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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인 '쓰레기 종량제'는 1995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됐다. 생활폐기물을 대상으로 종량제가 시행된 데 이어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도 2013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정부와 지자체 정책이 '사후처리'에서 '배출억제'로 옮겨가면서 두 제도가 폐기물 감량과 자원 재순환에 크게 기여했다는 후한 평가도 나온다. 배출 규제와 재활용 촉진을 위한 정책이 자리 잡으면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지만, 배출된 쓰레기를 일선에서 취급하는 노동자들의 처우에 관한 이야기는 좀체 들려오지 않는다.

지난 30년 동안 쓰레기 관리 정책이 성공적이었다는 정부의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를 수집·운반하는 노동자부터 소각장, 매립지, 선별장 등에서 이를 처리하는 노동자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소식은 주로 사고와 질병에 대한 내용들뿐이다. 단신으로 처리되는 산재 소식 뒤에 숨어 있는 구체적인 현장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충북 음성군에서 민간위탁업체 소속으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아래 생폐)를 하고 있는 김규원님을 지난 1월 6일 '음성노동인권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선진화된 쓰레기 처리 시스템? 노동자 건강권은 '제자리걸음'

 충북 음성군에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하는 김규원님의 현장 근무 모습
충북 음성군에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하는 김규원님의 현장 근무 모습 ⓒ 김규원

청소노동자들은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필수적인 노동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수고와 헌신은 쉽게 간과된다. 이들의 노동을 흔히 '그림자 노동' 혹은 '유령 노동'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김규원님도 한국사회의 여느 청소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새벽 일찍 일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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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보통 오전 6시에 시작을 해서 오후 3시에 일과를 마무리하고 있고요. 토요일도 근무를 하는데, 오전 6시에 시작해서 11시에 종료합니다."

충북 음성군 생폐 노동자들의 경우 1권역(음성읍, 소이면, 원남면)만 지자체 소속으로 전환되었고, 나머지 3개 권역(2권역: 금왕읍, 삼성면 / 3권역: 맹동면, 대소면 / 4권역: 생극면, 감곡면)은 여전히 민간 대행업체가 운영 중이다. 음성군 생활폐기물 청소 행정을 민간위탁으로 수행하는 업체 중 한 곳이 ㈜음성환경이다. 규원님은 지난 2001년부터 이 업체에서 24년째 근무하는 동안, 재활용차량 상차와 운전 업무, 일반생활폐기물 및 매립성폐기물 수거차량 운전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쓰레기 배출량과 분리배출에 관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과정도 여러 직무로 세분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규원님은 이 업체에서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 운전원으로 근무 중이다.

"음식물쓰레기는 수거통 하나 무게가 최대 120㎏ 정도에 달해요. 배출된 음식물이 건조된 상태일 때가 그렇다는 건데, 가정용은 최소 80㎏이고 식당가에서는 120㎏까지 나오죠. 일단 수거용기에 바퀴가 달려 있어서 운반작업에 큰 부담은 없는 편이에요. 그래도 혼자서 상차를 해야 하니까 다세대 주택이나 음식점 밀집지역에 갈 땐 상차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요."

요즘 같은 겨울철엔 (상차원의) 신체적 부담이 가중된다고 한다. 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쓰레기를 바닥에서 떼어내는 것도 영 고된 일이지만, 빙판길에 미끄러질 위험 때문에 항상 신경이 곤두선 채로 일해야 한다. 살얼음판 위를 달리는 청소차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저희가 수거 업무를 하는 곳은 대부분 외곽 지역이라 염화칼슘 살포가 미리 안 된 도로가 많거든요. 청소차량의 단점이 뭐냐면, 일반트럭에 작업장비를 별도로 장착해서 만든 특장차량이잖아요. 그러니까 음식물을 수거하는 작업대 쪽은 전문업체에서 개조해서 만들거든요. 빙판길이나 눈길, 빗길에는 커브 돌 때나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때 일반 덤프 트럭보다 훨씬 더 조심해야 해요. 음식물쓰레기차는 특히나 서행운전에 신경써야 하죠. 자칫 급제동했다가는 적재된 음식물쓰레기가 출렁거려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릴 수도 있거든요. 여름에는 침출수가 많이 발생해서 위생이나 환경 문제가 있기도 하고요."

여름에는 여름대로 고역이 뒤따른다. 고온 다습한 날씨로 음식물 등 쓰레기가 빠르게 부패해 악취 및 병원균 오염 위험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온몸이 침출수로 얼룩지는 일은 다반사이고, 폭우, 폭염 같은 기상악화로 인해 생기는 시야 확보의 어려움, 급격한 체력 저하 등의 문제도 피할 수 없다.

"민간위탁 구조의 재공영화 시급"

많은 청소노동자는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야간에도 일해야 한다. 그러니 산재 위험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2019년 말 정부는 환경미화원의 안전 확보를 위해 폐기물관리법 및 환경부 지침 개정을 완료했고, 당시 환경미화원의 주간근무 및 3인 1조 근무를 원칙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 원칙은 자치단체 소속 환경공무원(직접고용 환경미화원)에만 적용될 뿐, 민간위탁업체 소속은 비껴갔다.

"근로기준법상 야간근무 규정이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잖아요. 그러면 저희는 현행법상 주간근무가 맞긴 해요. 그런데 6시부터 근무를 시작하니까 그 전에 출근하려면 새벽 4시나 4시 30분 사이에는 일어나야 하죠. 이게 야간근무가 아니라고 말하면, 개인적으로는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어요."

규원님의 경우처럼 민간위탁 구조가 존치되는 와중에도 주간근무를 하는 생폐 노동자는 여전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1곳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생폐 노동자의 31.5%가 야간근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환경부의 '주간 3인 1조 근무' 지침 또한 지자체 판단에 따른 예외를 폭넓게 허용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재작년 연말에 천안에서 교통사고가 났어요. 음주운전 차량이 뒤에서 청소차를 추돌한 거예요. 당시에도 문제 됐던 게 운전원, 상차원 이렇게 2인 1조 근무를 하다가 그렇게 된 거거든요. 상차원이 수거차량 후미에 부착된 리프트를 작동하는 동안 차가 돌진하는 걸 미처 피하지 못한 거죠. 3인 1조였다면, 다른 상차원이 아마 주변 상황을 지켜보고 위급상황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겠죠. 현행 2인 1조 체제로는 이런 돌발 상황은 물론이고, 아플 때나 가정사로 조퇴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여유가 전혀 없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9월에는 서울 강서구에서 야간작업 중이던 민간위탁업체 소속 생폐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노동자는 그날 새벽 쓰레기 수거차량 후미에 달린 발판에 매달린 채 이동 중이었는데, 마주 오던 순찰차를 피해 수거차가 후진하는 바람에 전봇대와 수거차 사이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안전은 뒷전이고 수익에만 혈안이 된 민간위탁 구조의 재공영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규원님은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부 김씨"의 새벽노동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기를

 배우 최강희가 일일 환경미화원 업무 체험에 나선 모습.
배우 최강희가 일일 환경미화원 업무 체험에 나선 모습. ⓒ 유튜브 '나도최강희'

일부 지자체에서는 "낮에 청소차를 운행하면 어린이와 노인이 다칠 위험이 크고, 도로 교통정체도 우려된다"면서 야간근무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관계법령과 지침 개정을 통해 확립한 원칙이 지자체 행정 과정에서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건강이나 안전 위협은 일단 모르겠고, "주민들이 안 좋아하니" 환경미화원은 밤이 이슥한 때에나 새벽에 일하는 게 낫다는 시각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반만 맞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야간근무를 하면 어린아이는 안 다칠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은 계속 위험에 노출되는 상태에 두는 게 과연 합당한지 되묻고 싶어요. 그리고 실은 우리가 주간근무를 한다고 해서 위험에 더 노출된다고도 보진 않아요. 청소차에 반사스티커를 부착한다든지, 주민 안전을 위한 조치들도 요새 많이 하고 있는 추세거든요. 교통정체 우려도 저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봐요. 교통 민원이라든지 주민 불편이 예상되는 구역은 다른 누구보다도 노동자들이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잖아요. 주간업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이미 현장에서 낮 시간 병목 구간을 미리 파악해서 자율적으로 수거 코스를 짜고 있거든요. 결국 담당 공무원과 현장 노동자들의 인식 차이에서 이런 상반된 입장이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오래 전 민중가요밴드 '천지인'이 만들고 부른 노래 중 '청소부 김씨 그를 만날 때'라는 곡이 문득 떠올랐다. "안개더미 내려와 아스팔트를 적시"는 새벽녘이 아니어도,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을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이길 바라며 그 시절 노래를 나직이 읊조려본다.

#생활쓰레기 #환경미화원 #청소노동자 #민간위탁 #야간노동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2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임용현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산업재해시민#생활쓰레기#환경미화원#청소노동자#민간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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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현 (kilsh)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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