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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30일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십 년 동안 전적으로 민간 입양기관에 의탁해 오던 입양체계를 국가의 공적 책임으로 전환시키는 큰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 법의 시행일자는 2025년 7월 19일이었다. 법 통과 후 만으로 2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있었다. 공적입양체계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실행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은 그동안 입양기관의 사례결정위원회를 주도하고 다양한 해외 사례를 배우러 다녔다.

그렇게 시행일은 닥쳤고 공적입양체계가 가동된 지 불과 7개월 만에 당사자 단체들이 우려했던 비전문성, 무책임한 행정과 경직된 일처리 방식으로 난장판인 현실이 되었다. 그 현장은 어떤 모습인지 듣기 위해 법 시행 후 입양 절차를 진행 중인 예비 입양모 세 명을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의 한 카페에서 예비입양모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의 한 카페에서 예비입양모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 김지영

"(입양부모) 자격 심사를 통과하고 결연위원회가 열린다는 건, 이미 제 마음속에 아이 하나가 생긴 거예요. 매일 그 아이만 생각하며 안타까워하고 미안해하는데, 행정은 거북이걸음입니다. 아니, 거북이보다 못해요. 길을 잃었으니까요."

첫 아이를 입양하고 둘째 입양을 진행 중인 입양모 김아무개(47)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2024년 입양을 결정한 후 그녀가 마주한 세상은 '국가 책임'이라는 화려한 구호와는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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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19일, 국내 입양 체계가 민간에서 공공으로 전격 전환됐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컨트롤타워가 되어 아동의 발생부터 사후관리까지 책임진다는 '공적 입양 체계'의 서막이었다. 하지만 시행 반년이 지난 지금, 현장에서 만난 예비 입양 부모들은 "아이들의 인생이 행정의 무능 속에 방치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법 시행 전 입양기관을 통해 첫 아이를 입양했던 이아무개(54)씨는 둘째 입양을 준비하며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행정 편의주의'의 벽에 부딪혔다. 입양 신청서 하나를 접수하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이유는 허탈했다.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서류를 작성해 등기로 보냈는데, 주소지 번지수 두 자리를 빠뜨렸다는 이유로 서류가 통째로 반송된 것이다.

"방문 접수요? 안 된대요. 오직 등기만 된대요. 요즘 세상에 번지수 하나 틀렸다고 한 달을 소비하게 만드는 행정이 어디 있습니까? 과도기라서 순서를 정하기 위해 등기만 받는다는데, 이건 행정 편의주의일 뿐이죠."

겨우 서류를 접수해도 대기의 연속이다. 교육 접수 문자를 기다리는 데 한 달 반, 교육을 마친 후 가정조사를 기다리는 데 또 수개월. "언제쯤 아이를 만날 수 있느냐"는 이씨의 물음에 관계자는 차갑게 답했다. "대답할 수 없다." 업무가 너무 느려 포기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는 항의에는 "그럼 할 수 없죠"라는 무성의한 대답이 돌아왔다.

행정의 투명성이 사라진 자리에 쌓이는 예비 부모의 불안과 죄책감

 입양부모가 되기 위해 아동권리보장원에 제출해야 할 기본 서류는 사진에 있는 목록 포함 총 24개다. 이 서류 준비에만 한 달 이상이 걸린다. 입양부모 자격을 심사하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다.
입양부모가 되기 위해 아동권리보장원에 제출해야 할 기본 서류는 사진에 있는 목록 포함 총 24개다. 이 서류 준비에만 한 달 이상이 걸린다. 입양부모 자격을 심사하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다. ⓒ 김지영

앞서 말한 김씨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자격 심사를 통과하고 드디어 열린 결연심의위원회. 하지만 '부결' 통보를 받았다. 어떤 기준으로 매칭이 이뤄지는지, 왜 부결됐는지 물었지만 아동권리보장원은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확한 명칭조차 '정책위원회 결연분과'인지 '자격심의분과'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보는 폐쇄적이었다. 회의가 언제 열리는지조차 비공개였다. 김씨는 1월 16일 회의가 다시 열린다는 사실을 수소문 끝에 알아내 전화했지만, "결재 완료 및 등기 발송 후에나 알려줄 수 있다"는 벽에 부딪혔다.

"결연위가 열리면 아이는 이미 제 아이예요. 그런데 부결 사유도 모르고, (가정조사를 위탁받은 입양기관) 복지사로부터 아동의 '(성별, 나이, 장애 등에 대한) 수용 범위를 넓히라'는 권유만 받아요. 이건 공식적인 연락도 아니에요. 싫다고 하면 사유서를 쓰래요. 아동권리보장원은 정책위원회의 보정 명령을 복지사에게 떠넘기고, 예비 부모는 원칙 없는 행정 앞에 불이익을 당할까 봐 숨죽여야 합니다."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받은 공식 문서는 '자격심사 통과' 통지서 단 한 장뿐. 나머지는 모두 문자나 전화로 이뤄졌다. 행정의 투명성이 사라진 자리에 예비 부모의 불안과 죄책감만 쌓였다.

지난해 10월 공적입양체계 개편 후 첫 번째로 결연이 확정된 입양모 박아무개(50)씨의 사례는 공적 체계의 미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4개월 딸아이와 결연이 확정됐지만,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기까지는 7개월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보장원 안내 메일에는 부모 서류만 준비하면 아동 서류는 보장원에서 법원으로 직접 보낸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법원에 가보니 판사가 읽어볼 '청구 원인'조차 제가 직접 써야 했고, 제출해야 할 서류 부수도 보장원 안내와 달랐어요. 보장원은 실무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박씨를 더 분노케 한 것은 '임시 양육 결정' 기간이었다. 2025년 8월 설명회 당시 아동권리보장원 본부장은 "한 달이면 충분하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실제 법원에서는 "공적 체계 시행 초기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4개월을 통보했다.

"결연이 돼도 아이가 집에 오기까지 7개월이 걸려요. 14개월 아이가 21개월이 되어야 집으로 올 수 있다는 거죠. 부모도 결정됐고 집도 결정됐는데, 오직 행정과 법 절차 때문에 아이는 시설에서 자랍니다. 게다가 결연을 마치고 사실상 부모자식 사이가 된 아이와의 면담이 시설장 재량에 따라 횟수가 달라지는 이 상황이 과연 국가가 책임지는 입양입니까?"

기자는 임시양육결정이 법원에서 지체되는 데 대해 변호사의 자문을 구했고 법무법인 추양가을햇살의 정상경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의견서를 보내왔다.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은 입양허가에 대한 청구가 있은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은 입양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입양허가에 대한 청구가 있는 경우 입양허가를 청구한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임시양육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시양육의 도입 취지는 양부모와 양자 사이에 애착을 조기에 형성하고, 상호적응을 도모하려는 것이 중요한 취지이다.

따라서 임시양육제도의 도입 취지와 법원의 6개월 내 입양허가 결정이 조화롭게 운용되려면, 입양신청 후 가급적 초기에, 즉 1~2개월 이내에 임시양육이 개시되도록 결정함이 타당하다. 만약 임시양육 신청 후 4개월이 넘어가면 어차피 6개월 내에 입양허가에 따라 아이를 만나는 것과 차이가 없어지게 되어 임시양육 제도 자체는 무의미한 제도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한 입양절차와 결연 절차를 거치는 기간도 몇 개월이 걸리는데, 임시양육 결정에도 4개월 넘게 소요되면 연장아 입양으로 입양제도가 운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입양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에 반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국가 책임' 이름 아래 진행되는 가혹한 기다림의 고문

 입양모가 진정한 민원답변서에는 '여러 단계의 절차가 포함되어 있어 입양 완료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그 사이 자기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시설에서 보내야 하는 아이들의 삶은 없다. 아동최우선의 이익이란 말이 무색한 답변이다.
입양모가 진정한 민원답변서에는 '여러 단계의 절차가 포함되어 있어 입양 완료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그 사이 자기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시설에서 보내야 하는 아이들의 삶은 없다. 아동최우선의 이익이란 말이 무색한 답변이다. ⓒ 김지영

현장의 부모들이 겪는 고통은 단순히 개인의 인내심 문제가 아니다. 이는 명백한 국제법적 원칙의 위반이기도 하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7조 (d)항과 제40조 제2항에 따르면, 아동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대해 '신속한 결정'을 받을 권리와 '지체 없이' 공정한 심리에서 사안이 결정될 권리를 가진다. 특히 아동의 발달 특성상 시간 개념이 성인과 다르므로, 아동과 관련된 모든 처리는 더욱 신속해야 한다.

현재의 공적 입양 체계는 입양 절차가 아동이 불확실한 상태로 오래 방치되지 않도록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절차적 신속성'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25조에 따르면 보호조치 상황에 대한 정기적 심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유엔 대안양육 지침은 최소 3개월마다 이를 철저히 심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행정은 3개월을 넘어 반년 이상의 지연을 당연시하며, 아동이 시설에 머무는 기간을 불필요하게 늘리고 있다.

또한, 아동의 발달과 안정감을 위해 양육 환경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계속성 원칙'에 비추어 볼 때도, 결연 후 7개월이나 소요되는 대기 기간은 아동의 애착 형성에 치명적인 독이 된다. 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하는 영속적 계획이 수립되어 아동에게 하루빨리 안정적인 가정을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행정은 오히려 아동을 일시적 보호 시설에 가두어두는 장벽이 되고 있다.

입양 체계의 공공성 강화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민간 기관에 의탁했던 입양의 책임을 국가가 가져온 취지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지난해 국회에서 비준된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역시 아동 권리와 안전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 책임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보여주는 모습은 '국가 책임'이 아니라 '국가에 의한 방치'에 가깝다.

다 큰 어른들에겐 겨우라고 말할 수 있는 시설에서의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는 애착 형성의 결정적 시기를 놓치고,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웃는 법을 잊어버린다. 김씨의 첫 입양아였던 이 아이는 시설에서의 집단 양육 탓에 '거울 회피 현상'과 '신체 접촉 거부' 증상을 보였고 34개월인 아직까지도 치료 중이다. 행정이 지연되는 매 순간, 아이들의 영혼은 조금씩 멍들고 있다.

예비 입양부모들은 "절차 때문에, 행정의 무능 때문에 아이가 나이를 먹는다. 연장아가 되어 시설에 남겨지면 아이의 인생을 망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고 말한다. 국가가 공적 체계를 준비하며 놓친 것은 단순한 행정 매뉴얼이 아니라,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시간이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은 이제 대답해야 한다. 등기 우편 순서를 세우는 것이 아이의 애착 형성보다 중요한가? 결연 심의의 비밀 유지가 아동의 가정 정착보다 우선인가? '국가 책임'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이 가혹한 기다림의 고문을 멈추지 않는다면, 공적 입양 체계는 입양 활성화가 아닌 입양 절벽을 만드는 주범이 될 것이다.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행정이 길을 잃은 사이, 오늘도 어느 시설의 아이는 저만치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양부모의 따뜻한 품 대신 차가운 천장을 보며 홀로 나이를 먹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명시한 '신속성'의 원칙은 결코 서류상의 문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곧 단 한 번뿐인 아이들 각자의 인생이자 삶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뷰에 나선 예비입양모들은 입양현장에서 절감한 문제들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모여 만든 '입양정상화추진연대' 회원들이다. 이들은 2월 25일 11시 입양실무를 총괄하는 아동권리 보장원 앞에서 입양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 회견에는 입양관련 단체와 보호아동의 인권을 위한 연대 단체들이 동참한다.


#보건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공적입양체계#입양아동의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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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유목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을 거쳤다가 서울에 다시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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