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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특별자치시의 국세청 본청.
세종특별자치시의 국세청 본청. ⓒ 김종철

주가를 조작하고 허위 공시로 투자자들을 속여 막대한 이익을 챙긴 뒤 세금까지 회피한 기업과 사주들이 대거 적발됐다. 국세청은 약 8개월간의 집중 세무조사를 통해 총 6155억 원의 소득 탈루를 확인하고 2576억 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46건은 조세범칙으로 처분됐으며, 30건은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탈세 단속을 넘어 주식시장 신뢰 회복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정책적 메시지가 담긴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세청이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일부 상장사는 신사업 진출을 미끼로 주가를 띄운 뒤 자금을 빼돌리는 전형적인 주가조작 패턴을 보였다.

한 기계장치 제조 상장사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 진출'을 공시하며 투자자 기대를 끌어올렸다. 이후 직원 명의로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출자금과 대여금 명목으로 자금을 투입했다.

기업사냥꾼의 전형적 수법…"자녀 승계 위해 주가까지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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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들 페이퍼컴퍼니는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가공 세금계산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수십억 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

결국 신사업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주가는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고 회사는 상장폐지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갔다. 반면 사주는 빼돌린 돈으로 고급 전세와 골프 회원권을 구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사냥꾼'들의 행태도 확인됐다. 사채업자인 한 인물은 친인척 명의를 이용해 상장사 주식을 차명으로 취득한 뒤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했다. 이후 경영권 변동 정보를 이용해 고가매수와 통정매매 방식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80억 원이 넘는 단기 매매 차익을 챙겼지만 양도세는 내지 않았다. 주가조작 사실이 드러나자 주가는 60% 이상 폭락했다. 역시 피해는 개인 투자자들이 떠안았다. 게다가 주가조작에 필요한 비용을 상장사가 대신 부담하도록 해 법인 자금까지 빼돌린 사실도 드러났다.

재벌식 '편법 승계' 수법도 포착됐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한 상장사 사주는 자신이 지배하는 비상장 회사의 경영권을 자녀에게 넘기기 위해 장외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식을 사용했다.

임직원들이 보유한 주식을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하게 만들어 주식 가치를 실제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뜨린 뒤 자녀에게 증여했다. 이를 통해 자녀들은 수십억 원의 이익을 얻었지만 증여세는 크게 줄어들었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증여세와 법인세 등 수십억 원을 추징했다.

임광현 청장 "주가조작 등은 탈세와 결합된 범죄구조"

 임광현 국세청장.
임광현 국세청장. ⓒ 국세청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 대해 주식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주가조작, 허위공시, 차명주식 거래 등 불공정 행위는 단순한 시장 질서 위반이 아니라 탈세와 결합된 범죄 구조라는 것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주식시장에서 불공정 거래로 이익을 챙기면서 세금까지 회피하는 행태는 반드시 적발될 것"이라며 "주가조작으로는 결국 '패가망신'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최근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과도 맞물린다.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가 주가조작과 불투명한 기업지배 구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주가 급등락을 비롯해 비정상적인 거래 패턴, 경영권 변동 과정 등을 집중 모니터링해 추가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불공정 거래가 확인될 경우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증거인멸이나 재산 은닉이 발견되면 형사 고발까지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임 청장은 "주식시장이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생산적 투자로 끌어들이는 핵심 플랫폼이 되려면 시장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주식시장 내 반칙과 특권, 불공정 거래를 끝까지 추적해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주가조작#세금탈루#불공정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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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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