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국회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대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2026.3.1 ⓒ 연합뉴스
2026년 6월 3일, 전남과 광주는 첫 통합특별시장을 선출한다. 현재 8명의 예비후보가 경쟁하고 있는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다. 통합이라는 정치적 결단의 첫 시험대이자, 두 지역이 동등한 주체로 새 공동체를 출범시키는 역사적 순간이다.
광주와 전남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적 공간이다. 권력의 일방적 결정에 맞서 시민이 주권을 지켜낸 역사적 경험은 이 지역 정치 문화의 뿌리다. 그렇기에 이곳에서의 공천 방식은 단순한 당내 절차가 아니라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는 문제다.
정당은 헌법이 보장한 정치적 결사체이며, 당원은 그 조직의 주권자다.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당원의 의사가 중심이 되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당원은 단순한 지지층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공유하는 구성원이다. 공천은 그 책임의 표현 방식이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는 시민배심원제는 이 원칙을 근본에서 흔들 수 있는 구조를 내포하고 있다. 시민 참여 확대라는 명분은 매력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시민이,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 의해 선정되는가"에 있다. 배심원의 구성과 정보 제공, 숙의 과정의 통제권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 한, 시민배심원제는 민주주의의 확장이 아니라 또 다른 권력 설계 장치가 될 수 있다.
2010년 광주시장 경선에서 도입됐던 시민배심원제는 일반 여론조사 결과와 큰 괴리를 보이며 공정성과 대표성 논란을 낳았고, 소수 배심원이 수천 명의 표를 대체하는 구조가 '1인 1표'의 등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배심원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조직적 개입 가능성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정치적 실험이라는 평가가 뒤따랐고, 결국 전국적으로 확대되지 못한 채 제한적으로 운영되다 사실상 중단되었다.
그런데도 통합특별시라는 역사적 첫 선거에서 공정성과 대표성 논란을 낳았던 방식을 다시 꺼내 드는 것은, 두 지역이 동등한 주체로 새로이 출발해야 할 중대한 분기점을 또다시 검증되지 않은 경선 방식의 실험장으로 전락시키는 결정이며, 이는 통합의 정당성과 민주적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선택이라 아니하지 않을 수 없다.
통합특별시라는 민감한 정치적 상황에서 배심원단이 실질적으로 후보 압축과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당원 주권을 형해화(形骸化)할 위험이 있다. 당원이 책임 있게 후보를 선별하기도 전에, 제한된 규모의 시민 집단이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는 정당 민주주의의 본질과 충돌한다.
시민배심원제가 진정한 시민주권의 구현이라면, 왜 전면적 시민참여 방식이 아닌 '선별된 소수'의 판단에 의존하는가. 숙의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대표성과 통계적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은 구조적 한계다. 이는 일반 여론조사보다도 더 폐쇄적일 수 있다. '시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극히 제한된 인원이 결정권을 행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8명의 후보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5인 압축, 순회 절차, 배심원 본경선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는 과도하게 복잡하다. 단계가 늘어날수록 정치적 거래와 전략적 연대, 불필요한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커진다. 절차의 정교함이 곧 민주주의의 심화는 아니다. 오히려 복잡성은 책임의 소재를 흐리고, 결과에 대한 불복과 의혹을 키운다.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흡수가 아니라 동등한 결합이어야 한다. 인구와 당원 규모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경선 설계는 더욱 섬세한 균형을 요구한다. 그런데 시민배심원제가 이러한 균형을 보완하기보다 오히려 또 다른 비대칭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없는지 냉정히 점검해야 한다.
당원주권과 시민주권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그러나 그 역할과 단계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정당은 책임 있게 후보를 제시할 권리와 의무가 있고, 시민은 그 후보를 최종적으로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 이 구조를 뒤섞을 때 혼란이 발생한다. 예비 단계에서 당원의 책임성을 약화시키고, 제한된 시민집단이 방향을 정하는 구조는 어느 쪽의 주권도 온전히 보장하지 못한다.
광주와 전남은 민주주의를 몸으로 증명해 온 지역이다. 통합특별시의 첫 경선이 정치공학적 실험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민배심원제는 이름만으로 민주성을 획득하지 않는다. 그 설계가 투명하지 않다면, 그것은 참여의 확장이 아니라 권한의 재배치에 불과하다.
공천은 누구의 것인가. 통합의 첫 단추가 불필요한 논란과 불신을 낳지 않기 위해서는, 절차는 간결해야 하고 권한은 분명해야 하며 책임은 명확해야 한다. 민주주의 성지에서 치러지는 첫 통합시장 경선은 실험이 아니라 원칙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