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6.03.03 09:31최종 업데이트 26.03.03 09:31

불편하게 사느니 수고스럽게 배우자

내가 생각하는4050 중년의 자세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유명 햄버거 가게에서 키오스크를 처음 접했을 때였다. 부시맨이 휴대폰을 본 순간에 이런 기분이었을까? 우왕좌왕 갈 곳 잃은 내 손 끝이 모니터 위를 헤매고 있었다. 휴대폰 속에 저장된 쿠폰을 사용해서 할인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뒤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자 등에 진땀이 났다. 그 순간 나는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하세요."

뒷사람에게 주문을 양보한 후 내 차례가 다시 돌아왔다. 심기일전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생각하며 주문 버튼을 눌렀다. 할인 바코드를 찍고 간신히 주문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한동안 나는 키오스크 주문을 능숙하게 해내지 못했다. 여기저기 영화관, 커피숍 등 내가 가는 곳마다 키오스크라는 신흥 문물이 우뚝 서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AD
"모르면 묻자! 당황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

머릿속에 되뇌었다. 곧 이 기계 덩어리 앞에서 '포기하지 말자'를 운운할 만큼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연습처럼 계속 되는 몇 번의 주문 후 나는 더 이상 키오스크로 하는 주문에 머뭇거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일상이 될 줄로만 알았다.

어느날 나는 M카페 키오스크 앞에서 뒤로 가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얼음 많이, 적게, 원두는 진한 거, 고소한 거 일회용품 어쩌고 저쩌고... 또 새롭고 어려웠다. 나는 다시 숙련 되지 못한 모습으로 키오스크를 만지게 되었다.

식당의 주문 키오스크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 익숙하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어려운 시스템이다.
식당의 주문 키오스크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 익숙하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어려운 시스템이다. ⓒ 한선아

일반 음식점에서 역시 주문은 각 테이블에 비치 된 키오스크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주문 시스템은 어르신들에게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복잡하지 않은 단일 메뉴라 나 같은 사람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지만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에게는 다른 문제였다.

그날 그 장면을 지켜보던 나는 직접 화면을 눌러 어르신의 주문하는 것을 도와 드렸다. 미래의 어느 때 나 역시 기계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이라는 생각에 이르던 차였다.

나는 학원에서 일하는 영어 강사이다. 코로나 시절 집합 금지 명령으로 대면 수업을 하는 것이 곤란해졌다. 그도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모이는 자체를 자동으로 꺼려했다. 강사들은 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뭔가를 해야 했다. 그 때 나와 동료 강사들이 선택한 방법은 비대면 수업이었다. 비대면 수업에 대한 지식을 익히고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영상을 제작하는 방법과 줌으로 회의나 수업을 하는 교육을 들었다. 서툴렀지만 계속 방법을 익혀나갔다. 그리고 코로나가 잠잠 해질 때까지 몇 달간 과외를 구해 줌으로 수업을 했다. 학원 학생들과 하던 기존 수업 역시 줌을 통해 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그 시기를 그렇게 버텨냈다.

40대 내 나이에 영상 편집과 줌 수업이라니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자부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오만한 어깨뽕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곧 줌은 흔하디 흔한 영상 통화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리고 재미있게 편집 된 영상들을 숨 쉬 듯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 영상과 자막이 다였던 SNS는 AI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요술을 부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어렵게 하나를 알고나면 또 배워야 할 것이 생겨났다. 모르면 모르는 만큼 불편한 세상이 된 것 같다. 기존의 삶의 방식을 고수 하기 보다 시대에 편승하는 중년이 되고 싶었다. 재미있고 강렬한 영상들을 단순히 보며 즐기기 보다 그것을 배우고 만들어 봐야 한다 생각했다. 보며 소비 하기 보다 배우며 기술이나 태도를 익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 했기 때문이다.

휴대폰에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앱을 이용해 이것저것 만져 봤다. 대부분 유료 서비스라 큰 마음을 먹고 유료 결제를 했다. 배우는 값을 치러야 한다 생각하고 몇 천 원을 결제한 후 영상을 하나 찍고 자막을 입력했다. 막히는 부분은 챗GPT에게 물어 가면 하나씩 해 보기 시작했다. 그 후 텍스트에 재미있는 목소리를 입혀 보았다.

수십 번 뒤로 가기를 누르면 다시 하고 또다시 시도 한 끝에 간신히 내가 찍은 영상에 아이의 귀엽고 통통 튀는 목소리가 입혀졌다. 그리고 영상이 훨씬 더 재미있어졌다. 생각 없이 보고 넘기며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영상을 내 의도와 계산 대로 바꿔 나가는 재미도 느꼈다.

나는 중년인 40,50대가 기존의 것들에 이미 익숙해진 세대라 생각한다. 하지만 배우지 않으면 오랜 세월을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야 할 세대라고도 생각한다. 망설이지 말고 AI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야 할 때다. 맹목적으로 따라 가는 것은 문제이다. 하지만 내 가치를 지키며 다시 배우는 태도를 갖는 것은 AI 시대의 '새로운 온고지신'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AI#중년#인공지능#키오스크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선아 (salsa77) 내방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글이 많은 이들의 공감과 관심 얻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브런치 <송주>





독자의견3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