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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14 15:01최종 업데이트 26.02.14 15:01

천세대 아파트 상가인데 '텅텅'... 쓰레기 분리수거장은 '호황'

자영업의 붕괴가 몰고 온 동네의 음울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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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노선 버스가 정차하는 간선도로의 교차로, 주요 상권인데도 임대와 매매 스티커를 붙인 가게가 절반을 넘었다.
모든 노선 버스가 정차하는 간선도로의 교차로, 주요 상권인데도 임대와 매매 스티커를 붙인 가게가 절반을 넘었다. ⓒ 서부원

"제발 동네 서점을 이용해 주세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서점 주인의 간절한 목소리가 종일 잔상이 되어 남았다. 지금 주문하면 내일 중에 도착한다면서 하루만 말미를 달라고 했다. 그의 통사정에도 답변을 얼버무리며 전화를 끊었다. 그는 내가 온라인 서점을 이용할 걸로 여겼던 성싶다.

시내 한두 곳 서점에 더 알아볼 생각이었을 뿐,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의향은 예나 지금이나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책은 '로켓 배송'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다. 책은 여느 상품과는 달리 소비자에게 배달되는 게 아니라 독자가 책을 찾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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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짬이 날 때마다 동네 서점에 들러 서가에 꽂힌 책의 촉감을 느끼고 알싸한 잉크 냄새를 맡으며 아무 데나 펴서 읽다가 마음이 동하면 산다. 요즘엔 온통 주식과 가상화폐 등 돈벌이 관련 책들만 즐비해 눈살을 찌푸리게 되지만, 그래도 서점 없는 동네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살기 좋은 동네'로 평가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 도시든 시골이든 마을의 한가운데에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있고, 걸어서 마실 갈 수 있는 거리에 서점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일지언정 지금 사는 곳에서 떠나고 싶지 않은 이유도 그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최근 동네 서점이 하나둘 문을 닫거나 걸어서는 가기 힘든 외진 곳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근근이 버티고 있는 서점들도 서가와 매대를 대폭 줄였다. 그나마 판매하는 책들은 이른바 '셀럽'들이 낸 베스트셀러와 중고등학생용 참고서와 문제집이 전부다.

"요즘엔 아이들 참고서조차 인터넷으로 사죠. 포인트 할인도 되고, 무엇보다 편리하니까요.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데도, 물어보면 책 사러 서점 가는 게 귀찮다는 아이들이 적지 않아요. 솔직히 얼마나 더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책값을 결제하던 주인이 혼잣말처럼 건넨 푸념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동네 서점이 살아남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요즘엔 쿠팡에서조차 책을 파는 상황에서 달리 도리가 없다는 거다. 그래도 가장 마지막까지 버티는 서점 주인이 되고 싶다는 게 그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임대, 임대, 임대... 문 닫은 상가 수두룩

서점을 나와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동안 보이지 않던 글귀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건물 벽과 유리창마다 '임대'와 '매매' 스티커가 나붙어 있었다. 명색이 간선도로가 교차하는 주요 상권인데도, 상가 건물마다 문을 닫은 곳이 영업 중인 가게보다 더 많아 보였다.

집 앞 자전거 판매점도 문을 닫았고, 분식점도, 미용실도, 빵집도, 반찬 가게도, 조그만 프랜차이즈 맥줏집도 더는 견디지 못하고 '임대' 스티커를 붙였다. 1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의 상가인데도 남은 거라곤 병원과 세탁소, 학원 그리고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뿐이다.

아파트 단지 입구의 여러 대형마트조차 문을 닫았고, 단 한 곳만이 지금까지도 근근이 간판을 내걸고 있다. 한 대형마트는 외벽과 인테리어 등을 몇 차례 바꾸는 등 자구책을 모색했지만, 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다. 대형마트가 있던 자리는 여전히 '실내 공터'로 남아있다.

안면이 있던 철물점 주인은 지금 오토바이를 탄다. 작년 가게 문을 닫고 배달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고장 난 현관문과 전등, 배수구 등 못 고치는 게 없는, 동네의 이름난 '맥가이버'였다. 그래도 가게에 종일 앉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던 과거보단 벌이가 한결 나아졌다고 한다.

듣자니까, 작은 보세 옷 가게를 운영하던 젊은 여주인은 시내의 한 백화점의 판매원으로 일한다고 했다. 그의 가게는 네일 숍으로, 스마트폰 가게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가 지금은 텅 빈 채로 방치되어 있다. 상가를 거래하며 '권리금'을 요구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들 한다.

업종을 불문하고 가게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문을 닫고 있다. 남아있는 가게도 장사가 잘될 리 없다. 곳곳에 셔터가 내려진 아파트 상가는 우범 지대처럼 흉물스럽게 변해가는 중이다. 이참에 상가 건물을 통째로 허물고 공원을 조성하자는 허황한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 공간 월요일엔 산더미

반대로 아파트 경비실 옆 쓰레기 분리수거 공간은 '성업 중'이다. 매일 종이상자와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이 수북이 쌓인다. 수거해 가지 않는 주말 뒤 월요일의 경우엔 아예 산더미를 방불케 한다. 대부분 포장재로, 모든 일상용품과 먹거리까지도 배달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언제부턴가 경비실의 주요 업무가 아파트 주변 안전 관리가 아닌 쓰레기 분리수거가 됐다. 아울러 밤낮으로 오가는 배달 오토바이와 택배 차를 통제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상가는 불 꺼진 채 적막하기만 한데, 그들이 울리는 경적과 엔진의 소음은 하루 종일 요란하다.

"'배달 알바'라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책을 봉투에 담아 건네던 서점 주인의 힘없는 말투에, 나도 모르게 죄송하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동네 서점을 지켜내야 한다는 어쭙잖은 사명감에서 나온 '과잉 감정'일 테다. 서점 안을 어슬렁거리며 책들과 '데이트하는' 즐거움을 빼앗기는 건 슬픈 일이다.

어쩌면 책보다 서점이라는 공간이 주는 행복감일지도 모른다. 동네 서점은 책을 매개로 이웃과 교류하는 곳이기도 하다. 기실 '사람 책'은 종이책의 확장판이다. 최근 카페를 겸하는 서점이 보편화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저 생존을 위한 영업 전략이라고만 치부해선 곤란하다.

여느 가게들 또한 마찬가지다. 자영업의 붕괴는 이웃과의 교류를 차단하고 공동체를 극단적으로 파편화하는 징후적 현상이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결제는 싸고 빠르고 간편할지언정 사람들 사이의 만남과 관계의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언뜻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한 모양새다.

모든 게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가게는 업종과 상관없이 불필요해지고 있다. 대규모 물류 센터와 효율적인 배달 시스템만 갖춰지면 일상의 소비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와중에 살아남은 가게도 손님이 앉을 식탁이 사라지고 주방만 남은 중국집처럼 운영될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몰고 온 변화다. 시간도 아끼고 더없이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우리의 삶이 여유로워지고 행복해졌는지 자문해 봐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사람 사이의 관계조차 상품이 유통되는 시스템처럼 '온라인화'하고 있지 않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분노조차 편리함의 적수는 못된다

최근 정부는 대형마트의 야간 영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로켓 배송'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쇼핑에 밀려난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밑도 끝도 없는 '제 살 파먹기' 경쟁이 시작된 셈인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귀결될 거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당장 동네 서점이 존재해야 할 이유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면, 온라인 서점의 득세를 막을 수 없다. 지역의 대형마트가 주는 특별한 혜택이 있지 않고서는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불편함을 못 견뎌 하고, 인식의 변화에는 게으른 법이다.

주변에 '탈팡'해야 한다는 당위는 외치면서도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은 듯하다. '성조기를 흔들며 한국인의 등골을 빼먹는' 쿠팡의 범죄 행위와 소비자를 우롱하는 뻔뻔한 해명을 듣고 분개하지만, '로켓 배송'의 만족감 앞에선 힘을 잃는다. 분노조차 편리함의 적수는 못 된다.

요즘 내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동네 서점의 폐업을 막을 수 있느냐는 생각뿐이다. 올해도 학생부장 업무를 맡았는데, 역점 사업을 정하라고 해서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디지털 세상에 아날로그 활동의 증진'이라고 썼다. 말은 근사하게 포장했지만, 한마디로 이런 뜻이다.

'올해는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책을 읽자!'

#자영업붕괴#동네책방#대형마트#쿠팡#온라인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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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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