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기도 고양시 서오릉. 역사와 자연이 숨 쉬어야 할 능역 한복판에 다가가자, 위압적인 철문과 대전차 장애물이 길을 막아선다. 스피커에서는 "이 지역은 군사지역입니다. 접근을 멈춰 주십시오"라는 기계적인 경고 방송이 울려 퍼진다.
이곳은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부터 강제로 점유, 능역 중심부를 가로질러 부대의 진입로를 내는 등 문화유산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군방첩학교(옛 기무사 교육연수원) 부지다. 서오릉 지하에 운영되어 온 이 군사시설을 완전히 철수하고, 해당 공간을 즉각 시민에게 돌려 달라는 강경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2.3 내란 주도한 방첩사, 해체 마당에 이전은 어불성설"

▲3일 서오릉 정문 앞에서 "내란주도 방첩사 서오릉 부지 고양시민에게 즉각 반환하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이영아 고양시장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 박상준
고양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영아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는 3일 서오릉 국군방첩학교 출입문 앞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인근 주민들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군방첩학교 부지의 즉각적인 환수와 서오릉 원형 복원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자처한 이 예비후보는 '방첩사가 서오릉 내 4만여 평의 땅을 불법·무단으로 점거해 왔다'고 규탄하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국군방첩사령부가 여인형 사령관 지휘 아래 윤석열 12.3 내란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파견하여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 시도하는 등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3일 서오릉 정문 앞에서 "고양 발전 가로막는 군사도시 벗어나자!"는 현수막을 들고 시민들과 함께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이영아 고양시장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 박상준
특히 최근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의 핵심 배후로 지목된 방첩사의 해체가 기정사실화된 만큼, 단순한 부지 '이전'이 아닌 '즉각 환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예비후보는 "국군방첩사령부가 2026년 안으로 해체하기로 결정된 만큼, 방첩학교 부지는 당연히 즉각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018년, 국군방첩학교를 2025년까지 과천 방첩사 관내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예비후보는 방첩사가 해체되는 현 마당에 방첩학교를 굳이 이전할 이유가 없으므로 즉시 부지를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또 문화유산청이 능역을 보전해야 한다며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기도 했다.
"어두운 내란 모의 벙커, 시민 승리의 미디어 아트로 채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부지 환수 이후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도 제시되었다. 이 예비후보는 "이 공간을 내란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시민들의 승리를 빛으로 수놓는 미디어 아트 전시관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국군방첩학교 부지를 환수하여 서오릉의 원형을 복원하고 주변 환경을 정비해 시민들의 자연 휴식 공간으로 돌려놓을 것을 약속했다. 나아가 서오릉과 서삼릉의 관리권을 고양시로 이관받아 고양시 주도 아래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최대 왕릉군인 두 곳을 묶어 세계적인 역사문화체험 공원으로 조성함으로써 고양시민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설명이다.

▲"고양 발전 가로막는 방첩사, 당장 나가라"3일 오후 이영아 고양시장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가 서오릉 국군방첩학교 출입문 앞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인근 주민들과 함께 국군방첩학교 부지의 즉각적인 환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가자들이 "고양 발전 가로막는 군사도시 벗어나자"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군사독재 잔재의 완전한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 박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