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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혁명기록화 전봉준과 손병희의 양호 동학의병연합군은 10월 16일(양11.13) 논산 초포 앞 소토산에 진을 치고 백성들에게는 물론 관군들에게도 항일 전선을 구축할 것을 호소하였다. 동학혁명기록화는 현재 동학혁명기념관에 전시중이다.
동학혁명기록화전봉준과 손병희의 양호 동학의병연합군은 10월 16일(양11.13) 논산 초포 앞 소토산에 진을 치고 백성들에게는 물론 관군들에게도 항일 전선을 구축할 것을 호소하였다. 동학혁명기록화는 현재 동학혁명기념관에 전시중이다. ⓒ 동학혁명기념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공부하면서 동학농민혁명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관련 책도 여러 권 썼다. 배움이 깊지 못하여 언저리만 맴돌고 있지만, 그 시대에 동학농민혁명이 있었기에 우리도 낡은 봉건의 철문을 닫고 근대의 광장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식한다 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짙다.

영국의 청교도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프랑스의 대혁명, 독일의 종교개혁, 러시아의 볼셰비키혁명, 일본의 메이지유신, 인도의 샤티그라하운동, 중국의 신해혁명을 생각하지 않고는 이들 나라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과 동렬에 놓을 수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무엇일까. 1919년 3·1혁명을 들 것이다. 3·1혁명의 물꼬를 더듬어 올라가면 동학농민혁명에 이르고, 더 소급하면 발원지는 수운 최제우 선생이 창도한 동학에 다다른다. 동학도가 농민혁명의 주축이 되고, 동학이 천도교로 개칭하면서 항일투쟁의 원류가 되면서 기독교·불교계 지도자들과 3·1혁명의 모체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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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의 역할이 없었어도 3·1혁명이 가능했을까, 동학이 없었어도 농민혁명이 가능했을까에 상도할 때 동학을 창도한 최제우의 역할은 실로 지대하다. 인도에 "북소리만 듣고 춤을 출 것이 아니라 북치는 사람을 찾아라"는 속담이 전한다. 낡은 전근대의 성곽에서 근대의 북을 친 집단이 동학농민이라면 과언일까.

프랑스혁명이 가능했던 것은 케네(1694~1774)로 대표되는 중농주의자들, 디드로(1713~ 1794)로 대표되는 백과전서파, 장 장크 루소(1713~1784)로 대표되는 권력분립과 인간평등사상론자들의 존재이다. 케네의 '중농주의'는 "토지는 농민에게 주어야 한다"는 원칙을, 디드로의 <백과전서>는 "세계에는 기독교 외에 많은 종교가 있고, 왕정 외에 여러 정치형태가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루소는 "어떤 사람도 부(富)를 통해 다른 시민을 살 수 있을 만큼 부자는 아니고, 또 어떤 사람도 몸을 팔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가난해서는 안 된다"는 인간평등사상을 전개하였다. 이런 생각을 공유하게 된 프랑스인들이 나서서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마침내 1789년 대혁명을 이루었다.

최제우는 동학을 창도한 교조이기도 하지만 사회개혁의 사상가였다. 그의 사회사상은 조선 사회가 구조적으로 질병에 들어 있다는 '사회질병설'과, 이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일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개벽사상'이 주조를 이룬다.

이런 고로 우리나라는 악질(惡疾)이 세상에 가득하여
백성들이 어느 한 철에도 편한 날이 없으니
이 또한 상해(傷害)의 운수니라.(<동경대전> '포덕문')

아서라 이 세상은
요순지치라도 부족시(不足施)요
공맹지덕이라도 부족언(不足焉)이라
십이제국 괴질운수
다시 개벽 아닐런가
태평성시 다시 정해
국태민안 할 것이니
개탄지심 두지 말고
차차 차차 지내시라.(최제우, <용담유사> '몽중노소문답가')

최제우가 말하는 '악질'은 육신의 질병 뿐만 아니라 나쁜 정치, 그로 인해 탐관오리들의 발호와 타락한 양반·유생들의 백성 수탈을 통칭한다. 한 마디로 무능하고 부패한 왕조체제의 국정농단과 각종 적폐를 말한다. 최제우는 여기에서 개탄만 하지 말고 '개벽'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개벽은 한국 민족종교들이 추구한 공통적인 가치로서 압축하면 사회개혁 즉 '새로운 시대(上元甲)'를 뜻한다. 하늘이 열리는 것을 개(開)라 하고 땅이 열리는 것을 벽(闢)이라 했다. 천지개벽이다.

돌이켜보면 최제우의 개벽사상은 사회개혁의 수준을 뛰어 넘는다. 무위이화(無爲而化)의 사상은 루 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자연법사상과 맞닿는 대목이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았으나 지금은 잃어버린, 빼앗겨버린 천부인권과 인간사랑 그리고 '인간본연의 자아'를 중시하는 가르침이다. 그것이 무극대도(無極大道)로 표현되었다. 이것은 오염된 물질문명과 각종 재해와 공해 그리고 타락한 권력이 남긴 각종 적폐에 시달려 온 오늘의 한국인이 추구해야 하는 '신개벽 시대'의 가치관이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횃불·촛불·응원봉, 동학농민혁명]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횃불#촛불#응원봉#동학농민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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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불·촛불·응원봉, 동학농민혁명]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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