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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19 13:17최종 업데이트 26.02.19 13:17

들녘을 지키는 마음을 담아 기부를 이어갑니다

대 명절 설에 작지만 따뜻한 나눔을 이어간 이야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눈 내린 유기농 발아현미 품종 연구 들녘과 쌀을 알리는 공간 '씨앗의 마음' 1월 눈 내린 섬진강가 곡성 미실란 들녘 풍경
눈 내린 유기농 발아현미 품종 연구 들녘과 쌀을 알리는 공간 '씨앗의 마음'1월 눈 내린 섬진강가 곡성 미실란 들녘 풍경 ⓒ 이동현
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오니, 아직은 이르긴 하지만 공기 속에 농부만이 느낄 수 있는 봄 기운이 느껴집니다. 아침 들녘에는 서리가 내려앉지만 햇살은 분명 겨울과 다릅니다. 눈이 녹아 물이 된다는 절기 이름처럼, 얼어 있던 것들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하는 2월, 오늘도 조용히 논국을 걸으며 들녘 한 곳 그루터기 주변을 살펴봤습니다.

10월에 수확하고 남은 벼 그루터기가 11월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상강을 거쳐, 1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12월 대설과 가장 춥다는 1월 소한과 대한을 지나 묵묵히 겨울을 준비하고 있음을 압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땅은 이미 물기를 품고, 다시 초록을 밀어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는 그 힘을 믿고 한 해 농사의 계획을 가만히 그려봅니다.

서리 앉은 벼 그루터기(포기) 서리가 내려 앉은 2월 벼 그루터기
서리 앉은 벼 그루터기(포기)서리가 내려 앉은 2월 벼 그루터기 ⓒ 이동현

설명절 연휴 잠시 대구와 경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중 관광지와 도로에 자동차가 쉼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설 풍경은 많이 변했지만 가족을 찾고 함께 하는 것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농촌에서 자라난 나에겐 설은 늘 그리운 고향의 냄새로 먼저 다가옵니다. 마을 어귀에 서 있던 미루나무, 아주 가끔이지만 장독대 위에 소복이 쌓이던 눈,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시던 어머니의 뒷모습, 멀리 도시로 돈 벌러 간 누님들을 기다리던 어린 시골소년의 모습, 선후배 동무들과 썰매 타기와 팽치 놀이 하던 동네 놀이터의 모습, 이른 아침 엄마가 장만해 주신 새 옷 차려 입고 일찍부터 일가 친척집 새배하던 모습, 일가친척 모여 성묘하던 모습, 명절이 가까워지면 그리운 얼굴들이 먼저 생각납니다.

지금은 많이 변해버린 고향 풍경이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네요. 그리움이 따뜻한 추억으로 피어오르는 명절, 예전처럼 고향에 북적북적하게 모이지는 못하지만 모두 한해 건강하고 무탈하게 각자의 삶속에서 살아가길 기도해 봅니다.
성묘하러 모인 일가친척 설명절 성묘하러 온 일가친척들 모습
성묘하러 모인 일가친척설명절 성묘하러 온 일가친척들 모습 ⓒ 이동현

설 명절을 앞두고 의미 있는 약속을 실천하고자 생명을 살리고 지키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짝꿍, 두 아들과 함께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님을 만나 미실란 20주년을 기념하는 마음을 담운 기부금을 전달했습니다.

2003년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새만금 개발에 의문을 품고, 그 안에 살아가던 물새와 저서생물, 그리고 그 바다 공간에서 생업을 하던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기록했던 그 시절의 뜨거운 치열함이 아직도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아쉽게도 새만금 개발을 막진 못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사라져가는 것들 곁에서 기록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요.

귀국 후 참여했던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활동 모습, 당시 이렇게 많은 부분 갯벌이 보존. 귀국 후 아이들과 함께 매월 새만금이 개발되는 것을 반대하며, 갯벌 생태와 어촌의 문화을 기록하러 다녔다. 저 갯벌이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귀국 후 참여했던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활동 모습, 당시 이렇게 많은 부분 갯벌이 보존.귀국 후 아이들과 함께 매월 새만금이 개발되는 것을 반대하며, 갯벌 생태와 어촌의 문화을 기록하러 다녔다. 저 갯벌이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유치원을 다니던 어린 두 아들의 손을 잡고 찾았던 새만금 수라갯벌을 이제 장성한 청년이 된 두 아들과 함께 찾아 오 단장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며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분들이 지치지 않도록 든든한 뒷배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뜨겁게 인사를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에게 작은 기부를 한 후 아이들과 새만금 개발을 반대하며 생태를 기록하던 시절, 유치원생이 던 두 아이들이 청년이 되어 남은 수라갯벌 현장을 찾았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에게 작은 기부를 한 후 아이들과새만금 개발을 반대하며 생태를 기록하던 시절, 유치원생이 던 두 아이들이 청년이 되어 남은 수라갯벌 현장을 찾았다. ⓒ 이동현
새만금에 다녀온 후에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밥 한그릇 내어 놓는 마음을 실천하자는 미실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담양에 있는 '예수 마음의 집'에 쌀과 미숫가루 등을 전달해드리고 왔습니다. 마침 성당에서 기도 중이서던 최창무 안드레아 대주교님을 그곳에서 만날 뵐 수 있었는데, 대주교님의 따뜻한 덕담과 축복, 그리고 강복을 받으며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단지 '좋은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존엄을 지지하는 일이라는 것을, 노인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끝까지 존엄한 한 사람이라는 말씀에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국가의 지원 없이 25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 공간을 '누군가를 돌보는 시설'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시간을 사람답게 지켜주는 집'으로 남고자 한다며 말씀해주신 원장 수녀님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마음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담양 예수마음이 집' 유기농 발아현미 쌀 기부 후 최창무 대주교님과 미실란 직원들 사진한 국가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 양로원인 '담양 예수마음의 집'에 18년째 미실란 발아현미와 미숫가루 등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마침 전 광주대교구 교구장이셨던 최창무 대주교님을 뵙고 좋은 말씀 들은 후 기념사진 한장 남겼습니다.
'담양 예수마음이 집' 유기농 발아현미 쌀 기부 후 최창무 대주교님과 미실란 직원들 사진한국가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 양로원인 '담양 예수마음의 집'에 18년째 미실란 발아현미와 미숫가루 등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마침 전 광주대교구 교구장이셨던 최창무 대주교님을 뵙고 좋은 말씀 들은 후 기념사진 한장 남겼습니다. ⓒ 이동현

매년 명절 무렵 유기농 쌀을 기부하는 미실란 매년 미실란 직원들과 국가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 양로원인 '담양예수마음의집'에 유기농 발아현미, 쌀, 미숫가루 등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매년 명절 무렵 유기농 쌀을 기부하는 미실란매년 미실란 직원들과 국가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 양로원인 '담양예수마음의집'에 유기농 발아현미, 쌀, 미숫가루 등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 이동현

건강한 나눔 덕분에 든든해진 마음 안고 미실란과 20년을 함께해 온 친환경 유기농 벼 농사를 짓는 농부님들께 보급할 종자를 고르기 위해 작년에 수확한 품종을 보관하고 있는 저온창고에 아들과 함께 마주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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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종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빛깔과 단단한 볍씨 상태를 살펴봅니다. 이 조그마한 씨앗 안에 한 해 농사의 시간과 땀, 그리고 누군가의 정직한 삶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기에 종자를 선별하는 시간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식량주권을 지켜가고자 한 미실란의 초심을 다잡는 일이기도 하지요.

눈이 녹아 물이 되고, 그 물이 흘러 모여 강물과 만나듯, 씨앗은 때를 기다렸다가 반드시 깨어난다는 진리를 믿으며, 20년을 농촌현장에서 친환경 생태농업과 유기농업을 실천해 온 저도 올 한해 멈추지 않고 미실란다운 속도로 들녘을 돌보고, 마을을 돌보고, 지구를 돌보는 일을 올해도 묵묵히 이어가겠다고 다짐해봅니다.

26년 유기농 발아현미 전용 품종 보급을 준비하는 농부인 아버지와 아들 매년 이맘때면 그해 지을 유기농 벼 품종을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볍씨 종자를 준비합니다. 올해도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아들과 함께 종자 상태를 살피고 나눌 종자 무게를 잽니다.
26년 유기농 발아현미 전용 품종 보급을 준비하는 농부인 아버지와 아들매년 이맘때면 그해 지을 유기농 벼 품종을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볍씨 종자를 준비합니다. 올해도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아들과 함께 종자 상태를 살피고 나눌 종자 무게를 잽니다. ⓒ 이동현
들녘을 살피는 시민기자와 얼떨결에 가족이 된 유기견 황구 밀 씨앗을 뿌린 들녘에서 밀 뿌리 상태를 살피고 있는 시민기자와 2년전 조용히 들어온 유기견 친구 황구의 모습입니다.
들녘을 살피는 시민기자와 얼떨결에 가족이 된 유기견 황구밀 씨앗을 뿌린 들녘에서 밀 뿌리 상태를 살피고 있는 시민기자와 2년전 조용히 들어온 유기견 친구 황구의 모습입니다. ⓒ 이동현

우리 전통의 설날을 맞고 보내며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건강과 행이 함께 하시길 바라봅니다. 섬진강가 곡성 옛 초등학교 공간 '미실란 씨앗의 마음'에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페이스북과 블러그, 생태책방들녘의마음에도 실립니다.


#기부#나눔#나눔실천#미실란이야기#이동현의사람사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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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학시절 오마이 뉴스를 만나 언론의 참맛을 느끼고 인연을 맺었습니다. 학위를 마치고 섬진강가 곡성 폐교를 활용하여 친환경 생태농업을 지향하며 발아현미와 우리쌀의 가치를 알리며 더불어 밥집(밥카페 반하다)과 동네책방(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을 열고 농촌희망지기 역할을 하고 싶어 오마이 뉴스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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