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2026.01.08. ⓒ 이정민
<오마이뉴스>가 지난해 9~10월 법무부 특별점검팀이 작성한 1600여 쪽 분량의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당시 법무부는 정성호 장관 지시로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연어 술파티' 의혹과 관련해 특별점검팀을 꾸려 수원구치소 등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였다.
특히, 이 문건에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23년 1월부터 1년 동안 수원구치소에 수감됐을 당시 김 전 회장을 비롯해 연어 술파티 의혹 핵심 인물들과 관련된 접견 녹취록 등이 포함됐다.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해당 문건에는 ①수원지검이 이재명 대통령 기소를 전제로 김 전 회장 등 사건 관계자들을 압박하고 ②이 과정에서 사건 관계자들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회유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김 전 회장의 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① 김성태의 자백... "검사들이 하는 짓들이, 수법들이 똑같네"
2023년 1월 태국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된 김 전 회장은 공항에서 "이재명씨와 전화한 적 없다. 전화번호도 알지 못한다"며 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부인했다. 이후 그는 수원지검의 집중 조사를 받았고, 구속 이후 열흘쯤 지나 태도를 180도 바꿔 "이재명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송금을 했다"라고 진술한다.
같은 해 3월 10일, 김 전 회장은 지인과의 구치소 접견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끝날 만하면 뭘 또 내놓으라 하고. 뭘 내놓으라는 거냐? 내가 은행 금고여? 뭘 또 내놔? 있어야 내놓을 것 아니냐. 진짜로. XX. 이재명이(한테) 돈 줬다고, (그런 게)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 거짓말 아니고. X까고. 열받아 가지고. XXX들이. 검사들이 하는 짓들이, 수법들이 똑같네. 직업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XXX들이. 정직하덜 못해. 아~ 더러운놈의 XX들 아주. 듣던 말든 XX. 나가기도 싫은데. 아 X같은 것들."
김 전 회장이 이 대통령과의 이해관계를 밝히라는 검찰의 압박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며 불만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② 김성태, 1313호 박상용 검사실에서 배상윤과 통화 정황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회사가 후원하는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2022.5.9. ⓒ KH그룹 홈페이지 캡처
2023년 3월 21일 구치소 접견 녹취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박상용 검사실(수원지검 1313호)에서 배상윤 KH그룹 회장과 통화를 했다. 박 검사의 요구에 의해 이뤄진 통화라는 게 김 전 회장의 설명이다. 내용을 보면 당시 1313호에 있던 교도관들은 김 전 회장이 배 회장과 통화한 사실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 김성태 : "어제(23.3.20 1313호 검사실 소환) 자료 하면서 몇 달만에 검사실에서 검사가 배상윤 회장한테 전화해보라고 해서 통화했거든 어제. 병원에 입원했더만. 당뇨가 500까지 올라가 가지고.
- 접견인 : 누가?
- 김성태 : 배배배(배상윤 지칭) 통화했어요. 검사실에서. 통화했다고 지랄들을 하는 거야. 이 XX들이(교도관). 어제 엄청 스트레스 받아서 잠을 못잤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또다른 핵심 인물이 바로 배 회장이다.
배 회장은 2022년 6월 동남아로 출국한 이후 현재까지 만 3년 9개월이 지나도록 도피 중이다. 지난해 6월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측에) 비밀스럽게 돈을 주는데 경기도가 어떻게 끼겠습니까"라며 "이재명 지사님 하고 경기도 하고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보낸 800만 달러가 경기도지사 시절 이 대통령의 방북 및 경기도 사업 대가였다는 검찰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됐다.
검찰은 KH그룹이 쌍방울그룹과 마찬가지로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을 얻기 위해 북한 측에 돈을 보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2019년 김 전 회장이 중국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나 북한 희토류 주요 매장지인 단천 특구 광물자원 개발 등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을 때 배 회장 역시 동석해 합의서를 함께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하면 수원지검이 피의자인 김 전 회장에게 배 회장과의 통화를 지시해, 사전에 '입'을 맞추게 하려 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③ "안부수 꼭 오라고 그래... 북한에 돈 줬다고 하라고 그래"
2023년 4월 14일 김 전 회장은 접견을 온 측근에게 이렇게 지시한다.
"안부수 그날 꼭 오라고 그래. 그 XXX 그거. XX놈 그거. 북한에 돈 줬다고 하라고 그래. 북한에 줬다고 하는게 차라리 형(량)이 싸다고 그래. 이화영이랑. 사실대로. XX같이. (박)상민(쌍방울 직원)이 재판에 집중을 해야 돼."
열흘 뒤인 4월 24일 김 전 회장은 아래와 같이 말한다.
"용철이(쌍방울 부회장 방용철)는 아예 모른다고 하고. 태헌이(김성태 전 회장 매제 김태헌, 김성태 금고지기로 알려진 인물)도 아예 모른다고 하면 안된다고. 일이라는게 마무리를 해야지. 괜찮은게 있으면 상의를 해서. 편지를 써. 변호사를 줘. 급한 거는 변호사를 통해서 보내면 돼. 나한테."
공범 사이에 진술을 맞추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북한에 돈 줬다'는 진술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정황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는 '쌍방울 대북송금 → 제3자 뇌물 → 이재명·이화영'으로 이어지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연결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실제 김 전 회장은 두 발언 사이에 위치한 2023년 4월 18일 구치소 접견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검찰이) 이재명이 그것도 대북송금 뇌물로 기소할려고 하고 있드만. 제3자뇌물이 100억 이상이면 그것도 2년 6월 이상이여. 그것도. 그거 기소한다고 그러지."
④ "제3자 뇌물로 간다… 목표는 그 높은 놈"

▲2023년 9월 9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전 회장의 발언에서는 이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수사 방향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나온다. 2023년 4월 28일 김 전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오후에 가면 다음주나 미스터 리(이화영) 수사할 거 같애. 그렇게 되면 아마 기소할 것 같애. 그쪽으로 태풍 싹 물러가버리는 거지 뭐."
"이화영이가 아니고 이재명이 한대. 이재명. 거의 5월달 되면 6월달. 7월달에 저 XX가..."
"그게 제일 크지. 사실은 나중에 세상은 난리나 버리지. 내가 볼 때는 그게 될려나 의심스럽더라고. 된다고 하더라고. 또 북한놈들이 없어도 정황이 나오면 된다고 그러는데."
김 전 회장은 5월 5일 접견에서 지인에게 검찰이 '성남시장(이재명을 의미함)을 기소하려고 한다'고 덧붙인다.
"7월달 되면 싹다 바뀔 것 같애. 이것들 보니까. 갈 것들 가고 헐 것 같애 보니까. 아마튼 6월달까지 빨리 매듭을 질려고 하더라고. 이달 말쯤에는 매스컴 많이 나갈 것 같애. 미스터 리(이화영) 결국에는 진술할 것 같애. 거시기. 북한 돈 준거. 제3자 뇌물. 그렇게 하려고 지금 폼잡고 있는 것 같애. 차라리 그걸로 가버리는 게 낫지. 그 새끼도. 6월초까지면 끝날 것 같애. 그놈 있잖아. 이 높은 놈 말여. 성남시장. 그 사람 결국에는 기소할려고 하는 것 같애. 목표가. 사실대로 가서 기소되(어)버리면 그쪽으로 가는 것도. 결국에는 법원 가서 판단받아 봐야지 그거는. 결국에는 목표가 거기니까 그 XX들 결국에는."
⑤ 2023년 5월 17일 '결전의 날'… "소주라도 한잔 먹고 가서 이야기하면"
그리고 법무부가 술파티 날짜로 특정한 2023년 5월 17일이 된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와의 대질신문을 앞두고 "오늘 중요한 날이야. 결전의 날이야 사실은"이라고 말한다.
김 전 회장은 "세상은 태풍이 오면 태풍을 피할 수가 없다"면서 "태풍 속에 안 들어가야 되는데, 이미 태풍 속에 이미 들어가 버린 것 어떻게 하냐. 그 흐름을 내가 만들어야지. 이제는. 그렇게 노력을 해야지. 우리가 흐름을 만들어야지"라고 덧붙인다.
이어 "반전시킬수 있는 뭔가 노력을 해봐야지"라면서 이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얻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그는 "소주라도 한잔 먹고 이야기하면 편할 판인데"라는 말을 한다.
"나도 고민무지하게 돼 임마. 사실 엄청난 도박이야. 만약에 저것들이 기소해 가지고 유죄나오면 1년 6월 이상인데. 스타트가. 예를 들어서 지금 이화영이도 마찬가지 아녀. 오늘은 나온다고 지가 하니까. 소주라도 한 잔 먹고 가서 이야기하면 편할 판인데. 내가 변호사한테 이야기해 봤으니까."
김 전 회장은 "물 있잖아. 물은 좀 있잖아. 석수같은 거"라고 지칭한 뒤 "한번 이야기해보라구 해. 흉금없이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면 좀 어떠냐. 뭔 말인지 알지"라고 당부한다.
<오마이뉴스>는 쌍방울 법인카드 내역을 분석해 2023년 5월 17일 오후 6시 34분과 37분 수원지검 앞 편의점에서 쌍방울 법인카드가 각각 1만 2100원과 1800원 결제됐고, 특히 1800원 결제금액은 당시 소주 한 병 편의점 가격과 일치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한 병에 소주(1800원) 3병, 생수(700원) 3병, 담배(4500원) 1갑, 비닐봉투(100원) 1장을 합계 1만2100원을 주고 구입했고, 생수병에 '소주갈이'를 하는 과정에서 소주가 부족해 소주 한 병을 더 구입했다는 쌍방울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한편,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는 지난해 9월 22일 국회에서 '연어 술 파티' 의혹에 대해 "(그런 일은) 없었다"며 법무부 조사 결과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 2월 17일 TV조선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도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