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피케팅과집회를 진행하는 대책위 회원들 ⓒ 이경호
신계룡-북천안 345kV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3일 오후 2시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차 입지선정위원회는 성립 논란 끝에 결국 무산됐다. 공주·세종·옥산·대전 송전탑 대책위원회는 컨벤션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업 중단과 위원회 재구성을 촉구했다.
현장에 모인 대책위와 시민 50여 명은 "주민 의견 없는 결정 통보식 절차를 중단하고, 형식적인 입지선정위원회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고 외치며 한국전력공사의 사업 추진 방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8차 입지선정위원회에서는 9차 회의에서 읍·면·동별 3배수로 위원을 추가 조정하기로 의결했으나, 실제 추천 과정에서는 각 지역이 아닌 지자체 단위로 3배수 추천이 진행된 것이 확인됐다. 그 결과 세종시 한솔동과 나성동에서는 각각 1명씩 추천된 반면, 전의면과 전동면에서는 각각 4명이 추천되는 등 특정 지역에 편중된 인원 구성이 이뤄졌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이를 두고 입지선정의 형평성과 공정성의 뿌리를 흔드는 중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회의를 강행하려 한 한국전력공사를 강력히 규탄했다. 결국 9차 입지선정위원회는 파행됐고, 성립 요건을 갖추지 못해 원천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되면서 무산됐다.
대책위는 입지선정위원회가 다시 진행되기 전에 위원회 구성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위원회의 다수가 이장·통장·반장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실질적인 주민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장, 통장, 반장의 경우 행정상 일부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어 독립적인 주민 대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가배상과 관련한 법원 판례에서 일정 부분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로 인정된 선례도 언급됐다. 송전탑 건설과 같은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제대로 된 주민 대표성을 확보해야 하며, 주민투표 등 절차를 거친 위원회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회이장 현장에서 피케팅중인 참가자들 ⓒ 대전송전탑대책위원회
입지선정위원회는 전형준 조지메이슨대학교 교수가 위원장을 맡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책위는 갈등조정 전문가로 참여한 점과 별개로, 위원장을 주민 대표 간 호선이 아닌 방식으로 임명한 것은 민주적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민 대표성을 바탕으로 한 호선을 통해 위원장이 선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입지선정위원회 내 공무원 구성 비율이 약 3분의 1 수준으로 높은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출석 인원의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구조를 감안하면 공무원만으로도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대책위는 이 같은 구조가 시민위원을 들러리로 만들 수 있다며 위원회 구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입지선정위원회가 진행되고있는 회의장의 모습 ⓒ 이경호
대책위는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입지선정위원회가 아니라 송전선로 건설 필요성의 기초부터 다시 논의하는 사회적 숙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전력 수요 관리, 지역 생산과 지역 소비 체계 등 산업 구조 전반에 대한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향후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입지선정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동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를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커지면서 사업 추진 과정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