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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부산은 며칠 동안 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셌다. 집 베란다에서 보이던 매화나무에 희끗희끗 꽃망울이 막 터지기 시작했는데, 혹여 다 떨어지지는 않을지 괜히 마음이 쓰였다. 다행히 다음 날 비가 그쳤다.
나는 매화나무를 보기 위해 뒷산에 올랐다. 계속된 비 탓에 산길은 눅눅했고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뻐근해지고 거친 숨이 목까지 차올랐을 즈음, 집에서 바라보던 그 매화나무 앞에 설 수 있었다.
새벽 추위에 냉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했던 나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모질고 세찬 비바람도 피어나는 매화나무의 생명력 가득한 기운을 꺾지 못했다. 꽃들은 단단히 가지에 매달린 채 하얗게 피어 있었고, 빗물을 머금은 가지 사이로는 초록빛과 옅은 노란 기운이 은은하게 번졌다. 그때 그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작은 새들이 눈에 들어왔다.
매화 사이에서 만난 새

▲동박새매화 꽃꿀먹는 모습 ⓒ 이의진
동박새였다. 동박새는 연둣빛 몸에 눈 둘레의 하얀 고리가 선명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매화 가지 사이를 재빠르게 옮겨 다니며 꽃 속으로 부리를 깊숙이 묻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작은 몸은 쉴 틈 없이 움직였다. 작은 몸에서 나오는 몸짓은 경쾌했다.
이 풍경에서 알 수 있듯 동박새는 잡식성이지만 꽃이 피는 시기에는 꽃 꿀을 즐긴다고 한다. 번식기가 다가오면 암수 한 쌍이 함께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은 그 시기가 아닌지 매화나무 위에는 여러 마리의 동박새가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혹독한 겨울을 지나 봄에 찾아온 찬 바람과 비를 견디며 피어난 매화 꽃이 동박새에게 달콤한 한 끼가 되어주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작은 몸들이 이 가지 저 가지로 옮겨 다닐 때마다 가지가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균형을 되찾고 또 다른 꽃의 꿀을 먹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동박새는 이 꽃 저 꽃을 오가며 수분을 돕고, 그렇게 매화는 열매를 맺게 될 터였다. 이만하면 무전취식은 아닌 셈이었다.

▲동박새매화 꽃꿀을 먹고 있다. ⓒ 이의진
봄을 재촉하는 작은 소란
문득 육아와 가사 속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마음만 급하고 의욕만 앞섰던 나의 시간이 떠올랐다. 지난해가 그랬다. 아무리 애써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던 날들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겨울 같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자연이 어떤 환경에서도 묵묵히 제 순서를 지키며 제 역할을 해내듯, 어쩌면 나 역시 의미 없다고 여겼던 일상 속에서 조용히 내 몫을 해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부산의 작은 뒷산에서 만난 하얀 매화와 초록빛 동박새, 그리고 와글와글 모여든 그들의 모습은 마치 봄을 재촉하는 작은 소란처럼 느껴졌다. 그 소란을 바라보며, 나의 겨울도 서서히 끝나가고 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