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대법관 증원법을 끝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해 온 이른바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에 통과한 법안은 재판소원 도입,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관련 법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법 체계를 훼손하는 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법개혁인지, 사법 체계를 망가뜨리는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2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이기도 한 유승익 명지대 객원교수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유 객원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사법개혁 3법, 갑작스럽게 추진됐으나 개혁 원론에 동의"

▲2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재판소원제)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2월 28일 대법관 증원을 끝으로 민주당이 주장하는 사법 개혁 3법이 통과됐는데 어떻게 보세요?
"이번에 통과된 사법개혁안은 재판소원,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입니다. 사실 사법 개혁은 굉장히 복잡한 과제이기도 하고 오래된 과제였어요. 한국의 법원이나 사법에 문제가 많이 있었다는 거고요.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논의됐고, 여러 가지 사법개혁안들이 나왔거든요. 이번에 통과된 사법개혁 3법은 그중에 아주 일부분이에요."
- 법조계에서 오랫동안 이야기가 됐는진 몰라도 대중들은 잘 모르잖아요. 너무 갑자기 추진하는 듯한 느낌도 있는데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사실 그런 측면이 없지 않은 것 같아요. 사법 개혁 논의에 대해서 크게 이슈도 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부터 법원이 좀 이상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이재명 대통령 사건 등을 계기로 갑자기 가속 페달을 밟은 거죠. 정치권이 갑작스럽게 추진한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우리나라 사법부 또는 법원의 체질 바꾸고 그다음에 비민주적인 체계들을 개혁해야 한다는 원론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 이번에 통과시킨 게 사법 개혁을 위한 법이 맞을까요?
"일단 사법 개혁이 무엇이고 그 지향점이 어디인가에 따라 달리 볼 수도 있긴 합니다. 대법관 증원 같은 경우 직접 사법부의 최고 재판부의 구성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사법 개혁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재판소원 도입의 경우, 법원의 재판에 대해 헌법적 통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사법 개혁을 의도한 것이 볼 수 있습니다.
법왜곡죄 같은 경우 이게 전통적으로 사법 개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쟁점으로 분류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법왜곡죄 통해 법관, 검사, 수사기관 종사들의 불법적 관행들이 바로 잡힐 수 있다면 사법 개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법 개혁의 효과적으로 기여 할 거냐고 하는 건 차후에 봐야 할 것 같고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때문에 법안을 추진한 거 아니냐'고 주장하는데.
"물론 정치적 셈법을 다 알 수는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통과된 법들 통해 직접적으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봐주거나 유리하게 할 순 없을 것입니다. 정치권에서 사건들을 수사 또는 심리 하거나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대법관 증원 같은 경우에,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당 쪽이나 아니면 정부 쪽이나 이재명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법관을 대법관으로 임명해서 유리하게 법원 구성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 정치적 의도가 있다 해도, 관철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 사법개혁을 하려면 개헌이 먼저라는 주장도 있던데.
"위헌 시비가 많았던 쟁점은 재판소원입니다. 재판소원 통해 법원의 판결을 취소할 권한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게 됩니다. 헌법은 법원이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는 헌법의 사법 체계에 위반된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입니다. 그래서 재판소원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개헌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헌법을 일부만 본 결과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 체계와 함께 그와 동등한 지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따로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헌을 해야만 재판소원을 도입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 재판 소원이 3심제를 파괴하는 건 아닌가요?
"3심제가 파괴된다는 말은 오해입니다. 4심제가 되려면 헌법재판소가 일반 법관처럼 '누가 이겼다, 졌다'를 다시 결정해야 하는데, 재판소원은 그런 게 아닙니다. 재판소원은 재판이라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국민의 기본권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따져 묻는 절차예요. 법원이 경기의 승패를 가리는 심판이라면 헌법재판소는 경기 과정에서 선수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심사하는 것입니다. 재판소원 제도를 통해 헌법재판소는 재판 과정에서 기본권이 침해되었을 때만 개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런 문제는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상소율이 높습니다. 그래서 재판이 확정되었음에도 헌법재판소로 사건을 끌고 와 도입 초기 사건이 몰린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기준 세우고 사건을 통제하는 학습 과정 거치면 점차 안정성을 찾게 될 것입니다."
- 그럼, '변호사들만 좋은 법'이란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변호사들이 수임하는 사건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겠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변호사만 좋은 법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재판에서 기본권을 침해당해 억울한 사례들이 많이 있었어요. 재판소원을 통해 재판에서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 심사받을 수 있을 길이 열렸다면 국민의 기본권이 더 확장된 것입니다.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호사가 대리 해야 되고 그 과정에서 법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있으니, 제도를 봉쇄하여 비용 발생하는 걸 차단하자고 주장하는 건 잘못된 주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변호사 수임료가 상대적으로 높고 사법 서비스가 균질하지 못한 현상은 그 자체로 문제이고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검찰과 법원이라는 '성역'에 대한 수술칼 될 수 있느냐가 관건"

▲유승익 명지대 객원교수 ⓒ 유승익 제공
- 참여연대는 법왜곡죄에 대해 통과되기 전에 더 숙의해야 한다고 했던데 어떤 부분이 우려스러운가요?
"참여연대가 법왜곡죄 도입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닙니다. 사법개혁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맞겠지요. 다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급박하게 추진되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시민사회는 이 법이 우리나라와 같은 특수한 사법 토양에서 어떤 순기능을 할지, 혹은 법관의 독립성을 해칠지에 대해서 숙의가 선행되기를 원했습니다. 특히 구체적인 조항에서 무엇이 법 왜곡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법원이 자칫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거나 역으로 검찰이 판결의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사를 압박하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위험도 있고요."
- 법이 수정됐는데 그건 어떤가요?
"법왜곡죄 입법 과정에서 본래 취지가 왜곡되었습니다. 물론 명확성 원칙이 문제되었던 일부 조항이 정비된 점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적용 범위를 형사 사건으로 한정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사실관계의 왜곡이나 법리의 자의적 적용은 형사 재판뿐만 아니라, 민사, 행정, 가사 재판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만약 거대 기업과 개인의 민사 소송에서 판사가 의도적으로 법리를 왜곡한다면, 그 피해는 형사 사건만큼이나 치명적일 수 있겠죠."
- 왜곡의 기준은 누가 판단하나요?
"마지막에는 법관이 판단하게 되겠죠."
- 권력의 압력이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정치권이나 다른 수사기관 또는 검사들이 법왜곡죄를 빌미로 법관들에게 압력 가할 가능성을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분명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판결의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소나 고발하고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검사는 기소하면 법관은 위축되고 압력받겠죠. 그런데 같은 시나리오로, 우리가 이미 운용 중인 '직권남용죄'와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시행 중인 직권남용죄 역시 얼마든지 법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판사가 권한을 남용해 부당한 재판을 했다고 몰아내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직권남용 죄 때문에 사법권이 마비될 것이라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이미 무엇이 직권이고 무엇이 남용인지 판례와 기준을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 판례와 기준이 너무 강하게 법원을 보호하고 있어서 우리는 이것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어요. 관건은 법관에게 무리한 압박이 될 것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성역과도 같은 검찰과 법원의 행태를 처벌할 수 있는 정교한 수술칼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일 것입니다. 앞으로 법을 적용해 나가면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수사기관, 기소 기관 또는 법원을 부당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들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 법왜곡죄는 경찰이 수사할 거잖아요. 그럼, 경찰이 왜곡하면 누가 수사할 것인지의 문제도 있는 것 같거든요.
"맞습니다. 법 왜곡 여부를 판단하고 수사하는 주체 역시 기본적으로 경찰인데, 경찰이 증거 누락하거나 조작했을 때, 그 조작을 입증해야 할 주체가 다시 경찰이 되는 것이죠. 조직 내부의 생리상 동료의 잘못을 밝혀내는 일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지요. 그래서 크게 보면 두 가지 층위의 설계가 필요해 보입니다. 하나는 조직 내부에 강력하고 독립적인 특별 수사 기구나 감찰 체계를 둘 필요가 있고요. 다른 하나는 내부 통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수처와 같은 외부 전문 수사 기구가 더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하고 환경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
- 대법관 증원 관련해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대법관 증원안과 관련해 대법관 후보 추천제도 개선안이 이번 입법에서 누락된 점은 매우 아쉽다'고 입장을 냈는데요.
"한마디로 양적 확대가 질적 다양성을 반드시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법관 증원의 명분 중 하나가 바로 이 '다양성 확보'였습니다. 그런데 추천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인원만 늘린다면 기존과 비슷한 색깔을 가진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법관을 뜻하는 '서오남' 대법관 12명이 추가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습니다."
- 대법관 12명을 이재명 정부에서 늘리는 거잖아요. 장기적으로 진행하자는 주장도 있더라고요.
"그건 정책적인 선택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나 코드 인사 논란을 희석하고 장기적으로 충원하자는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사법개혁안 추진에 있어서 개혁의 추진력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 정치 지형상 개혁 입법을 너무 길게 끌게 되면, 정권이 바뀌거나 정세가 변했을 때 '이거 없던 일로 하자'며 법을 재개정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 대법관 숫자는 사건 수에 비해 지나치게 적습니다. 대법관 한 명이 1년에 처리하는 사건이 수천 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증원 속도를 늦추는 것은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신속히 받을 권리를 계속해서 방치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 법원행정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요.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에서 '법원행정처 폐지'를 사법개혁의 1순위로 꼽고 있습니다. 법 개혁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의 타파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대법원장은 전국 모든 법관의 인사권을 쥐고 있으며, 제청권을 통해 누가 대법관이 될지까지 좌지우지합니다. 대법원장의 '손발' 역할을 하는 기구가 바로 법원행정처입니다. 이곳을 폐지하지 않고서는 제왕적 체제의 뿌리를 뽑을 수 없습니다."
- 전관예우 문제도 있지 않나요?
"당연히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법조 카르텔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전관예우는 법조 카르텔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대물림하고 재생산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대법관이나 고등법원 부장판사 같은 고위직들이 퇴임 후 변호사가 되어 상상할 수 없는 고액의 수임료를 받는 구조이지요. 사법 시스템이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전직과 현직이 서로의 경제적 이익을 보전해 주는 '수익 창출 모델'로 전락해 버린 셈이죠. 자기들끼리 인사하고, 자기들끼리 예산 짜고, 퇴임 후엔 선배 대접받으며 고액 수임료를 챙기는'폐쇄적 체제'인데, 외부의 시선이 들어오는 순간 이 시스템은 마비됩니다. 그래서 그들은 사법 독립이란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자신들만의 '전관예우 생태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거죠."
- 전관예우를 방지할 수 있는 법은 없는 거 같거든요. 사법개혁에서 전관예우 문제가 중요한데, 왜 그럴까요?
"일단 문제가 터지면 바로 메울 수 있는 안들을 먼저 추진하죠. 사실 전관예우는 굉장히 큰 문제고 사법의 체질을 바꾸는 문제예요. 그래서 접근하기도 쉽지 않고 자꾸 뒤로 밀리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법원행정처의 폐지나 전관예우 문제가 사실 근본적인 문제고 제일 중요한 문제예요. 그리고 그걸 바꾸지 못하면 사법개혁은 근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텐데 워낙 큰 문제고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어젠다입니다. 그러니까 쉽게 도입하자고 얘기하기 어려운 측면들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