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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27 11:34최종 업데이트 26.02.27 11:34

[주장] 간첩죄 '외국' 확대, 늦은 정답... 남은 건 정교한 통제의 필요성

강단에서도, 일상에서도 나는 늘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기술유출을 왜 국가안보로 봐야 하는가?" 그 답은 간단하다.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제 국가의 안보 수준은 '기술개발 능력'만큼이나 '지켜내는 능력'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핵심기술이 빠져나가면 기업 및 기관의 손해로 끝나지 않고 국가경쟁력과 방위역량의 손실로 번진다. 그래서 기술유출을 국가안보 범죄로 다룰 법적 억지력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간첩죄는 '적국'이라는 표현 안에 한정되었고, 북한이 아닌 다른 국가로 기밀이 새어나가면 사건의 성격이 자꾸 흐트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가 주도로 과학기술과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조직적 위협 앞에서도, '적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간첩죄로 처벌을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법이 이러하니 이적 범죄를 억누를 실질적인 억지력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

이번 간첩죄 확대를 골자로한 형법 개정안의 메시지는 확실하다. 간첩죄를 더 이상 '적국'에만 묶어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직 북한에 한정돼 있던 간첩죄의 시야를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넓힌 대목이 이를 증빙한다. 나아가 외국 등을 위해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행위를 처벌하는 별도 조항을 신설했다. 지령, 사주, 의사 연락 같은 통제 관계를 범죄 구성요건의 핵심으로 명시했고,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법정형을 두었다. 안보 위협의 본질이 같은데도, 대상이 '적국'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엉뚱한 죄명을 적용해야 했던 이 기형적인 구조를 끝내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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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처벌의 공백을 꼽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간 외국으로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하더라도 간첩죄 적용이 막히면, 산업기술보호법과 같은 비슷한 죄명으로 처벌되고 수위는 약해졌다. 피해가 국민 전체에 끼치더라도 형법으로서의 경고성은 약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기술적 현실과 법 조문의 불일치도 문제였다. 오늘날 침투는 마우스 클릭 한번이나 내부 접근 권한의 틈에서 시작되는데, 간첩죄는 '적국'이라는 시대착오적 전제에 기대어 해석되어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개정은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까? 가장 큰 의미는 구시대적 법률에 갇혀 겉돌던 간첩 범죄의 개념을 비로소 국민 눈높이에 맞게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수사기관도 다른 법 조항을 고민할 필요 없이, 간첩 범죄의 본질을 정면으로 다룰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현장의 분위기도 바뀔 것이다. 그동안 기술 유출 등을 기업 간의 뻔한 분쟁이나 운 나쁜 '개인의 일탈'쯤으로 축소해 오던 안일한 관행도 종말을 고할 것이다. 국회가 나서서 기술 유출의 엄중함을 안보 차원에서 못 박아둔 이상, 산업 현장이 보안 투자나 내부 통제를 대하는 태도 역시 근본적으로 달라지기 마련이다.

다만 수사기관이 쥐는 권한이 커진 만큼, 남용을 막을 민주적 장치 역시 명확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에 준하는 단체' 같은 문언이다. 전형적인 법률 용어로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언이 수사의 편의로 팽창하는 순간, 법은 국가를 지키는 방패가 아니라 사회를 위축시키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익을 보는 쪽은 결국 공격자다. 형벌을 강화한 규정일수록 침묵을 만들기보다 제보와 대응이 가능해지는 조건을 적극 형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민주적 통제가 그 역할을 해줄 것이다.

그래서 국회와 정부는 두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이 법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이 알 수 있게 공개해야 한다. 몇 건이 수사로 이어졌고, 몇 건이 기소됐으며,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같은 큰 흐름부터 정기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둘째, 적용 기준을 엄격히 세워 남용을 막아야 한다.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 같은 표현이 수사 편의대로 넓어지지 않도록, 어떤 경우에 처벌하는지 기준을 분명히 하고 절제 있게 집행해야 한다. 형벌을 강화하는 것과 정당하게 집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간첩죄의 '외국' 확대는 늦었지만 필요한 정답이다. 한편 법의 범위를 넓혔으니 경계도 더 분명히 해야 한다.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고 과잉 집행을 막는 통제 장치도 병행될 때야 비로소 이번 개정은 국가안보를 지키는 실효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유도진 기자는 극동대 해킹보안학과 교수입니다.


#간첩죄#국가안보#산업기술보호#기술유출#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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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대학교 해킹보안학과 교수. 사람이 중심이 되는 정책과 기술을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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