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결혼 33년차 남편으로서, 신혼시절부터 아내와 가사노동 분담을 했다. 사실 분담했다고 말하기에는 아내에게 미안하다. 가사노동량은 엄연히 아내가 확연하게 더 많다. 하지만, 어떤 특정한 시기에는 아내보다 내가 더 많기도 했다. 최근 1년이 그렇다. 최근 1년은 실업급여 받는 기간 6개월 등을 포함 '취준생' 시절이다.
요즘처럼 야무지게 가사노동을 해본 적이 없다. 내 인생 처음이다. 어렸을 적에도 결혼하고서도 모두 한다고 했으나, 요즘에 비하면 장난이다. 이렇게 야무지게 가사노동을 하다 보니 확실하게 알겠더라. '주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거지 하는 중년 아재이 사진은 기사 <결혼 33년차, 빨래하다 드디어 원리를 깨달았습니다>에 게재된 사진이다. ⓒ 송상호
한 사회가 약속한 용어를 무엇으로 쓰느냐는 참 중요하다. 특히나 특정 사람들을 어떻게 부르느냐는 너무 중요하다. 그것에 해당되는 사람에게는 사회생활을 넘어 생존과 관련된다. 한 사회가 무슨 단어로 그들을 규정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처우와 대우 그리고 존재가 달라진다.
예컨대 '청소부'란 단어를 볼까. '환경미화원'이란 단어가 우리사회에 통용되기 전까지는 '청소부' 또는 '청소원'이라고 사용되었다. '청소부'란 청소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남자를 말했다. 조선시대에 청소하는 남자가 누구였는가. 바로 '마당쇠'로 통하는 사람들이었다. 한자로도 '淸掃夫'이니 딱이다. 여기서도 청소하는 업을 여성이 맡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사회적 편견까지 들어가 있다.
그러다가 등장한 단어 '환경미화원'도, 서울시에서 2016년 노사 단체협약에서 '환경미화원'을 '환경공무관'으로 바꾸었으며, 2017년엔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거기서 지나 '환경실무원'이란 이름으로 노사협의회 합의로 통일 예정이다. 명칭이 변한다는 것은 단순한 단어의 변경을 넘어 그들에 대한 공식적인 처우와 존중이 변화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부'란 단어는 어떨까. 주부는 한자로 主婦이며,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가는 사람을 뜻한다. 여기서 한자 '부(婦)'는 아내와 며느리를 나타나는 단어다.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가는 '사람'대신 '여자'를 넣어야 정확한 뜻이 된다.
더군다나 '부婦'는 女(여자)와 帚(빗자루)로 이루어져, 빗자루를 든 여자의 모습을 나타낸다. '부婦'자 자체가 전근대적이며, 여성 차별적 단어다. '청소부'가 마당쇠를 나타내었는데, '부婦'자는 아예 '마당녀'라고 해야 하나.
'가정의 주된 책임을 맡는 여성'이란 뜻의 '주부'란 단어는 우리 사회에선 1990년대 초에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1906년에 발행된 '가정잡지(家庭雜誌)'는 유일선이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창간한 여성 월간 잡지였다. 이 잡지는 1906년 6월 창간해 8월 통권 3호로 종간되었다.
이 잡지에는 '주부'란 단어가 주로 등장한다. 일본어 사전에는 '주부'를 '가정의 집안일을 돌보는 여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나 일본어 사전으로나 우리사회가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개념은 전통사회에서 주부는 제사와 집안일을 주관하는 남성의 아내로 자리매김했었다. 산업화 초기엔 남편이 일터로 나가고 아내가 살림을 맡는 과정에서 아내의 역할을 강조하며 형성되었다.
하여튼 '가정의 주된 책임을 맡는 여성'이란 말에는 지금 이 시대와 맞지 않는 3가지 요소가 들어있다. 첫째 가사노동을 여성이 맡아야 한다는 성차별적 뜻이 있고, 둘째 직업 중 하나라고 볼 만한 근거가 없이 집에서 하는 일이란 뜻이 있고, 마지막으로 가사노동자의 책임만 있고 권리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나간 시절, 우리 사회가 가사 노동하는 주부(여성)를 어떻게 대우했는지 견적이 나온다. 그런 용어를 지금까지 사용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 생각한 것은 요즘 가사노동을 찐하게 하다 보니 더 절실해졌다. 주부가 하는 일이 단순히 살림살이만 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가정을 지키는 사람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청소, 설거지, 빨래, 요리 등이 단순한 가사노동을 넘어 가족의 삶과 생활을 지키는 중차대한 행위다. 겨울에 가족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라고, 가습기의 물을 수시로 갈아주고, 습도계를 수시로 체크하는 등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 행위더라.
이런 행위를 '주부'라는 말에 가둬둬서는 안 된다.이미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가정관리사', '가사관리사', '가사담당자', '가사전담자' 또는 '가사 육아 담당자', '가사 육아 전담자' 등등이 거론 되고 있다. 하여튼 나는 이런 문제제기 앞에 우리 사회의 공론의 장이 작동하여 현명한 답을 내놓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