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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06 17:50최종 업데이트 26.03.06 17:50

30대 청년 숨진 광주 화재...보호 공백 드러나

느린학습자 지원단체 운영 주택에서 화재...전 대표는 학대 혐의로 구속

 빌라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빌라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최근 경기 광주시 초월읍의 한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던 30대 남성이 치료 중 끝내 숨졌다. 숨진 남성은 발달장애로 등록된 느린학습자 청년으로, 화재가 발생한 세대는 느린학습자 등이 거주하던 미인가 시설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시설을 운영하던 임의단체 전 대표는 현재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된 상태로, 취약 청년 보호를 둘러싼 제도 공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4시 45분께, 경기 광주시 초월읍 산이리의 한 빌라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해당 세대에 혼자 있던 30대 남성 A씨로, 실내에서 사용하던 양초 불이 옮겨붙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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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은 발화 세대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A씨를 발견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 4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건물은 8세대 규모로, 발화 세대를 제외한 주민 15명은 모두 자력으로 대피했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오전 5시40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A씨 거주 주택, 학대 의혹 단체가 운영하던 '미인가 시설'

A씨는 발달장애로 등록된 청년으로, 2023년 8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카페에서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거주하던 곳은 발달장애와 느린학습자 등이 함께 거주하는 대안가정 형태의 사회주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주택은 느린학습자와 지적장애인을 지원한다고 알려진 임의단체가 쉐어하우스 형태로 운영해 온 곳이다. 단체의 전 대표이자 사회복지사인 B씨는 해당 주택 내에서 발생한 학대 의혹으로 지난해 경찰 수사를 받았으며, 지난 2월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됐다.

B씨가 운영하던 단체는 해당 주택에서 심리상담, 심리치료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립형 사회주택 입소자를 모집한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해당 주택은 정식 인가를 받지 않은 시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여러 주택을 전대차 방식으로 운영하는 구조였다"며 "사회복지시설로 신고하거나, 관련 사업 운영을 중지할 것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다만 "단체가 운영하던 주택들에 거주하던 정확한 인원 규모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해당 단체의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운영과 관련해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했지만, 통지서가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돼 지난 12월 공시송달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광주시는 개선명령을 위해 방문한 현장에서 장애가 있는 성인 입소자를 확인했으며, A씨에게도 타 시설 입소를 안내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이후에도 해당 주택에 머물며 생활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A씨에게 공공후견인이 있었고, 성인인 당사자가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A씨의 공공후견인은 단체와 사회주택의 운영자인 B씨였으며, B씨는 당시 학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상태였다.

지원단체, 장애등록·활동지원사 등 복지제도 이용 의혹도

B씨가 운영하던 단체의 복지제도 이용 구조를 둘러싼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 단체는 경계선지능인이라고 불리는 느린학습자와 취약 청년을 지원하고, 대안가정 형태의 주거와 자립 지원 활동 등을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대표직을 맡으며 해당 단체를 1980년대부터 운영된 국내 최초의 느린학습자 지원단체로 홍보해 왔다. 그러나 해당 단체의 설립 배경과 관련한 주장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B씨는 여러 국회 토론회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본인을 대안 가정에서 경계선지능 등 취약 아동과 청년을 돌보는 '다섯 아이의 아빠'로 소개하며, 후원금 모집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B씨의 학대 의혹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단체가 후원금을 불법으로 모금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단체 입소자들이 이용하던 장애등록과 활동지원서비스 등 복지제도가 단체 운영 구조와 맞물려 이용돼 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단체에서 느린학습자 청년 대표로 활동하던 A씨는 과거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이후 발달장애 등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등록 시기는 B씨와 교류가 시작된 이후인 2020년 경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과정과 등록 경위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A씨 본인이 활동지원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사회주택 운영자인 B씨가 활동지원사로 등록돼 활동지원 급여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취약 청년 지원 체계 전반의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이재경 한신대학교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건은 제대로 검증되거나 관리되지 않은 보호체계가 작동할 경우 어떤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며 "능력이 부족한 취약 청년을 지원하는 제도 마련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삶을 어떻게 보호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자체가 관리 감독을 강화했더라면 일부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었겠지만 현실적으로 행정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취약 청년 주거와 지원 체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느린인뉴스에도 실립니다.(https://www.slowlearner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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