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 unsplash
<오마이뉴스>로부터 '청년 시민기자의 시각으로, 코스피 5000을 돌파했지만 여전히 팍팍한 청년들의 삶을 다루는 기사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겁나게 욕먹겠구만'이었다.
이미 비슷한 주제로 쓴 다른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을 봤고, 주로 진보 성향 중장년층 위주인 정치·교육 관련 단체카톡방에서 20대들의 어려움에 관한 기사가 공유되면 주로 나오는 반응이 어떤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이런 기사를 쓸 때면 인터뷰에 응해준 친구들에게 본명으로 쓸지 가명으로 쓸지를 물어보는데, 이번에는 물어보지도 않고 ABCD로 처리했다.
역시 결과는 예상대로였다(관련 기사:
코스피 5천, 돈 얼마 벌었냐고? 2000년생 동창들의 대화 https://omn.kr/2h2ap). 많은 이들이 기사를 코스피 5000 달성을 폄훼하며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에 투표하지도 않은' 20대들을 욕하기에 바빴다.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참기가 힘들다. 먼저 '왜 보수 정권 때는 가만히 있다가 진보 정권이 들어서니 문제를 제기하느냐'라는 반응을 보자. 일단 보수 정권 때 가만히 있지 않았을 뿐더러, 정권이 바뀌고도 이어지는 문제가 있다면 어느 정권이든 대책을 요구하는 게 마땅하다.
코스피 5000이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연히 우리 모두 우리나라 주식시장 정상화에 기뻐했다(기사 어디에도 주가 상승을 문제 삼는 내용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임금 고물가로 시름하는 서민·청년들이 있다면 이를 비추는 것은 언론과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안 그러면 진보·보수 여야를 막론하고 왜 정치인들이 다 '서민 경제 살리기', '물가 안정화'를 이야기하겠는가. 그게 맞는 방향이고 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청년은 가난한 게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본인들의 가난했던 시절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나도 단순히 청년들이 돈이 없어서 문제라는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 과거에는 더 먹고살기 어려웠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금 청년들도 힘든 게 당연하다면, 우리는 도대체 왜 선진국이 된 건가.
좋은 국가라면 다음 세대에 더 나은 삶을 물려주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청년들은 부모보다 가난한 첫 번째 세대가 될 전망이고, 저성장에 고통받고 있다. 당연히 저소득 가정의 청년들일수록 더 고통스럽다. 이게 '진보'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물론 분수에 맞지 않게 사치를 부리는 청년들도 일부 존재하지만, 대부분 내 친구들은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면서도 삶이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
"주호영 말씀이 맞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길로 가야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에서 참석자 질문을 받고 있다. 2025.10.2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https://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25/1024/IE003538817_STD.jpg)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에서 참석자 질문을 받고 있다. 2025.10.2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가장 문제인 반응은 '20대는 이재명 대통령 말고 다른 보수 후보들을 찍었으면서 왜 징징대느냐'라는 것이다. 물론 저렇게 말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보수화된 남성들이 달갑지 않다.
하지만 저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면, 도대체 뭐가 나아지나. 훈계와 꾸짖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특정 세대나 지역을 '말라비틀어지게 고립시켜야 한다'라는 전략은 정치적으로 옳지도 못하고 효과적이지도 못하다. '전쟁도 안 겪어봤으면서'라는 태극기 부대 노인들의 훈계에 진보에서 보수로 생각을 바꾼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오히려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더 반감을 가지게 된다. 그토록 통탄하는 '청년층 보수화'에 본인들의 책임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2025년 10월 24일 주목할 만한 상황이 있었다(관련 기사:
"이건 나라의 갑질" 주호영 호소에 이 대통령 "말씀 맞다" https://omn.kr/2fs1m).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대구 군 공항 이전에 대한 정부 재정 투입을 요청하자 이 대통령이 "전에 집권했을 때 하시지 그랬느냐"라고 농담을 던진 것이다.
이어 환호가 터지자, 이 대통령은 손을 휘저으며 "그렇게 얘기할 일은 아니고"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부의장 말씀이 맞다"라며 문제 상황에 공감하고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실현 가능하도록 검토하겠다"라고도 했다.
만약 "전에 집권했을 때 하시지 그랬느냐"라는 농담으로 끝내고, 환호를 그대로 즐겼다면 나는 이재명 대통령에 실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뒤에 나온 말들로 그를 한층 더 신뢰하게 됐다. 이게 올바른 정치고, 이기는 정치다. 주 부의장이 좋아서 그랬겠나. 대구 시민들이 듣고 있었고, 밭을 갈기 위해선 혐오와 배제가 아닌 대화와 설득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역대 진보 대통령들의 길이기도 하다.
부디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이라면 그 길을 함께 걸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