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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두유를 한 팩 샀다. 간장으로 유명한 일본 브랜드였는데 두유가 나온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50%나 세일을 하길래 한 번 사 봤다. 사각 멸균팩에 담긴 형태나 크기 등 겉보기에는 별다른 게 없었다. 다만 팩 뒤에 뚜껑이 따로 붙어 있었다. 뚜껑 꽂을 자리는 은박지로 덮여 있었다. 그 점이 특이했다.

▲일본 두유 제품에 붙어 있던 '뚜껑'. 사용할 때 팩에 꽂고 사용후 뺄 수 있는 형태다.일본 두유 제품에 동봉되어 있던 '뚜껑'입니다. 사용할 때는 팩에 꽂고 사용 후에는 빼면 됩니다. 윗부분에는 탭이 달려 있어 닫으면 먼지와 오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사용 후에도 편리하고 깔끔하게 뚜껑을 제거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우현주
사용 방법은 간단했다. 붙어 있는 뚜껑을 떼어내어 입구 부분에 꽂으면 그만이었다. 사용해 보니 상당히 편리했다. 기울기가 있어서 따르기에도 좋았고 뚜껑 꽂은 자리에서 음료가 새지도 않았다. 게다가 사용하지 않을 때는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닫아둘 수 있게 캡도 있었다.
위생 면에서도 안심이었다. 제일 좋은 점은 사용하고 난 뒤였다. 대부분 다른 멸균 음료는 처음부터 뚜껑이 위에 붙어 있는 형태로 나와서 다 마시고 난 후 뚜껑을 떼어내는 게 은근히 번거로웠다. 그런데 이 제품은 꽂았던 뚜껑을 그냥 쑥 빼기만 하면 되었다.
일본 제품이라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본 제품에 감탄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번이 그런 경우였다. 다른 멸균 음료들도 뚜껑을 이렇게 만들면 안 되는 걸까?
유난히 이렇게 뚜껑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재활용 때문이다. 멸균팩은 우유팩과 비슷해 보이지만 안쪽에 코팅이 한 겹 더 있기 때문에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종량제 봉투에 넣어야 한다. 하지만 뚜껑은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재활용해야 한다.

▲국내 두유팩 뚜껑국내 브랜드 두유팩의 뚜껑입니다. 보기에는 깔끔하지만 다 마시고 난 후 뚜껑을 뜯어 재활용하기가 힘듭니다. ⓒ 우현주
그런데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대부분의 멸균 제품은 뚜껑이 팩 위에 붙은 형태이기 때문에 일일이 뜯어내야 한다. 이게 상당히 귀찮다. 다행히 어떤 제품은 쉽게 뜯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도 많다. 그런 경우 가위를 들고 뚜껑 부분만 잘라 내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뚜껑 주변에 여전히 팩 일부가 붙어 있다.
그래도 그나마 멸균팩 뚜껑의 경우는 괜찮다. 팩과 뚜껑이 다른 재질이고 뚜껑이 플라스틱이라는 게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뚜껑이어도 페트병의 경우는 다르다. 페트병 용기와 뚜껑은 겉보기에는 똑같은 플라스틱으로 보이기 때문에 뚜껑과 용기를 따로 버려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페트병은 PE라는 플라스틱과 다른 재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뚜껑과 구분해서 배출해야 한다.
뚜껑을 따로 모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알다시피 뚜껑은 아주 작다. 그래서 부피가 큰 제품들 사이에 있으면 그 사이로 빠질 위험이 크다. 이렇게 흘러 나간 뚜껑은 그걸로 끝이다. 재활용되지 못하고 그냥 쓰레기가 되어 버린다.
안타깝게도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렇게 '병 따로 뚜껑 따로'의 원칙에 대해 잘 모르는 듯하다. 물론 인터넷에 검색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관심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이럴 때일수록 관리하는 지자체의 홍보가 중요하다.
기껏 뚜껑을 모아도 수거함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아파트 재활용장에도 없고 주민센터 옆 재활용장에도 없다. 도대체 어디에 이 뚜껑을 버려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좀 알아보니 지자체마다 방침이 틀려서 어떤 곳에서는 뚜껑 분리배출이 의무적이고 어떤 곳에서는 플라스틱 제품과 함께 넣어도 된다고 한다. 단, 이 경우에는 뚜껑이 분실되지 않도록 병을 뚜껑으로 잘 닫아서 버려야 한다.
하지만 개인으로서는 이런 지자체의 방침에 대해 알 도리가 없다. 일일이 전화해야 한다. 내가 사는 강남구의 경우 페트병 뚜껑을 따로 모으지 않는다고 한다. 페트병은 납작하게 만든 후 뚜껑을 닫아 배출하고 멸균팩의 경우에는 종량제에, 멸균팩 플라스틱 입구 부분은 별도의 재활용 기준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렇게 소비자가 직접 알아보는 것보다는 관리하는 지자체 측에서 알려주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재활용장 입구마다 뚜껑 재활용에 대한 방침에 대해 일러주는 안내문을 붙이거나 아니면 뚜껑 수거함을 두는 식으로 말이다.
아니면 아예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처음부터 제품을 재활용하기 편하게 만드는 거다. 내가 샀던 일본 두유팩이 그 좋은 예다. 단지 뚜껑을 떼 내는 게 아니라 꽂고 빼는 형태가 되었을 뿐인데 재활용이 훨씬 쉽게 여겨졌다.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수입 멸균 우유팩의 뚜껑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수입 멸균 우유팩의 뚜껑입니다. 일본 제품의 뚜껑과는 다릅니다. 그래도 다 쓰고 나서 뜯기는 편한 형태입니다. ⓒ 우현주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음료 용기와 뚜껑을 하나로 붙이는 형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 이미 그런 일체형 제품이 출시되어 유럽 연합에서는 2024년 7월부터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용기와 뚜껑이 붙어 있는 제품이 많아진다면 재활용이 훨씬 쉬울 것이다.
올바른 재활용을 위해서는 개인도, 지자체도, 기업도 모두 노력해야 한다. 어느 한쪽만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조금 더 적극적인 올바른 재활용에 대한 홍보와 더 친환경적인 제품 개발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와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