이다.
옥천군 농촌활력과 공공급식팀 안수호 팀장은 "군의회 1회 추경예산안이 의결된 이후 차량 구입과 개조 작업을 시작, 이후 대상 마을 선정과 차량 노선을 결정할 계획이다. 차량 개조 작업이 2개월 정도 소요되고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윤섭 의원은 이에 대해 "면 지역 소비처가 마련되고 주민들의 신선식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지만, 단순 '기본소득 소비처 마련이라는 급한 과제에 치중한 결과는 아니었나'하는 아쉬움도 있다"면서 "앞으로도 민간 차원의 움직임을 지원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거동이 불편해 멀리 떯어진 가게를 찾지 못하는 주민도 마을까지 찾아오는 이동장터는 방문할 수 있다. ⓒ 월간 옥이네
월간 옥이네 통권 104호 (2025년 2월호)
글·사진 한수진
▶이 기사가 실린 월간 옥이네 구입하기 (https://smartstore.naver.com/monthlyo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