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7일, 공인노무사회는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소장을 공인노무사법·변호사법·행정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 <경향신문>
한국공인노무사회가 영리적 목적 없이 이주노동자의 권리 구제에 힘써온 활동가를 공익노무사법 등으로 고발하자 이주인권단체는 물론, 노무사 내부에서도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5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7일, 공인노무사회는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소장을 공인노무사법·변호사법·행정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인노무사회는 김 소장 고발 이유로 "회원들로부터 노무사 업무 침탈이 의심되는 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아 고발한다"라고 고발장에 명시했다.
김 소장은 지난 17년 동안 경기도 안산에서 이주민 권리 구제 활동을 해왔다. 그는 <경향신문>과 한 통화에서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가 한국어로 진정서를 쓸 수 없어 위임을 받아 작성해줬는데, 그 부분을 문제 삼는 건 아닌지 추측할 뿐"이라며 "우리 단체는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금으로 운영될 뿐 사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국 200여 이주인권단체 "공인노무사회는 전국 모든 이주인권단체 고발하라" 성토

▲이러한 공인노무사회의 고발 조치에 200여 개에 달하는 전국의 이주인권 시민단체가 6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공인노무사회의 고발을 "일말의 양심도 저버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사람이왔다
이러한 공인노무사회의 고발 조치에 200여 개에 달하는 전국의 이주인권 시민단체가 6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공인노무사회의 고발을 "일말의 양심도 저버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 땅에서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차별적인 법제도, 언어와 법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현실, 통역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행정 등 이중 삼중의 굴레로 인해 착취와 차별에서 발생하는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이주노동자는 지원단체나 노조의 조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라며 현장의 실태를 설명했다.
이어 "지원단체에서는 이주노동자 무료 상담을 하고, 대신하여 진정을 내는 활동을 수십 년간 해 왔고 이는 민간 인권, 시민단체뿐 아니라 노동부 산하 외국인노동자센터, 각 지자체 산하 위탁 센터들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활동이 문제라면 공인노무사회는 이들 노동부 및 지자체 산하 기관들부터 고발해야 할 것이고, 전국의 모든 이주인권단체들을 고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성명은 김 소장이 "상담뿐 아니라 노동청 진정, 고발 등 모든 절차를 무료로 하며, 어떠한 금액도 받지 않는다"라면서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구제를 위해 오랫동안 묵묵히 헌신해 온 것에 대해 상을 줘도 모자랄 판"이라고 꼬집었다.
성명은 "공인노무사회의 말대로라면 인권보호, 권리구제 활동이 다 위법이란 말인가. 이 고발은 지구인의정류장 김 대표에 대한 고발을 넘어 모든 이주인권단체, 상담 활동가들에 대한 고발 행위가 아닐 수 없다"라며 "우리는 이러한 저열한 행태에 분노하며 규탄한다. 즉각 고발을 철회하고, 사죄하고 반성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공인노무사회의 고발 철회와 사과 및 반성을 촉구했다.
노무사 내부에서도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 활동, 범죄 될 수 없어... 고발 즉각 철회하라"
한편 노무사 내부에서도 이번 고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6일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은 성명에서 "한국공인노무사회는 김이찬 활동가에 대한 고발을 즉각 철회하라"라며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호 활동은 범죄가 될 수 없다"라고 했다.
성명은 "이주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어도 구제받기가 극히 어렵다"라면서 "언어 장벽은 노동청 진정의 첫 문턱부터 가로막는다. 불안정한 체류 자격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두려움으로 만든다. 사업장 변경이 제한된 고용허가제의 구조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부당한 처우를 감내하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잃는 선택 앞에 내몰린다"라며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구제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이어 "결국 이들에게 권리 구제란 제도가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손을 내밀어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일이다. 김이찬 활동가와 '지구인의 정류장'은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그들 손을 잡아준 '누군가'였다"라며 "지난 2016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구인의 정류장'에 감사장을 수여한 것은 그 공익적 가치에 대한 존중이었다. 이 활동을 한국공인노무사회는 감사장이 아닌 고발장으로 범죄화 시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행정사 모임'에서도 같은 날 성명에서 "반성해야 하는 것은 한국공인노무사회다"라며 이번 고발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은 "공인노무사법은 분명히 그 제정 목적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이 이 법률의 존재 의의임을 밝히고 있다"라며 "공인노무사법이 변호사, 행정사 등을 제외한 노무사가 아닌 자의 노동관계 사건 대리 및 대행을 금지하는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해치는 결과가 도출될 우려 때문이지, 이것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또한 "지구인의정류장은 노무사회가 돌아보지 못한, 혹은 돌아보지 않은 사회적 약자, 특히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단체"라며 공인노무사회에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에 대한 음해와 공격을 지금 당장 멈추고, 이들을 조력하는 길에 나서기 바란다"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