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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07 18:01최종 업데이트 26.03.07 18:01

쌀값 '폭등'이 감추고 있는 진실

1공기당 300원이 고물가 주범? 소비자 90% '저렴·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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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쌀이 진열되어 있다. 2026.3.5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쌀이 진열되어 있다. 2026.3.5 ⓒ 연합뉴스

"사실이 곧 진실은 아니다."

지역 신문사 취재기자 시절 일화다. 가을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던 10월, 수확기 쌀 생산량 전망에 관한 기사를 작성해 검토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를 읽은 취재부장이 나를 불렀다. 당시 지역 내 재배 면적이 늘어난 원인을 쌀값 '상승세' 때문이라고 적었는데, 상승세가 아니라 '회복세'가 맞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가격이 전년 대비 오르는 추세에 있으니 상승세라는 표현이 사실로써 틀리진 않지만, 그게 곧 진실은 아니라는 것. 값이 올랐다고 해도 그간의 하락세 때문에 십여 년 전과 비슷한 수준일 뿐더러, 독자들에게 자칫 쌀값이 비싸다는 착시를 일으킬 수 있어 단어 선택을 신중히 해야 했다.

최근 쌀값을 둘러싸고 주요 매체들이 연일 쏟아내는 뉴스를 보면 진실을 담으려는 이 같은 시도는 찾아볼 수조차 없다. 지난달 쌀 가격이 작황 부진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등으로 예년보다 높은 80㎏ 1가마당 23만 원을 기록하자, 야당과 여러 언론은 앞다퉈 쌀을 고물가 주범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물가 안정이란 명목 아래 억지로 끌어내렸던 쌀 가격이 회복세에 들어선 것이었지만, 소비자 우려인 것처럼 가장한 때리기식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비축미를 풀고 밥상용 수입쌀 판매를 재개하는 것으로 논의를 일단락했다.

벼농사로 떼돈 벌었다는 농민은 찾아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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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급등', '고공행진' 등 자극적으로 왜곡한 말들이 가린 현실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이상기후로 인한 고온 피해와 전염병 등이 해마다 예측할 수 없이 덮쳐오고, 각종 농자재 가격은 속절없이 올라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쌀값이 '폭등'했다지만 벼농사로 떼돈 벌었다는 농민은 찾아볼 수 없다. 그 누구도 쉽사리 밝은 전망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농업에 새로이 진입하는 청년들은 논을 메우고 대출 받아 시설 짓는 것을 택한다.

야당과 여러 매체가 폭등으로 규정한 80㎏당 23만 원이란 가격은 십수 년 전부터 농민들이 목을 놓아 외쳐온 적정 쌀값이다. 밥 1공기로 환산하면 300원 정도로, 생산비를 제외하고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선인 것이다.

농촌진흥청 2024년 농산물소득조사 결과를 보면 쌀을 판매해 얻는 한 해 순수익은 10아르(300평)당 27만 원에 불과하다. 올해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한 금액(2600만 원)만큼을 벌려면 3만 평 농사를 지어야 가능할 뿐더러, 그마저도 도시근로자 평균 연소득 4300만 원에 한참 못 미친다. 직불금과 같은 국가 보조금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 쌀값이 결코 비싸지 않다는 사실은 소비자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 2026' 조사에서 밥 1공기당 300원이 '저렴하거나 적정하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무려 89.5%에 달했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2024년 55.8㎏)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쌀을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한 달 1만 3000원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다.

소비자 불안 조장하는 행태 이제 사라져야

갈수록 심화하는 이상 기후와 최근 발발한 미-이란 전쟁 등 극도로 불안정한 세계 정세 속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나아갈 길은 분명하다. 무의미한 정치적 공방과 거짓을 걷어낸 진실을 바로 보는 것이 출발점이다. 상대방을 흠집 내기 위한 자극적인 선동, 신발에 흙 한 번 묻히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 상승 수치만 나열하며 소비자 불안을 조장하는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눈앞의 쌀값이 오르내리는 데 연연하는 대신,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합심해 우리 생존 근간인 농업의 미래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성숙한 합의에 이르기를 고대한다.

#쌀값회복세#쌀값폭등#밥상물가#적정쌀값#밥1공기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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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 (tnfh2944) 내방

지역신문사 농업 출입 기자로 근무했습니다. 현재 농사를 지으며 현장에서 칼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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