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특례시가 신규 택지지구 고등학생들의 고질적인 원거리 통학 문제 해결을 위해 대응에 나섰다. 장기적으로는 '도시형캠퍼스' 등 학교 신설을 촉구하고, 단기적으로는 전세버스를 활용한 통학버스를 도입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공식 제안했다.
그동안 지역사회와 언론을 통해 고양시 신규 택지지구 고교생들의 열악한 통학 환경, 이른바 '통학 난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시는 예산 분담 의지까지 밝히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일 아침 '지옥철·버스'... 시 "단순 불편 넘어 구조적 문제"
신규 택지지구 학생들의 통학 현실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고양시가 송규근 시의원(문화복지위원회)의 5분 자유발언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지축지구에서 무원고등학교로 배정된 107명의 학생은 지하철 3호선(지축역→화정역)을 이용한 뒤 마을버스로 환승하는 복잡한 경로로 통학하고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행신고에 다니는 학생은 83명, 능곡고는 79명으로, 지축지구에서만 약 270명의 고등학생이 매일 장거리 환승 통학을 이어가고 있다.
덕은지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약 100명의 학생이 배차 간격 20~30분에 이르는 단일 버스 노선에 의존해 향동고로 통학하고 있다.
고양시는 삼송·원흥·지축·향동·덕은 등 덕양 동부권의 학군 불균형이 장기간 누적된 현안이라고 진단했다. 개별 학교 차원의 민원을 넘어, 급격한 도시 성장 과정에서 교육 인프라 확충이 충분히 병행되지 못한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생활권과 분리된 배정으로 인한 장거리 통학은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육 기회 형평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기 대책 : 순환형 대신 '고양형 직행 통학버스' 제안
단기 대책으로 시가 제안한 방안은 전세버스를 활용한 통학버스 운영이다. 2025년 4월 8일 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통학 목적의 전세버스를 직접 계약해 운영할 수 있다.
고양시는 지역이 넓은 특성을 고려해 거점 순환형이 아닌, 거주지 집결 후 학교로 직행하는 '고양형 직행 통학버스 모델'을 제안했다. 불필요한 순환 운행을 줄여 행정 비용과 공차 운행에 따른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천광역시의 '학생성공버스' 사례처럼 교육청 주도 모델이 운영 중인 만큼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정재웅 고양시 평생교육과 팀장은 통화에서 "시범 운영 시 필요한 재원 일부를 고양시가 분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교육청과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장기 대책 : 도시형캠퍼스 활용 및 학군 재편 연구 착수
근본적 해결책으로는 고등학교 신설과 학군 재정비가 거론된다. 시는 2026년 1월 22일 시행된 '도시형캠퍼스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해당 법은 원거리 통학 해소나 과밀학급 완화를 위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중앙투자심사 없이도 교육감이 도시형캠퍼스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양시는 단순한 신설 요구에 그치지 않고, 정책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기초 자료 마련에 나섰다. 고양연구원에 '고양시 학군 현황 진단 및 개선방향 연구'를 의뢰해 2026년 상반기부터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주거 개발 현황, 학생 수 추계, 통학 여건 등을 종합 분석해 고양교육지원청과 운영 중인 '고양 상생발전협의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학부모들 "당장 직행버스 절실"... 교육청은 답변 연장
지역 학부모들은 시의 제안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조속한 실행을 촉구하고 있다. 지축지구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학부모 A씨는 "아이가 만원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지쳐 돌아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며 "노선 분석과 예산 분담 의지까지 밝힌 만큼 실제 추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덕은지구의 예비 고등학생 학부모 B씨도 "가장 좋은 건 집 근처 학교가 필요하지만, 당장 직행버스 도입이 절실하다"며 "기관 간 책임 공방으로 시간이 지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덕양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지축지구 유보지 내 고등학교 신설을 요구하며 경기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교육부가 "학교 신설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으며 지역 여건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라고 밝힌 만큼, 지역 특성을 반영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경기도고양교육지원청은 당초 3월 3일로 예정됐던 1차 처리 기한을 "관계 기관과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로 3월 12일로 연장했다.
도시 개발 속도에 비해 교육 인프라 확충이 뒤처지면서 발생한 '통학 난민' 문제. 지자체가 재정 분담 의지와 정책 대안을 제시한 가운데, 향후 교육 당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인다. 학생들의 통학 여건 개선이 단기 처방에 그칠지, 구조적 해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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